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이맘때]2014년 10월 ‘가수 신해철 의료사망사고’

정대연 기자

혹시 지난해 10월에 벌어진 사건 가운데 기억하는 사건이 있나요? 독자들은 ‘1년 전 이맘때’ 어떤 기사를 가장 많이 읽었을까요?

매일 쏟아지는 뉴스로 어제 벌어진 일조차 기억하기 어려운 시대에 ‘1년 전’을 묻는 건 어리석은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하루 살아가기 벅찬데 예전 일을 기억해 뭐하느냐’고 반문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과거가 모여 우리가 사는 ‘오늘’이 만들어집니다. 오늘 우리가 처한 현실은 모두 과거에 우리가 대응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향이네가 한 달에 한 번, 1년 전에 보도했던 뉴스 가운데 독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였던 뉴스를 선정해 전해드립니다. [1년 전 이맘때] 2014년 10월은 ‘가수 신해철 의료사망사고’ 입니다.

가수 신해철씨가 생전 마지막으로 트위터에 남긴 글.

가수 신해철씨가 생전 마지막으로 트위터에 남긴 글.

‘마왕’ 신해철씨는 지난해 10월21일 오후 10시4분 자신의 트위터에 ‘다요트 3주간 1차 프로그램 종료 -1’라는 글과 함께 본인 사진을 올렸습니다. 사진 속 신해철씨는 부쩍 핼쑥해진 모습이었습니다. 당시 그는 방송 복귀를 앞두고 다이어트 중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글이 생전 그가 남긴 마지막 글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그의 핼쑥한 얼굴은 다이어트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신해철씨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은 바로 그 다음날이었습니다. 이날 “신해철씨가 며칠 전부터 심장 통증을 호소했으며 오늘 새벽 한 병원에 입원했다. 오늘 오후 1시 갑자기 심장이 멈춰 바로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오후 2시 대형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는 신해철씨 측 관계자의 발언이 언론에 등장했습니다. 이 즈음 신해철씨는 위경련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장 협착이 발견돼 수술을 받았었는데 수술 이후에도 “심장 부위가 아프다”며 통증을 호소해왔다고 합니다.

다음날 아침 신해철씨는 응급수술을 받았습니다. 팬들은 진심으로 그가 우리 곁으로 돌아오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결국 신해철씨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같은 달 27일 오후 8시19분 향년 4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가수 신해철씨의 빈소 |공동취재단

가수 신해철씨의 빈소 |공동취재단

신해철씨는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밴드 ‘무한궤도’ 보컬로 데뷔한 뒤 솔로 가수와 밴드 ‘넥스트’ 활동을 병행하며 ‘그대에게’,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재즈 카페’, ‘인형의 기사’ 등 많은 히트곡을 남겼습니다. 사회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연예인으로도 유명했습니다.

가수 신해철씨의 영결식에서 가수 서태지씨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수 신해철씨의 영결식에서 가수 서태지씨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해철씨가 숨진 뒤 유족과 소속사 측은 의료사고 가능성을 제기하며 장협착 수술을 했던 서울 송파구 ㄱ병원 강모 원장(44)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강 원장은 당시 종편 JTBC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잘 나가던’ 의사였습니다. 하지만 신해철씨가 숨질 당시 그 해에만 의료사고로 3건의 송사를 치렀고 2건은 법원에서 의사 과실이 인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가수 신해철씨의 발인 때 눈물 흘리고 있는 가수 윤도현씨.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가수 신해철씨의 발인 때 눈물 흘리고 있는 가수 윤도현씨.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병원 측은 신해철씨가 수술 후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오히려 망자에게 책임을 돌렸지만 올해 3월 경찰은 “병원 측 과실로 고인이 사망했다”고 최종 결론을 내리고 강 원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강 원장은 지난해 10월17일 ㄱ병원 3층 수술실에서 신해철씨를 상대로 복강경을 이용해 위장관유착박리술을 시행했는데, 이때 신씨 동의 없이 위축소술을 함께 시술했고 그 뒤에 소장과 심낭에 각각 1㎝와 3㎜의 천공이 생겼다는 겁니다. 경찰은 “강 원장이 수술 후 적극적으로 치료행위를 하지 않고 추적·관찰이 없었던 점, 위급 상황에 대한 판단 오류를 일으킨 점이 신해철씨의 사망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시 신해철씨가 고열과 심한 통증, 심막기종과 종격동기종 등 복막염 증세를 보였지만 강 원장은 ‘통상적인 회복과정’이라며 적절한 진단 및 치료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올해 8월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해 의료 과실로 결론 내리고 강 원장을 기소해 신해철씨 사망사고는 재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가수 신해철씨의 발인 때 오열하는 아내 윤원희씨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가수 신해철씨의 발인 때 오열하는 아내 윤원희씨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한국에서만 한 해 1만7000여명의 환자가 의료사고로 사망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사실 일반인들은 의료사고로 의심이 돼도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전문용어를 들이미는 의사를 상대로 승소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입니다. ‘마왕’은 마지막 가는 길에도 우리에게 화두를 던진 셈입니다.

[정리뉴스][1년 전 이맘때]2014년 10월 ‘가수 신해철 의료사망사고’

신해철씨는 생전 한 인터뷰에서 1999년 발매된 앨범에 수록된 자신의 곡 ‘민물장어의 꿈’을 소개하면서 “(나의) 팬이면 누구나 알지만 뜨지 않은 어려운 노래다. 이 곡은 내가 죽으면 뜰 것이다. 내 장례식장에서 울려 퍼질 곡이고 노래 가사는 내 묘비명이 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저 강들이 모여 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아무도 내게 / 말해 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긴 여행을 끝낸 당당했던 ‘마왕’이 그리워집니다.

▲ 민물장어의 꿈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두고 온 고향 보고픈 얼굴 따뜻한 저녁과 웃음소리

고갤 흔들어 지워버리며 소리를 듣네

나를 부르는 쉬지 말고 가라 하는

저 강물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익숙해 가는 거친 잠자리도 또 다른 안식을 빚어

그 마저 두려울 뿐인데 부끄러운 게으름

자잘한 욕심들아 얼마나 나일 먹어야

마음의 안식을 얻을까 하루 또 하루 무거워지는

고독의 무게를 참는 것은 그보다 힘든 그보다 슬픈

의미도 없이 잊혀지긴 싫은 두려움 때문이지만

저 강들이 모여 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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