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 봉지에 숨겨…‘137억원 규모’ 달러 밀반출

김형규 기자

필리핀 노동자 송금 의뢰받고 7년간 ‘환치기’한 일당 검거

초코파이 봉지 안에 미화 100달러짜리 지폐를 숨겨 공항 수하물로 부치는 수법으로 140억원에 이르는 돈을 해외로 빼돌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7년 넘게 한 번에 수천만원씩 외화를 몰래 숨겨 비행기를 타고 출국했지만 한번도 공항 검색대나 세관에 적발되지 않았다.

서울경찰청 관광경찰대는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환치기’ 조직 총책 ㄱ씨(40)와 운반책 ㄴ씨(32) 등 필리핀인 2명을 구속하고, 필리핀인 환치기 모집책 ㄷ씨(39)와 한국인 환전업자 ㄹ씨(57·여)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이들은 2009년 1월부터 이달 초까지 국내에서 일하는 필리핀 노동자들의 송금 의뢰를 받고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총 137억원 상당의 미국 달러를 필리핀으로 밀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의 환치기 작업은 분업이 확실했다. 모집책 ㄷ씨는 송금을 의뢰한 필리핀 노동자들에게 원화를 받아 총책 ㄱ씨에게 전달하고 건당 5000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ㄱ씨는 이 돈을 서울 이태원 관광특구 내 ㄹ씨가 운영하는 환전소에서 미화 100달러 지폐로 바꿨다. 바꾼 지폐는 초코파이 봉지 1개당 5~30장씩 집어넣은 뒤 새것처럼 다시 밀봉했다.

운반책 ㄴ씨는 이렇게 포장한 초코파이 봉지를 가방에 넣어 위탁 수하물로 부치거나 본인이 직접 비행기에 들고 타 필리핀까지 운반했다. ㄴ씨는 그때마다 수고비로 30만원을 받았다. ㄴ씨는 관광비자로 한국과 필리핀을 60차례 이상 오가며 돈을 날랐다.

이들이 한 번에 빼돌린 돈은 평균 3만~4만달러 정도였다. 현행법상 미화 1만달러 이상을 소지하고 출국할 경우 신고를 해야 하지만 이들은 매번 공항을 무사 통과했다.

경찰은 불법 미화 반출 일당이 있다는 제보로 수사에 착수해 총책부터 서울 주거지에서 붙잡은 후 인천공항을 통해 7800달러를 들고 나가던 운반책을 검거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초코파이 은박 포장지 안에 돈을 넣으면 공항 수하물 검사에서 적발되지 않을 줄 알았고 실제로 한번도 걸린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1996년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에 들어온 총책 ㄱ씨는 불법체류자 신분이었지만 ㄷ씨의 외국인 등록증을 가지고 다니며 불심 검문을 피했다. 환전과 송금을 처리해주는 대가로 ㄱ씨는 매달 300만~400만원씩 3억원가량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