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갑을 논쟁’ 그 후
▲ 밀어내기·판매 목표 강요
국민 공분 산 대기업 횡포
2년간 개선은 ‘반쪽짜리’
2013년 한국사회에 불거진 ‘갑을 논쟁’은 뜨거웠다. 출발점은 편의점이었다. 세븐일레븐·CU 등 대기업 프랜차이즈 편의점 본사의 가맹점주들에 대한 횡포, 물량 밀어내기와 판매 목표 강요 등을 일삼았던 남양유업 사태 등은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후 2년간 이뤄진 개선은 ‘반쪽짜리’로 평가받는다. 현장의 중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한다.
2013년 대기업의 사업 영역 확대로 중소기업이 입는 피해를 방지하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이 제정됐다. 신속사업조정제도 등이 도입됐다. 동반성장위원회를 중심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도 실시되고 있지만 법적으로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대기업이 권고를 이행하지 않아도 뚜렷한 제재수단이 없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중소기업청장 산하 심의위원회가 지정·해제할 수 있도록 하고 대기업이 이행하지 않는 경우 사업 이양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이 2013년 4월 발의됐으나 대기업과 여당의 반대로 2년 넘게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에 의무휴업일을 지정하거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돼 왔지만, 최근 신세계·롯데 등 대기업들이 확대하고 있는 대형 아웃렛과 복합쇼핑몰은 지역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데도 특별한 규제가 없는 상태다. 공정위는 2013년부터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는 자치법규를 개선한다며 지방자치단체의 경제민주화, 사회적경제지원, 골목시장 보호 관련 조례·행정에 대해서도 개입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의 일환이다.
2013년 7월 매출 저조 점포에 대한 24시간 영업 강제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가맹점 사업자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하지 않는 등 한계는 여전하다. ‘남양유업 방지법’으로 불리는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도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가맹사업자 본사가 대리점에 강제로 밀어내기를 할 경우 손해의 3배까지 배상토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 계속적재판매거래 관련 고시를 제정해 시행하면서 ‘남양유업 방지법’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은 전속고발권을 가진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수사할 수 있었지만, 2013년 6월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서 감사원, 중소기업청, 조달청에도 고발 요청권이 부여됐다. 피해자나 시민단체도 고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는 행위에만 적용되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부당 단가 인하, 부당 발주 취소, 부당 반품 행위로 범위가 확대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 전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과 집단소송제 도입은 아직 진척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