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34개국 여행 류시형씨 “김치버스로 전 세계 누빈 경험 삼아 새 도전 나설 것”

이윤정 기자

캠핑카서 김치찌개 등 선보이며 여행지마다 한국 알리기로 인기

김치버스 개조해 건축물로 변신“이젠 정착, 한식 퓨전으로 승부”

“푸드트럭으로 돈 많이 벌었느냐는 질문을 곧잘 받곤 합니다. 하지만 세계일주하면서 한 번도 돈을 받고 음식을 판 적이 없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가진 김치버스 시식회에서 한식을 맛본 독일 젊은이들이 ‘원더풀’을 외치며 류시형씨(가운데)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가진 김치버스 시식회에서 한식을 맛본 독일 젊은이들이 ‘원더풀’을 외치며 류시형씨(가운데)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5년 동안 ‘김치버스’를 몰고 전 세계 34개국을 여행한 류시형씨(33)가 내놓은 답변이다. 외양만 보면 김치버스는 이동하면서 음식을 파는 ‘푸드트럭’과 다를 바 없다. “캠핑카로 여행하면서 외국 친구들에게 제가 만든 요리를 나눠줬다고 봐야죠. 한국을 알리는 여행을 해야겠다 싶어 캠핑카에 ‘김치버스’라고 적어놓고 여행지마다 무료 한식 시식회를 열었지요.”

지난 25일 서울 광진구에 있는 김치버스에서 만난 류씨는 돈과 성공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좇아 왔다고 했다. 그가 ‘대책 없는 낙천주의자’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류씨는 셰프, 여행작가, 사진가, 기획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다.

지난 25일 류시형씨가 김치버스 안에서 자신의 책을 들고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윤정 기자

지난 25일 류시형씨가 김치버스 안에서 자신의 책을 들고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윤정 기자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혼자 집에 있으면서 요리할 시간이 많았지요. 중학교 3학년 때 ‘요리사’가 되겠다고 결심했죠.” 경희대 조리학과에 입학한 류씨는 1학년 때 친구 3명과 열흘간 무전여행을 다녀오면서 세상 보는 시각이 바뀌었다. 그는 “돈 한 푼 없이 전국을 걸어 다녀 보니 책에서 본 세상과 직접 겪는 세상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며 “군 제대한 뒤 26유로를 들고 유럽여행 길에 오른 것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24살 때 편도 비행기표만 끊어 유럽으로 떠났던 그는 무전 여행기를 담은 <26유로>(랜덤하우스코리아)를 펴내기도 했다. 이후 여행작가가 돼 강연을 다녔던 그는 “좋아하는 게 요리, 사진, 여행, 사람, 술 등이었는데 이런 것들을 다 할 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 ‘김치버스’를 기획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김치버스를 계획하고 떠나기까지 3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후원사를 찾아다녔지만 100번 넘게 퇴짜를 맞았고, 김치버스 프로젝트에 함께하겠다던 친구가 직장을 찾아 떠나기도 했다.

“불안했냐고요?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20대에는 실패도 경험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는 2012년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에서 후원금 1억5000만원을 받아 러시아로 가는 배에 김치버스를 실을 수 있었다. 여정은 만만치 않았다. 2번이나 도둑을 맞고, 팀원들과 다투기도 했다. 시베리아에선 추운 날씨 때문에 김치버스를 횡단열차에 실어보냈다. 그는 러시아를 시작으로 우크라이나, 폴란드를 거쳐 유럽 27개국을 돌았다. 400일간의 여행이었다. 불고기, 김치찌개 등 한국 대표음식을 비롯해 김치피자, 김치브리토, 김치보르시 등 한식 퓨전요리를 선보였다.

유럽을 다녀오니 김치버스 프로젝트에 탄력이 붙었다. 2013년 일본, 지난해 남미, 올해 5월에는 이탈리아에 다녀왔다. “한국에선 대학 졸업, 취업, 결혼, 내 집 마련 등 정해진 삶의 순서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다른 나라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니 나름대로의 계획과 순서를 갖고 살고 있더라고요.”

국내에서 푸드트럭 운행은 제한적이다. 인가를 받기도, 영업가능 지역을 찾기도 힘들다. 올해 4월 그는 엔진을 뗀 김치버스를 일반 건축물로 등록했다. 김치버스를 이어갈 ‘새 엔진’을 얻기 위해서다. 그는 현재 서울 광진구 컨테이너 쇼핑몰 커먼그라운드에서 멕시코 음식인 타코와 쿼사디아를 활용한 한식 퓨전요리를 만들어 팔고 있다. “후원을 받아 김치버스를 이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한 곳에 정착하니 단골도 생기고 홍보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류씨 특유의 ‘긍정 에너지’는 매콤새콤한 그의 퓨전 타코 요리처럼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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