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파이

2회. 국회에서 기자회견 하는 법

임아영 기자
[이슈파이] 2회. 국회에서 기자회견 하는 법

‘이슈파이’는 평범해보이는 현상을 ‘다르게, 오래’ 들여다보는 콘텐츠 입니다. 파이를 쪼개먹듯 이슈를 쪼개보겠습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의 일상에 숨어있는 이슈를 뜯어보겠습니다. 평소에 궁금했던 것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제가 대신 들여다보고 알려드리겠습니다.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국회 기자회견장 운영지침을 알아봤습니다. 국회 사무처는 “내규이기 때문에 운영 지침을 다 공개하진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보공개청구를 하라 했습니다. 그럼 알아봐야겠죠. 그래서 정보공개청구를 했습니다. [이슈파이] 1회. 국회 담장 사이 목소리

■국회의원만 예약할 수 있는 공간?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해당 기관에서 청구된 정보를 조사하고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데 10일이 걸립니다. 열흘을 기다려서 ‘국회 기자회견장 운영지침’ 파일을 받았습니다. 운영지침은 총 6조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사용권자’를 규정하는 규정은 2조에 있었습니다. 사용권자를 국회의원, 정당대표, 정당 대변인, 국회 대변인, 국회 직원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조 8항에 ‘국회의원 또는 정당 대표 등이 별도로 지정 신청하여 허가를 얻은 사람’도 가능하게 되어 있어 국회의원을 통해서 기자회견을 할 수는 있습니다.

정보공개청구해서 받은 ‘국회 기자회견장 운영지침’의 제2조. 사용권자는 국회의장 및 국회부의장, 국회 상임·특별위원회 위원장, 국회의원, 정당 대표 및 대변인, 차관급 이상 국회 소속 공무원 등으로 규정돼 있다.

정보공개청구해서 받은 ‘국회 기자회견장 운영지침’의 제2조. 사용권자는 국회의장 및 국회부의장, 국회 상임·특별위원회 위원장, 국회의원, 정당 대표 및 대변인, 차관급 이상 국회 소속 공무원 등으로 규정돼 있다.

국회 기자회견장 운영지침 제2조 8항에 ‘국회의원 또는 정당 대표 등이 별도로 지정 신청하여 허가를 얻은 사람’도 가능하게 되어 있어 국회의원을 통해서 기자회견을 할 수는 있다.

국회 기자회견장 운영지침 제2조 8항에 ‘국회의원 또는 정당 대표 등이 별도로 지정 신청하여 허가를 얻은 사람’도 가능하게 되어 있어 국회의원을 통해서 기자회견을 할 수는 있다.

실제 이날 성남시정연대 기자회견은 신상진 의원(자유한국당)을 통해 허가를 얻었습니다. 신 의원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리 지역의 시민단체에서 입장발표를 하기 위해서 장소를 이 장소는 국회의원만 빌릴 수 있거든요. 제가 장소를 요청받고 대관을 해준 거죠.” 지역 주민들을 위한 일이고 국회의원이 주민들의 대표이긴 하지만, 국회 공간마저도 국회의원을 통해야 ‘대관’이 가능한 이 시스템이 과연 정당한 걸까요?

국회 공간에 대한 논의는 처음이 아닙니다. 2009년 6월에는 국회 사무처가 외부인의 무분별한 기자회견을 이유로 종전과 달리 정론관 허용 대상에서 일반 국민을 배제하기도 했습니다.(관련기사 : 국회 기자회견장 ‘국민’ 배제) 당시 정론관 벽에 안내문이 나붙었습니다. 발언자를 국회의원만으로 제한한 것입니다. 현재는 2010년 6월 다시 운영지침을 개정해 9인의 범위에서 배석이 가능합니다. 또 배석자 중 3명 이내에서 발언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참여하는 사람의 숫자까지 정해놔야 할까요? 또 총 발언시간은 15분 이내로 규정돼 있고 권장시간은 ‘10분 이내’라고 못박아놓았고 여전히 예약 가능한 사람은 매우 한정돼 있습니다.

성남시민연대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배석자가 9명이다.

성남시민연대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배석자가 9명이다.

양홍석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에게 물어봤습니다.

“시간 제한은 필요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듭니다. 공간을 사용하는 것은 시간으로 나눌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다만 그 시간을 어떻게 쓸지는 자유롭게 (하게 해야죠). 발언자를 제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배석자 문제는 공간이 실제로 물리적으로 가능하다고 한다면 배석자 제한도 둘 필요가 없죠. (정론관에서) 앞줄 앉고 뒤에 서면 40명 정도 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국민과 소통하는 공간, 국회가 되려면

국회의원들이 예약해줘야(?) 이용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동의하지 않는 내용의 목소리는 나오기 어렵습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의원실이 동의하지 않는 기자회견은 정론관 예약 자체를 할 수가 없어요. 정론관 기자회견에는 많은 수의 시민들이 참여하기도 어렵고요. (국회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할 때는) 우리 사회 여러 문제를 다룬 기자회견을 하기도 하지만 (주로) 정당의 입장이라든가 국회의원 신상에 관한 이야기, (예를 들어) 출마 기자회견, 해명 기자회견을 하기도 하는 공간이죠. 아무래도 국민들이 관심 갖는 불합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자회견은 그렇게 많진 않을 것입니다. 꼭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하지 않더라도 시민 목소리가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민의의 전당 국회, 국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말합니다. “20대 (국회를) 시작하면서 너무 많이 울었어요. 맨날 돌아가신 분들 (이야기 전하면서) 너무 많이 울어서 제가 트라우마 쌓인 것 같고요. 눈물을 참고 얘기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정의당 의원이 5명밖에 없잖아요. 고 노회찬 의원이 말했던 6411번 버스 대변하려고 분투하고 있는데 좀 국회가 제대로 국민의 모습을 담아서 이런 분들을 제대로 대접했으면 좋겠습니다.”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을 이용하는 것은 굉장히 특권이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추 의원이 답했습니다.

“특권이죠. 이 특권을 저희가 (함께) 누리려고 하는 겁니다. 정치라는 것은 사람들 살리려고 하는 것 아니겠어요? 죽이는 정치 그만해야죠.”

20대 국회를 소개하는 안내 책자. ‘국민과 소통하는 공감국회’, ‘국회가 국민에게 먼저 다가갑니다’라고 적혀 있다.

20대 국회를 소개하는 안내 책자. ‘국민과 소통하는 공감국회’, ‘국회가 국민에게 먼저 다가갑니다’라고 적혀 있다.

국회 홈페이지에서 20대 국회에 대해 안내하는 책자 파일을 찾을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산실 대한민국 국회’, ‘국민 행복을 위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국회’, ‘국민과 소통하는 공간국회’ 등 많은 문구가 있네요. 양홍석 변호사는 얘기합니다. “국회는 행정부 부처 공간과 달리 국민들 목소리를 다양한 형태로 들어야 하고 그걸 소리내게 해주는 곳이기 때문에 직접 의원을 통하지 않고서도 할 수 있는 공간이 조금은 열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민들이 직접 가서 예약 신청하면 다 허가를 해주는 방식으로 시민들이 목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국회는 우리에게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할까요? <끝>

[이슈파이] 2회. 국회에서 기자회견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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