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평양에서 공연한 슬로베니아 록밴드 ‘라이바흐’(Laibach)가 “북한 주민들이 우리 같은 음악을 처음 들었기 때문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는 듯 했다”고 말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27일 라이바흐의 멤버 이보 살리거가 미국 연예지 롤링스톤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언급하고 “그래도 예의 바르게 노래가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고 공연이 끝났을 때는 기립박수를 쳤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라이바흐는 지난 19일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20일에는 평양 금성학원에서 공연을 가졌다.
밴드를 대표해 인터뷰에 응한 이보 살리거는 “북한 관객 중 나이가 지긋한 남성은 공연 후 ‘이 세상에 이런 음악도 있다는 것을 전에는 알지 못했다’고 단원들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평양에서 처음으로 공연할 수 있는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며 “라이바흐는 결성된 이래 전체주의를 다뤄왔기 때문에 북한 방문은 꼭 해야 할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보 살리거는 “북한 주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음악을 연주하고 싶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온 노래들을 편곡해 연주했다”며 “관중들이 ‘도레미’라는 노래가 연주될 때 머리를 까딱거렸다”고 설명했다.
혼성 밴드인 라이바흐(Laibach)는 여성 멤버가 한복을, 남성 멤버가 인민복을 입고 공연을 펼쳤다. 셋리스트(연주목록)에 자신들의 곡은 하나만 올렸고 뮤지컬 곡 ‘에델바이스’에서 헤비메틀인 밴드 유럽 ‘파이널 카운트다운’까지 다양한 서구 대중음악을 소개했다.
이보 살리거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상을 “서양의 특징인 냉소, 빈정댐, 역설, 저속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은 가난하고 고립됐으며 매우 억압적인 정치체제이지만 주민들은 환상적이고 소중한 지혜를 갖고 있는 듯했다”고 말했다.
이보 살리거는 또 “북한 맥주가 아주 훌륭하고, 평양을 비롯한 북한 전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대해 좋지 않았던 점은 자유롭게 이곳 저곳을 다닐 수 없었던 점을 꼽았다.
라이바흐는 공연 때 ‘아리랑’도 연주했다. 원래 북한 노래인 ‘가리라 백두산으로’ 등 3곡을 준비했지만 원곡과 지나치게 다르게 편곡됐다는 이유로 공연이 금지됐다.
라이바흐는 나치 스타일 복장과 나치 치하 독일을 연상시키는 내용의 공연으로 논란을 빚은 록밴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