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의인’ 김관홍 잠수사 1주기 추모제···“국가 대신 아이들을 부모 품으로 안겨준 은인”

이재덕 기자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고(故) 김관홍 잠수사 1주기 추모문화제’에서 고인의 부인 김혜연 씨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고(故) 김관홍 잠수사 1주기 추모문화제’에서 고인의 부인 김혜연 씨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수중 구조활동에 나섰다가 트라우마로 지난해 갑자기 숨진 김관홍 잠수사의 1주기 추모문화제가 1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4·16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등이 주최한 이날 추모제에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 추모 시민 200여 명이 참석했다.

고인의 부인 김혜연씨는 이날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며 “그토록 기다리던 세월호가 3년만에 깊은 바다에서 올라왔다. 처참한 모습으로 떠오른 그 배를 보러 목포 신항에 갔다. 가까이 다가가 세월호를 봤는데 당신 생각에 온 마음과 몸이 무너지고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거짓은 내려가고 진실은 올라왔는데, 더 좋은 세상이 왔는데, 오고 있는데 당신과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안타깝고 아쉽다”고 했다.

세월호 의인, 고 김관홍 잠수사 1주기 추모문화제 | 416TV 동영상 캡쳐화면

세월호 의인, 고 김관홍 잠수사 1주기 추모문화제 | 416TV 동영상 캡쳐화면

김씨는 “어둡고 춥고 공포스러운 바닷 속을 헤치고 나가 한명이라고 더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려고 했던 잠수사들이 아직도 시름하고 아파하고 있다”며 “그분들에게 힘이 돼 달라. 남편이 남긴 마지막 말을 제가 다시 하고 싶다. 뒷일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관홍 잠수사와 함께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활동을 했던 민간잠수사들도 편지를 낭독하며 “세월호 진상규명을 반드시 하고, 누가 그토록 진실 규명을 방해했는지 밝히기 위해 민간잠수사들이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추모사에서 “고인이 된 김관홍 잠수사와 첫 만남에서 나눴던 말을 기억한다”며 “저희 손을 잡고 한 첫 마디는 ‘죄송하다’ 였다. 304명을 다 수습하지 못한 자신들이 죄인이라며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런 잠수사님께 저는 우리 아이들을 부모 품으로 안겨준 은인이라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국가가 구조하지 않았고 수습조차 하지 않은 일을 민간잠수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자기 목숨을 걸고 구조작업과 수습을 해 냈다”며 “이분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자 국가로부터 제대로 대우받아야 할 세월호 참사의 의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을 구하고자 했던 사람이 죄가 되는 것이 아닌, 사람을 죽음으로 내몬 자들이 모두 처벌받고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 정당한 보상이 보장되는 세상,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고 국민의 권리를 제대로 회복하는 일이 남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의인, 고 김관홍 잠수사 1주기 추모문화제| 416TV 동영상 캡쳐화면

세월호 의인, 고 김관홍 잠수사 1주기 추모문화제| 416TV 동영상 캡쳐화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제가 기억하는 김관홍 잠수사는 부정의, 불공정, 불합리 등과 싸워왔던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수중수색을 중단하고 잠수사들을 빼겠다고 애기했을때 선상에서 격렬하게 저항했던 사람이 바로 김관홍 잠수사였고, 그 이후에 구조실패의 책임을 정부가 져야함에도 불구하고, 잠수사들을 탓하며 잠수사를 기소했던 정부의 파렴치한 행동에 저항했던 사람도 김관홍 잠수사였다”며 “본인이 많은 아이들을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지 못했다는 미안함을 가지면서도 어떻게든 가족 분들 옆에 다가서려고 노력했던, 그런 따뜻한 마음을 가졌던 사람 역시 김관홍 잠수사였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6월 세월호 희생자와 피해자의 범위를 구조활동과 수습활동을 진행한 민간인 잠수사, 소방공무원, 단원고 재학생과 교직원 등으로 확대하고 지원하는 내용의 ‘세월호 피해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김관홍 잠수사법’으로도 불린다. 박 의원은 “김관홍 잠수사법 통과를 비롯해서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세월호 관련 여러 이슈들이 있다”며 “김관홍 잠수사가 이루고자 했던 고귀한 뜻을 여기 모인 많은 이들이 담아가서 하나씩 하나씩 해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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