국민촛불대회

광장에 모인 촛불들 “2008년 광우병 때보다 더 심각”

박은하 기자

[종합]청계광장 메운 시민 3만여명 “국정원이 민주주의 농단” 규탄…민주 의원 110여명도 동참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5차 국민촛불대회’가 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3만여명(경찰 추산 4000명)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수은주가 32도를 넘어서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국정원 사태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후 최대 규모의 인파가 모였다.

이날 촛불집회는 장외투쟁에 나선 민주당이 처음으로 촛불집회에 합류, 국정조사 정상화와 국정원 개혁 등 향후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3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국민촛불집회’가 열렸다. |박민규 기자

3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국민촛불집회’가 열렸다. |박민규 기자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국정조사 기간 연장’ ‘새누리당 국정조사 위원 전원 교체’ ‘남북 NLL 대화록 조사 특검 도입’ ‘원·판·김·세(원세훈·김용판·김무성·권영세) 국정조사 증인 참석’ 등 4가지 요구사항을 촉구했다.

조희연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의장은 “원·판·김·세가 국정조사에 응할 때까지 민주당은 장내로 들어가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민교협은 오는 5일 국회 앞에서 시국선언에 참석했던 41개 대학 교수 2000여명과 함께 국정조사 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이날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 중에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경험한 40대~60대 남성들이 많았다. 조성욱씨(51)는 “80년대 대학 신문사 기자로 활동할 당시 민주주의에 대한 기사를 쓰면 경찰에게 끌려가 얻어 맞고 그랬다”면서 “1987년 힘들게 민주주의를 쟁취해 냈는데, 국정원이 민주주의를 농단하는 모습을 보니 나의 20~30대 전체를 부정당한 기분”이라며 분노했다.

친구들과 함께 참석한 김수환씨(76)도 “1987년 6월 항쟁 때 내 나이가 51살이었는데, 그때도 나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광장에 나갔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나는 2008년에 이명박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이다. 만약 박근혜가 아니라 문재인이 대통령이 됐어도, 국정원 선거개입 진실을 규명하라고 촛불집회에 참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청계광장을 찾은 홍석표씨(46)는 “지금 상황이 2008년 광우병 사태보다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광우병은 먹는 것과 관련돼 생활 속에 파고드는 문제라서 주부를 비롯해 젊은 층이 많이 나왔지만, 지금은 근본적인 민주주의 자체를 파괴하는 거라서 더욱 심각하다”면서 “방송이 전혀 이 문제를 다루지 않아서 문제의 심각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이후 처음으로 국정원 촛불집회에 참석했다는 반현숙씨(40)는 “주말이라 덥고 귀찮아서 안 나올까도 생각했지만, 새누리당이 국정조사를 질질 끌다가 결국 ‘파토’를 낸 것이 괘씸해서 남편과 중3 딸아이까지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집회가 시작되기 전인 오후 5시30분에는 장외 투쟁에 나선 민주당의 ‘민주주의 회복 및 국정원 개혁 촉구 국민보고대회’가 열렸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신경민·우원식·도종환 의원 등 72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지금 새누리당 지도부에게 정국을 풀 열쇠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국정조사 정상화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대통령과의 담판이 이뤄지기 전까지 천막을 걷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박 대통령이 침묵으로 지금 상황을 외면한다면, 국민은 박 대통령을 외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촛불대회가 시작되자 민주당 당원의 깃발은 내렸지만 당원들은 그대로 자리를 지켰고, 민주당 의원 110여명도 촛불집회에 함께 했다. 국정조사 특위 소속 신경민 의원은 “새누리당은 촛불과 시국선언을 NLL로 막고 국정조사를 꼼수 휴가로 막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NLL만 피와 땀으로 막은 것이 아니라, 우리 민주주의도 피와 땀으로 얻은 것”이라고 말해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경찰은 집회 내내 “미신고 집회이니 해산을 바란다”는 방송을 내보냈다. 청계광장을 가득 메운 집회 참석자 행렬이 길어지자, 무교동 사거리 중간에 전경차를 밀어넣어 행렬을 끊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신고 장소가 청계광장까지이기 때문에 질서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경찰이 밝힌 참석 인원 숫자가 4000명에 불과해 주최 측 추산(3만여명)과 크게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유동인구가 많은데다 조사 시점이 달라 그런 것 같다”고 답변했다.

한편 집회 장소 근처인 광화문역 5번출구 쪽에서는 뉴라이트 소속 보수단체 회원들이 “국정원을 흔들지 말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맞불집회를 열었다.

촛불집회 주최 측은 “여름철 휴가 기간이라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모였다”면서 “다음주 토요일 집회에는 더 많은 시민들이 모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3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국민촛불집회’가 열렸다. |박민규 기자

3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국민촛불집회’가 열렸다. |박민규 기자

[2보]청계광장에 모인 시민 3만여명…“국정원이 민주주의 농단”

3일 오후 8시 현재 서울 종로구 청계천 청계광장에는 3만여명(주최측 추산)의 시민이 모였다. 현재도 참석자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경찰은 36개 중대와 2100여명 경력을 배치해 “여러분은 지금 미신고 집회에 참석했다. 해산하길 바란다”는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경찰은 참석자의 규모가 커지자 시민들의 행렬을 막기 위해 무교동 사거리에 전경차로 차벽을 세워 참석자 사이를 가로 막았다. 이 과정에서 차벽 철수를 요구하는 시민들과 충돌을 빚고 있다.

3일 오후 무교동 사거리에서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행렬을 가로막은 경찰 차량. |박은하 기자

3일 오후 무교동 사거리에서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행렬을 가로막은 경찰 차량. |박은하 기자

시민 조성욱씨(51)는 “80년대 대학 신문사 기자로 활동할 당시 민주주의에 대한 기사를 경찰에게 끌려가 얹어맞고 그랬다”면서 “1987년 힘들게 민주주의를 쟁취해 냈는데, 국정원이 민주주의를 농단한 모습을 보니 나의 20~30대 전체를 부정당한 기분”이라며 분노했다.

조희연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 의장은 무대에 올라 “새누리당 국정조사 위원을 전원 교체하고, 국정조사 기간을 전면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원 대선개입의 핵심 인물인 원·판·김·세(원세훈·김용판·김무성·권영세)를 반드시 국정조사에 불러내야 한다”면서 “이들이 국정조사에 응할 때까지 민주당은 장내로 들어가선 안 된다”고 밝혔다.

또 민주당 국정조사 특위 신경민 의원은 “새누리당은 촛불과 시국선언을 NLL로 막고, 국정조사를 꼼수 휴가로 막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NLL만 피와 땀으로 막은 것이 아니라, 우리 민주주의도 피와 땀으로 얻은 것”이라고 말해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집회에 김한길(가운데) 민주당 대표와 전병헌(왼쪽 두번째) 원내대표가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집회에 김한길(가운데) 민주당 대표와 전병헌(왼쪽 두번째) 원내대표가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1보]‘국민촛불대회’ 막 올려…시민 2천여명·민주 의원 70여명도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은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들로 가득 메워졌다. 온도가 32도를 넘어서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국민촛불대회’가 막 시작된 오후 7시 현재 청계광장에는 이미 2000명 이상의 시민들이 모인 상태다.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젊은 부부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이날 촛불집회는 장외투쟁에 나선 민주당이 처음으로 촛불집회에 합류해 국정조사 정상화와 국정원 개혁 등 향후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친구들과 함께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왔다는 김수환씨(76)는 “국정원 선거 개입은 민주주의를 해친 심각한 문제인데 국정조사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진실이 명확히 밝혀질 때까지 국정조사 기한 연장을 요구하고,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이 더운 날씨에도 나왔다”고 말했다.

3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 모인 시민들.

3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 모인 시민들.

집회가 시작되기 전인 오후5시30분에는 장외 투쟁에 나선 민주당의 ‘민주주의 회복 및 국정원 개혁 촉구 국민보고대회’가 열렸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신경민·우원식·도종환 의원 등 72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지금 새누리당 지도부에게 정국을 풀 열쇠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국정조사 정상화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대통령과의 담판이 이뤄지기 전까지 천막을 걷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박 대통령이 침묵으로 지금 상황을 외면한다면, 국민은 박 대통령을 외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 파행과 관련해 장외투쟁 사흘째를 맞이한 민주당이 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개최한 대중집회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단독회담을 제안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 파행과 관련해 장외투쟁 사흘째를 맞이한 민주당이 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개최한 대중집회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단독회담을 제안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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