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노동자들 카카오 카풀 반대·정부규탄 집회…카풀 업체는 가격할인 이벤트

김찬호 기자

‘카카오 카풀’ 시행에 반대하는 택시 노동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대로를 가득 메웠다.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 쪽에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고, 그 앞으로 약 400m 길이의 의사당대로는 ‘카풀 결사반대’ 머리띠를 두른 택시 노동자들로 가득했다. 이들은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대기업만 위하는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러 모였습니다. 카풀업계 비호하는 청와대는 각성하라”고 외쳤다. 주최 측은 10만여명의 택시 노동자들이 집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개 택시조합이 모인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가 20일 오후 ‘제3차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오전 전국 주요 도시에서 자취를 감춘 택시들이 국회 인근 도로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대구, 보령, 서산 등 각 지역 홍보광고를 붙인 택시들은 국회를 둘러싼 모양새로 주차됐다.

전국택시노조 등 택시 4개 단체 회원들 주최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현희 의원의 소개 때 야유를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전국택시노조 등 택시 4개 단체 회원들 주최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현희 의원의 소개 때 야유를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택시 노동자들은 지난 10일 국회 앞에서 분신한 최모씨의 간이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며 시작을 기다렸다. 이내 스크린 앞쪽으로 최씨 영정사진이 설치됐고, 상여까지 모습을 드러내며 현장 분위기가 고조됐다. 오후 2시쯤 집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택시 업계 자체적으로 열사로 추대한 최씨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된 집회는 정부 규탄 발언으로 가득했다. 일부 택시업계 간부는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령이 왜 카카오를 재벌로 만들어주는 정책을 시행하냐”며 “정부와 카카오는 무슨 사이냐”고 외쳤다.

택시 노동자들의 정부와 여당에 대한 감정은 내빈 소개 단계에서도 드러났다. 이날 집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등 국회의원 여럿이 참여했다. 전 의원이 발언을 하자 일부 노동자들이 물을 뿌리며 야유했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이 시작되자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택시 노동자와 함께 하겠다”며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날 발표된 결의문에는 “30만 택시종사자들과 100만 택시가족은 공유경제 운운하며 생존권을 말살하는 카풀영업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국회가 상업적 카풀앱을 금지하는 법개정을 즉각 처리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주요 내용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카풀앱 근절 투쟁에 나선다’. ‘정부는 카풀앱 근절을 위해 철저한 단속과 규제에 나서고 국회는 관련 법을 개정하도록 투쟁한다’ ‘시민의 발이라는 택시 본래 기능이 회복되도록 노력한다’이다.

국회 앞 집회를 마무리 한 택시 노동자들은 마포대교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정권타도, 문재인을 심판하자”고 외쳤다. 여의도에서 공덕동으로 넘어가는 마포대교 차선 5개가 폐쇄되며 퇴근길 교통이 마비됐다. 강쪽 난간으로 다가가려는 노동자들을 경찰이 통제하면서 마찰도 빚어졌다. 일부 술에 취한 노동자들은 다리에서 생리 현상을 해결했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에 참석한 전국택시노조 등 택시 4개 단체 회원들이 몰고 온 택시들이 여의대로에 주차돼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에 참석한 전국택시노조 등 택시 4개 단체 회원들이 몰고 온 택시들이 여의대로에 주차돼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강신표 위원장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오늘 파업은 대기업이 택시 업종을 말살시키려는 행위에 대한 저항으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며 “정부가 카카오에 천문학적인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정책을 왜 하려는 것인지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정부와 국회에서 제안한 ‘택시 기사 월급제’ 등의 중재안에 대해서는 “무슨 돈으로 할 것이냐. 듣기 좋은 말만 하는 구태”라고 일축했다.

집회가 서울에서 열리면서 일부 지방 택시 노동자들은 동맹 파업을 하는 방식으로 집회에 참여했다. 하루 6000여대의 택시가 운행되는 광주에서는 2800여대의 법인 택시가 모두 휴업하고, 개인택시 상당수도 운행되지 않았다. 부산에서도 지역 택시 2만5000여대 가운데 90% 이상이 파업에 참여했고 대구에서도 1만6000대의 택시가 파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택시업계가 파업하자 일부 카풀 서비스업체는 ‘가격 할인’에 나서며 고객 확장에 나섰다. 카풀 서비스업체 ‘풀러스’는 이날부터 ‘무상 카풀’ 서비스를 시작했다. ‘풀러스’ 측은 20~21일까지는 전액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1월말까지는 여정거리, 소요시간에 관계없이 2000원의 연결비만 내면 카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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