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SF서 읽는 미래…인류는 지구의 위험을 해소할 수 있을까

김향미 기자
오래된 SF서 읽는 미래…인류는 지구의 위험을 해소할 수 있을까

수십년 전 발표된 과학소설(SF) 작품들이 잇따라 새 옷을 입고 독자들과 만난다. 국내 SF 시장이 커지면서 재발굴된 책들이다. 한국 최초의 SF 장편소설로 평가받는 문윤성 작가(1916~2000·오른쪽 사진)의 <완전사회>(1965)가 최근 복간됐다. 한국에 1996년 소개된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83·왼쪽)의 유일한 SF 연작 <치료탑>(1990)과 <치료탑 행성>(1991)도 한데 묶여 <치료탑 행성>이란 이름으로 20여년 만에 다시 출간됐다. 가까운 미래상을 그려낸 두 소설은 20세기 근대 문명의 폭력성과 야만성을 고발하는 동시에 인류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주체로 여성을 내세웠다.

두 작품은 ‘인류가 지구를 망칠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출발한다. 인류는 자기 존속을 위해 미래 또는 우주로 대안 세계를 찾아나선다. <완전사회>의 출발점은 20세기 중반이다. 유엔은 신체적·지적 능력이 뛰어난 ‘완전인간’을 선발해 미래로 보내기로 한다. 27세의 한국인 남성 우선구는 161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2155년 깨어난다. 그사이 인류는 핵무기, 기상무기, 생화학무기 등이 사용된 제3·4차 세계대전에 이어 남녀 성대결인 5차 대전까지 치렀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단성생식이 가능해지자 여성들은 “항상 정복욕에 불타있”는 남성들을 제거하고 여인천하를 건설한다.

<치료탑 행성>에서 인류는 20세기 말 국지적 핵전쟁과 원전사고 등으로 지구가 오염되자 새로운 지구를 찾아 ‘선택받은 자’ 100만명을 태운 우주선을 띄운다. 이른바 ‘대출발’ 프로젝트. ‘잔류자’는 낙오자란 인식 속에 망가진 지구에서 생존을 이어간다. 그러나 대출발은 10년 만에 실패하고, 선택받은 자들이 지구로 돌아온다. 외행성에서 죽은 사람도 살려내는 치료탑이라는 구조물을 발견한 선택받은 자들은 지구에 치료탑을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또 다른 우주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전쟁과 핵개발, 환경파괴는 인류가 맞닥뜨린 위험이다. 과연 인류가 현 세기, 지구 안에서 그 위험을 해소할 수 있을지 두 작품은 묻고 있다.

오래된 SF서 읽는 미래…인류는 지구의 위험을 해소할 수 있을까

‘SF가 남성중심적’이라는 일각의 편견과는 달리 두 작품은 “오래전부터 SF에서 페미니즘은 두드러진 특징”(정소연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대표)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박상준 한국SF협회 회장은 <완전사회>를 두고 “어느 때보다 페미니즘과 젠더 평등에 관한 관심이 첨예한 지금 상황을 50년 전에 정확히 내다본 듯하다”고 평했다. 극중 “일체의 낡은 관념과 그 위에 설정된 모든 제도를 무시한다”는 ‘진성(眞性) 선언’은 남성중심적 사회에 일갈한다. 이 선언은 여성을 인류 유일의 참된 존재로 규정한 것이다.

<치료탑 행성>에서 여성 화자이자 잔류자인 ‘리쓰코’는 선택받은 자 ‘사쿠’와 사랑하는 사이로 대출발과 그 이후 세계를 관찰·묘사하는 인물이다. 리쓰코는 핵전쟁에서 부모를 잃고 유럽의 범죄집단으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다. 하지만 리쓰코는 사쿠를 변화시키는 인물이자 인류의 과거와 미래를 조망하는 시선의 주체다. 일본 SF작가이자 평론가인 고타니 마리는 2008년 현지에서 이 책이 재출간됐을 때 “리쓰코를 통해 문명이 내포하는 타자성, 소외성, 스스로의 내부에 구조화된 위화감의 정체를 철저하게 탐구해가는 소설”이라고 했다. 출판사 에디토리얼의 최지영 책임편집자는 “생명을 치유하고 재생하는 ‘여성성’의 본질을 잘 드러낸 SF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작품은 SF의 인기에 따라 ‘재발굴’됐다. <완전사회>를 펴낸 아작 출판사의 박동준 디렉터는 “국내 SF 규모가 커지고 있는 이때, 숨겨져 있던 초창기 SF의 작품들을 접할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었다. 문윤성 작가의 단편들도 잇따라 재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디토리얼은 과학교양 서적 출간을 목표로 하는 신생 출판사로 <치료탑 행성>이 첫 책이다. 최지영 편집자는 “과학교양서 중 독자들과 쉽게 만날 수 있는 장르가 SF라고 생각했고, 오에의 유일한 SF라는 점도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지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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