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병사’로 판정한 것은 과거의 사례와 비교해 적절했을까?
이한열기념사업회는 10일 페이스북에 이한열 열사의 사망진단서를 공개했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이 백남기씨의 사망진단서 작성에 대한 국회 교문위 질의에서 참고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이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기념사업회 측은 “(오영훈 의원실은) 사망진단서와 함께 당시 부검영장 발부 과정이나 부검 후 가족들의 반응 등을 조사하고자 했다”며 “백남기씨의 사망원인을 밝혀내는 데 이한열 열사의 경우가 상당한 참고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한열 열사는 1987년 6월9일 박종철 열사의 고문 살인 은폐를 규탄하는 연세인 결의대회에서 전투경찰이 쓴 최루탄을 뒷머리에 맞고 한 달 동안 사경을 헤매다 숨지면서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인물이다.
이한열기념사업회는 “이한열 열사의 경우 공권력의 물리적 뇌손상이 ‘선행’ 사인이었고, 이 사인이 사망진단서에 명확하게 쓰여있다”고 밝혔다. 이 기념사업회가 공개한 이한열 열사의 사망진단서에는 사망의 종류가 ‘병사’가 아닌 ‘외인사’로 기록됐다. 사망의 원인은 선행사인으로 ‘뇌손상’, 중간 선행사인으로 ‘폐렴’, 직접사인으로 ‘심폐기능정지’로 적혀있다.
이 사망진단서에 따르면 뇌손상과 폐렴이 심폐기능정지와 직접적 인과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와있다. 백남기씨도 직접사인은 심폐정지로 같지만 사망의 종류는 ‘병사’로 나와있다. 뇌손상으로 ‘외인사’를 판정받은 이한열 열사와 다르다.
노컷뉴스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백남기씨의 사망원인을 ‘병사’로 내리면서 논란을 불러온 백씨 담당 주치의 서울대병원 백선하 교수는 백씨 사망 직후 퇴원기록에 ‘외상성 경막하출혈’이라고 기재했다. ‘외상성 경막하출혈’은 외부의 강한 충격에 의해 뇌를 둘러싼 경막 안쪽 뇌혈관이 터지면서 피가 뇌와 경막 사이에 고이는 증상이다.
이 퇴원기록은 백 교수가 ‘병사’라고 기재한 백남기씨의 사망진단서 작성 직전에 쓴 것으로, 같은 날 작성된 두 문서가 서로 다르게 기재됐다는 점에서 ‘외압 의혹’ 등 사망진단서를 둘러싼 논란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백 교수는 이날 국회 서면 질의 답변에서 “진단서를 변경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변경 권고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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