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에 다시 깨어난 속리산 ‘도깨비들’

글·사진 이삭 기자

한때 최대 민화·도깨비전시관 복원 ‘에밀레박물관’ 가보니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에밀레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백제왕 도깨비’ 조각상(위쪽 사진). 높이 2m, 폭 30~50㎝의 나무판자 12개에 조각된 풍백(風伯)·우사(雨師)·뇌공(雷公)·운사(雲師) 등의 도깨비가 박물관 입구를 지키고 있는 이 박물관은 ‘도깨비 박물관’으로도 불린다.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에밀레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백제왕 도깨비’ 조각상(위쪽 사진). 높이 2m, 폭 30~50㎝의 나무판자 12개에 조각된 풍백(風伯)·우사(雨師)·뇌공(雷公)·운사(雲師) 등의 도깨비가 박물관 입구를 지키고 있는 이 박물관은 ‘도깨비 박물관’으로도 불린다.

지난 15일 찾은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에밀레박물관 입구에는 도깨비 네마리가 무서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높이 2m, 폭 30~50㎝의 나무판자 12개에 조각된 풍백(風伯)·우사(雨師)·뇌공(雷公)·운사(雲師)다. 다른 한편에 있는 익살스러운 표정의 나무조각상은 크게 벌린 입이 두드러지는 ‘백제왕 도깨비’다.

안으로 들어서면 고려시대 때나 볼 수 있을 법한 ‘팔각전(八角殿)’이 눈에 들어온다. 700㎡ 규모의 건물 내부에는 1층 높이의 벽들이 둘러쳐져 있고, 가운데는 정원이 자리한 독특한 구조다. 팔각전 벽에는 ‘까치호랑이’ 등 민화 수십점이 걸려 있다.

민화 연구가 고 조자용 박사
서울서 세운 뒤 속리산 이전
도깨비 조각·민화 다수 보관

‘도깨비 박물관’이라고도 불리는 이 박물관은 한국 민화 연구에 힘을 쏟던 고 조자용 박사(1923~2000)가 세운 1만1000여㎡ 규모의 사립 민속박물관이다. 1967년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문을 열었다가 1983년 4월 속리산 초입인 지금의 장소로 옮겨졌다. 이곳은 한때 국내 최대 민화 전시관이자 도깨비 관련 조각과 소품을 보관하던 장소였지만, 조 박사 타계 이후 18년 동안 방치되면서 흉물로 전락했다.

사람들에게 잊혀졌던 에밀레박물관이 다시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부터다. 박물관의 법적 재산관리인인 조 박사의 외손자 이만동씨(61)가 민속학계와 함께 복원추진위원회를 설립한 것이다. 이들은 수장고에 남아있던 민화와 조 박사의 연구자료 등을 수습하며 박물관에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방치됐던 박물관 복원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현재 박물관에서 온전히 제 모습을 찾은 것은 팔각전뿐이다. 체험객들이 숙소로 사용하던 귀틀집 대부분은 지붕이 내려앉아 있다. 소장품 훼손 문제도 심각하다. 박물관에 전시된 민화 대부분이 1998년 박물관을 덮친 홍수로 인해 얼룩 등이 생겨 상태가 좋지 않다. 2014년 화재로 유실된 작품도 있다. 이씨는 “박물관을 다시 열기 위해 외할아버지 제자들의 도움을 받아 곳곳을 손보고 있지만 어려움이 많다”며 “정리작업 중 찾아낸 조 박사의 그림과 연구자료 등은 민속학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돼 이를 중심으로 전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후손, 훼손 소장품 복구작업
매주 금·토·일 일반에 공개
“민속학 연구에 도움 됐으면”

추진위는 이번 달 안에 ‘조자용에밀레민문화연구원’이라는 법인을 설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이번 달부터 매주 금·토·일 일반에게 박물관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씨는 “박물관을 되살리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꼭 복원하겠다. 박물관 자료가 민속학 연구에도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 박사는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구조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건축 전문가다. 그는 민화에 매료돼 20여년 동안 전국을 돌며 민속생활용품을 수집해 왔다. 또 삼신학회를 설립해 도깨비, 삼신사상 등을 연구해 민속학 발전에 기여했다. 1981년 미국 베일러대학에서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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