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독립운동 선봉에 선 타미미 가문의 10대들

심윤지 기자

팔레스타인의 17세 소년이 이스라엘 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소년은 최근 무장한 이스라엘 군인을 맨손으로 때려 재판에 넘겨진 소녀 아헤드 타미미(17)의 친척으로 알려졌다.

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수도 라말라 인근의 데어 니담 지방에서 이스라엘군의 총격을 받아 숨진 무사브 알 타미미의 어머니가 아들의 시신에 입을 맞추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수도 라말라 인근의 데어 니담 지방에서 이스라엘군의 총격을 받아 숨진 무사브 알 타미미의 어머니가 아들의 시신에 입을 맞추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알 자지라는 지난 3일(현지시간) 무사브 피라스 알 타미미가 팔레스타인 임시 수도 라말라 인근의 데어 니담에서 항의시위를 하다 이스라엘 군에 의해 사살됐다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은 “점령군이 쏜 총알이 그의 목을 관통했다”며 “무사브는 총격 직후 라말라의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몇분 지나지 않아 숨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군인은 무사브가 총을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군 당국은 사실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무사브의 아버지 피라스는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수개월 간 이어져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알 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군은 집에 쳐들어와 주민들을 괴롭히고, 야간 공습을 하고, 길가에 폭탄을 던진다. 이런 일들은 우리의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우리는 침묵을 지키며 보고만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세계는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다”고도 했다.

라말라를 비롯한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는 이스라엘 군인에게 돌을 던지는 팔레스타인 10대 소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 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 선언 이후 거의 매일 시위가 열리고 있다. 이날 오전에도 무사브를 비롯한 소년 30여명이 반이스라엘 시위를 하고 있었다고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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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자지라는 무사브가 지난 1일 이스라엘 군인을 맨손으로 때리고 발로 찬 혐의로 기소된 아헤드의 친척이라고 보도했다. 아헤드는 당시 사촌동생 무함마드(14)가 이스라엘 군인이 쏜 고무탄에 맞아 혼수상태에 빠지자 이에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5년에도 이스라엘 군에 돌을 던지다 체포된 남동생을 구하기 위해 군인의 팔을 물어 화제가 됐다. 12살 때인 2012년 어머니의 체포를 막기 위해 이스라엘 군인을 향해 위협을 가하는 사진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수 차례 공유됐다.

타미미 가문은 팔레스타인의 대표적인 활동가 집안 중 하나다. 아헤드의 삼촌과 사촌동생을 비롯해 많은 타미미 가족이 이스라엘 군의 공습에 목숨을 잃었다. 아헤드의 어머니도 딸의 폭행 장면을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아버지 베셈은 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에 “우리에게는 평화적 저항을 이어나갈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가족으로서, 공동체로서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나비 살레 지역에서 당시 11살이던 아헤드 타미미가 어머니를 체포하려는 이스라엘 군인에 맞서 주먹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2012년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나비 살레 지역에서 당시 11살이던 아헤드 타미미가 어머니를 체포하려는 이스라엘 군인에 맞서 주먹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타미미의 10대들은 반이스라엘 운동의 선봉에 서있다. 일각에서는 타미미 가문이 어린 아이들을 팔레스타인 분쟁의 선전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스라엘 무장군인을 때리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이를 제지하는 대신 영상을 찍어 공유하거나, 이러한 행위를 영웅적인 것으로 칭찬하고 장려하는 부모의 태도가 ‘아동 학대’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유니세프 아동보호전문가 출신 프랭크 로니는 “어린시절의 끔찍한 경험이 평생의 태도를 정의할 수 있다. 팔레스타인의 트라우마가 세대 간에 전승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말했다. 어린시절부터 가족의 구금과 죽음을 겪으면서 좌절의 악순환에 더 쉽게 빠져들게 된다는 분석이다. 가디언 중동 특파원 해리엇 셰우드는 “그는 잔다르크도 팔레스타인의 꼭두각시도 아니며 트라우마를 가진 ‘두 번째 세대’의 상징”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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