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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 한 마디로도 섭식장애가 될 수 있어요" 8년간의 섭식장애 극복하는 법

최유진 인턴PD
[영상] “칭찬 한 마디로도 섭식장애가 될 수 있어요" 8년간의 섭식장애 극복하는 법
경향신문 유튜브 채널 ‘이런 경향’이 새로운 콘텐츠 시리즈 ‘무엇이든 들어드립니다’(이하 무들무들)을 선보입니다. 아이를 낳은 후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산후 우울증. 10대 시절을 괴롭혔던 학교 폭력. 늪과 같아서 스스로 헤어나기 쉽지 않은 알코올 중독. ‘무들무들’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질병과 중독의 경험을 극복한, 혹은 극복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자신의 경험을 공유한 이들에 대한 편견을 줄이는 한편, 영상을 보는 누군가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내 몸이 삶의 도구로써 잘 작용하고 있는지만 생각해요. 몸은 사랑받기 위해, 누군가에게 보이고 평가받기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냥 몸은 몸인 거에요.” (폭식증 14년, 유튜버 솔)”

섭식장애는 치료가 쉽지 않다. ‘병’임을 알고 나서도 체중감량을 위해 오랜 기간 방치하기도 하고, 남에게 평가받기 위해 존재했던 ‘몸’을 오로지 기능하는 ‘몸’으로 인식해야 하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3일 경향신문 유튜브 채널 <이런 경향>은 외모 강박으로 폭토와 절식을 반복하던 시간을 딛고 섭식장애를 극복한 유튜버 이진솔씨(29)와 웹툰 작가 라미씨(가명)의 두 번째 이야기를 소개한다.

극단적인 다이어트라는 편견과 오해를 받는 ‘섭식장애’를 오랜시간 앓았던 진솔씨와 라미씨는 어떻게 이 병을 극복했을까. “운이 좋았어요. 상담 치료 선생님이 저와 같은 폭식증을 경험한 분이었어요. 섭식장애 환자는 정말 많지만 드러나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잘 숨기거든요. 저도 그랬고요.” 라미씨는 눈앞에서 섭식장애를 극복한 사례를 보자 용기가 생겨 상담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이제는 더 이상 구토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솔씨는 어느날 문득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함부로 취급받고 무시당하고 있던 자신에게 “내가 나에게 기회를 준 적 있었나”라는 의문으로 치료 의지를 다졌다고 고백했다.

섭식장애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온 두 사람은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라미씨는 2014년 부터 ‘섭식장애’를 주제로 한 웹툰을 연재했다. 이 웹툰을 엮은 단행본 ‘나는 죽는 것보다 살찌는 게 더 무서웠다’은 지난 9월 출간됐다. 진솔씨는 3년 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섭식장애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영상으로 제작해 올렸다. 해당 영상은 현재 조회수 15만을 기록했다. 진솔씨는 “영상을 보고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셨는데 그중 ‘20년 만에 처음 이야기하는 거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글이 말이 가장 마음 아팠다”며 “저도 13년 동안 혼자였지만 이분들은 얼마나 아득했을까, 외로웠을까라는 생각에 용기내서 영상을 제작하길 잘했다”고 말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10대 여성 청소년들 사이에서 #프로아나, #개말라, #뼈말라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날씬한 몸을 넘어 뼈가 드러날 정도로 살을 빼고 싶다는 게시물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게시물을 통해 마른 사진을 공개하고 살 빼는 방식을 공유 한다. 프로아나(pro-ana)는 찬성을 뜻하는 프로(pro)와 거식증을 의미하는 ‘애너렉시아(anorexia)’를 합성한 단어로 지나치게 마른 몸매를 원해 거식증을 동경하는 현상을 말한다. 섭식장애를 오래 앓은 이들은 이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진솔씨는 “사회적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정말 분노하고 있어요. 우리 사회는 섭식장애를 너무 가볍게 다뤄요. 책이나 미디어에서 이 병이 얼마나 위험하고 몸을 아프게 하는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아요. 그 모든 가벼운 시선들이 그 아이들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유튜버 이진솔 씨(27)와 웹툰작가 라미 씨 (왼쪽부터). 최유진 인턴PD

유튜버 이진솔 씨(27)와 웹툰작가 라미 씨 (왼쪽부터). 최유진 인턴PD

‘몸’은 남에게 평가 당하기 위한 대상도 아니고, 예뻐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진솔씨는 “내 몸이 삶의 도구로써 잘 작용하고 있는지만 생각해요. 몸은 사랑받기 위해 누군가에게 보이고 평가받기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냥 몸은 몸인 거에요”라고 말했다. 라미씨는 “‘내 다리는 두껍지만 예뻐’가 아니라 내 두 다리로 내가 원하는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마음을 가져요. 기능과 행동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것이 끼여들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이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진솔씨는 “섭식장애는 ‘정신질환’으로 등록된 병이에요. 치료를 받고 드러내는 게 전혀 부끄러운 게 아니니 두려워하지 말고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말했다. 라미씨는 “좀 더 일찍 치료를 받지 않았던 것이 인생에 가장 후회된다”고 했다.

2019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섭식장애는 남성보다 여성의 발병률이 4배 높다. 최근 5년간 거식증 환자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3년 정신질환예방보고서에서 거식증을‘가장 우선적으로 치료·예방해야 할 청소년 정신질환의 하나’로 보고한 바 있다.

라미씨는 “칭찬 한 마디로도 섭식장애가 될 수 있어요. 칭찬도 평가”라며 “주식이나 날씨 등 다른 할 말도 많잖아요. 보디 토크(Body talk)는 이제 지양합시다, 제발”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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