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선에서 새 돛을 올리는 프로축구 인천 정의석 단장

인천 | 양승남 기자

“시민구단이라는 울타리 치우고 재정 운영 혁신 야생성 회복할 것”

‘난파선을 구하라’는 긴급 명령을 받은 선장치고는 에너지가 펄펄 넘쳤다.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정의석 신임 단장(46·사진)은 지고 있는 경기에서 후반 40분에 투입된 교체 공격수 정도 될 것 같다. 정 단장은 부채 100억원을 떠안고 임금이 2개월 체불된 만성 적자의 시민구단 인천을 구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긴급 투입됐다.

난파선에서 새 돛을 올리는 프로축구 인천 정의석 단장

단장 배경 선임 과정부터 독특하다. 마케팅 및 컨설팅 회사인 ‘올리브 크리에이티브’ 대표인 그는 지난 2~5월 ‘인천 유나이티드 경영진단 및 발전 전략’ 컨설팅을 진행했다. 그러다 구단주인 유정복 인천시장이 “진단과 처방을 했으니 치료도 잘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해 운영하던 회사를 아내에게 맡기고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인천 단장직을 맡았다.

정 단장은 12일 부임 후 첫 홈경기인 포항 스틸러스전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시·도민 구단이 그동안 가지 않았던 길을 걸어 병폐를 고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 단장은 지난 5년간 인천 구단의 경영 자료를 분석하면서 재정 운용의 원칙이 없다는 문제를 발견했다. 현재의 경영 위기를 초래한 결정적 대목이 있었다. 그는 “선수단 운영, 마케팅 비용, 사무국 인건비 등 항목별로 정해진 재정 원칙 속에 시즌을 운영해야 하는데 5년간 자료를 검토해보니 해마다 항목별 비율의 편차가 너무 컸다. 어느 해는 선수단 운영비가 평년보다 60억원이 더 많은 해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단 운영비가 구단 예산의 60%를 넘지 않게 해 지난 5년을 시뮬레이션해 봤더니 오히려 흑자가 나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정 단장은 대한축구협회 미래전략기획단 위원이자 한국축구과학회 정회원으로 FC서울의 마케팅, 2부리그 고양과 이랜드FC의 창단 작업에 참여하는 등 축구단에 대한 직간접 경험이 풍부하다.

정 단장은 구단 재정 운용의 원칙을 세우고, 시민구단이 해오던 관성의 틀을 깨겠다고 했다. 시(市)에만 손 벌리고 매달리는 시민구단의 현실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정 단장은 “K리그라는 무대는 드넓은 초원이다. 그러나 그 초원에 시라는 울타리가 쳐지면서 동물원이 됐다. 시에서 나오는 사육사가 먹여줬다. 왔다갔다하는 관광객이 먹이를 줬다. 이제 사육사와 관광객이 없으니 굶어죽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울타리를 치우고 사냥을 하면 된다. 이빨을 드러내고 사냥력을 회복하면 된다. 직원들에게 당신들의 전투력을 믿는다고 했다. 내가 먼저 뛰어들 테니 나와 같이 사냥하자고 했다. 이제 직원들의 눈빛과 목소리 톤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 단장은 인천을 진정한 시민의 구단으로, 재정적으로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는 시민 구단으로 만들 계획이다.

정 단장은 “김도훈 감독 이하 선수단이 놀라운 성적으로 이슈를 만들고 있다. 시즌이 끝나면 우리는 선수단, 프런트, 팬, 시민이 하나가 돼 인천에서 미러클 메이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