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11년… 화성 탐사로봇 ‘오퍼튜니티’ 42.195㎞ 주파

지구 밖 로봇 최장 이동기록… NASA “결승선 없는 승리”

케냐의 마라톤 선수 데니스 키메토가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 마라톤대회에서 세운 세계기록은 2시간2분57초였다. 하지만 같은 거리를 움직이는 데 ‘오퍼튜니티’는 11년2개월이 걸렸다. 키 1.5m에 몸무게는 185㎏, 아무리 속도를 내도 1시간에 180m밖에 못 가지만 6개의 바퀴로 결국 마라톤을 완주한 오퍼튜니티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이동식 화성 탐사로봇(rover·로버)이다.

2004년 1월 화성에 도착한 오퍼튜니티가 24일 총 이동거리 42.195㎞ 기록을 세웠다. NASA는 웹사이트를 통해 “결승선 테이프는 없었지만, 오퍼튜니티의 ‘승리’를 축하한다”며 이 사실을 전했다.

지금까지 지구 밖 로봇의 최장거리 이동기록은 1973년 소련의 루노호드 2호가 달에서 세운 39㎞였다. 루노호드 2호는 4개월간 움직인 반면 오퍼튜니티는 화성의 토양과 대기를 분석하고 지구로 자료를 보내며 이동했다. 오퍼튜니티 안에는 9·11 테러로 무너진 뉴욕 세계무역센터 잔해도 들어 있어, 미국인들에게는 의미가 더 각별하다.

오퍼튜니티는 2003년 7월 쌍둥이 로버 스피릿과 함께 지구를 떠나 8개월 만에 화성에 착륙했다. 지금까지 이 로버가 지구로 찍어보낸 사진은 20만1700장에 이른다. 고비도 있었다. 2005년 4월 말 모래언덕에 바퀴가 파묻혀 6주간 고생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NASA 과학자들이 “오퍼튜니티가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며 걱정하기도 했다. 데이터 저장장치가 고장났던 것이다. 쌍둥이 스피릿은 2010년 3월 이미 연락이 끊겼지만 오퍼튜니티는 난관을 이겨내고 수명을 이어가고 있다. 당초 과학자들이 목표로 세운 활동기간은 석 달이었다.

오퍼튜니티를 운용하는 NASA 제트추진연구소는 다음주 로버를 위한 축하잔치를 연다.

오퍼튜니티가 기록을 세운 날, NASA의 또 다른 로버 ‘큐리오시티’(2012년 9월 착륙)는 질소가 포함된 질산염의 흔적을 확인했다. 질소는 유전자의 구성 요소다. 큐리오시티는 지난해 12월 메탄가스를 발견하는 등 생명체 존재에 필요한 요소들을 잇따라 찾아내고 있다.

우주 로봇 미 항공우주국(NASA)화성 탐사 우주 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