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이기환

역사 스토리텔러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을 맞아 사면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맞습니다. 대통령은 헌법 79조에 따라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면권은 대통령이 휘두르는 무소불위의 권한일까요. 아닙니다. 헌법 11조를 보면 대통령의 사면권 보다 더 중요한 대목이 나옵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왕조시대에도 사면권은 임금의 절대권한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역대 군주들은 사면권을 되도록이면 신중하게 처리하려 했습니다. 물론 만백성의 어버이로서 용서해주고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습니까. 그러나 역대 군주와 신하들의 뜻은 분명했습니다. ‘잘못된 사면은 임금과 백성 모두를 해치는 행위’라는 구양수의 지적과 ‘사면은 소인의 다행이며, 군자의 불행’이라는 당나라 태종의 천명을 금과옥조로 삼은 것입니다.

☞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팟캐스트 듣기


군주는 사면권을 행사할 때면 신하들의 의견을 묻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신하들도 군주의 독단에 마냥 휘둘리지 않았습니다. 군주가 사면권을 남발할라치면 고개를 빳빳이 들고 ‘아니되옵니다’를 외쳤습니다. 무엇보다 재난을 맞았을 때 군주는 ‘내가 부덕한 탓’이라고 일단 고개를 숙인 뒤에 사면권을 행사했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한번 묻고싶습니다. 과연 왕조시대보다 잘난 시대입니까.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팟캐스트’ 91회는 ‘전하! 사면은 소인의 다행이요, 군자의 불행입니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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