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체육관

(4)“살려고 시작한 운동을 하면서 내 몸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됐다”

김보미·배동미 기자
폴댄스와 배구, 근력운동, 클라이밍(왼쪽부터). 몸을 쓰는 방식은 다르지만 ‘살기 위해’ 운동을 시작한 네 명의 여성이 지난 9일 경향신문에서 모여 운동하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망설이고 있는 누군가도 하루 빨리 운동을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공통된 간절함으로 한 자리에 앉아 자신이 하고 있는 운동을 ‘영업’했다. 배동미 기자

폴댄스와 배구, 근력운동, 클라이밍(왼쪽부터). 몸을 쓰는 방식은 다르지만 ‘살기 위해’ 운동을 시작한 네 명의 여성이 지난 9일 경향신문에서 모여 운동하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망설이고 있는 누군가도 하루 빨리 운동을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공통된 간절함으로 한 자리에 앉아 자신이 하고 있는 운동을 ‘영업’했다. 배동미 기자

직장인 혹은 프리랜서로 일하며 살아가는 네 명의 여성이 모였다. 특별할 것 없던 일상에 커다란 중심이 돼버린 자신의 운동을 영업하기 위해서.

‘언니네 체육관’ 첫 번째 이야기를 공개하면서 모집을 시작한 ‘운동을 영업합니다’에는 자신의 운동 서사를 공유하기 위한 많은 여성 독자들의 참여가 이어졌다. 바벨과 케틀벨, 클라이밍, 배구, 폴댄스. 몸을 쓰는 방식은 다르지만, 자신도 ‘살기 위해’ 시작한 운동을 누군가도 ‘하루 빨리 시작했으면 한다’는 공통된 간절함으로 ‘언니네 체육관’에 사연을 보낸 네 사람이 지난 9일 한 자리에 앉았다.

“운동이 망설여지는 것은 너무 당연해요. 안 해 봤잖아요. 사회가 여성을 그렇게 키워왔거든요. 보여지는 몸에 집착하면서 살았어요. 근데 운동을 하면 허벅지와 종아리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내가 얼마 만큼을 먹어야 하는지 깨달아요. 안 좋은 방법으로 살을 뺄 수도, 마르기만 한 몸을 원할 수도 없게 돼요.”

매일 사그라드는 체력에 못이겨 ‘이대로는 안 되겠다’며 체육관에 나가 처참했던 나의 몸 상태와 마주했던 운동 첫 날의 기억을 이제는 웃으며 말한다. 운동을 하며 팔과 다리, 코어와 내전근이 어떻게 힘을 쓰는지 알게 됐다. 그제야 남들보다 살이 많아서, 근육이 커서 싫어했던 몸이 “기특해졌다”고 했다. 남보다 허덕이는 것도 당연했다. 해본 적 없는 도전이니까. 그 도전의 문턱을 넘어 내 몸을 “더 진정한 의미”로 사랑하게 된 운동하는 언니들의 이야기다.

시작이 제일 어렵다는 운동!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탁슬(클라이밍) : 직장 생활하고 2~3년이 지나니까 체력의 디폴트 값이 가만히 있어도 자꾸 떨어지는 느낌이었어요. 뭘 해도 올라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필라테스, 요가, 헬스를 해봤는데 저한텐 빨리 지겨워지는 운동이더라고요. 당시 생존에 대해 관심이 컸는데 안데스 산맥에서 조난된 이야기를 보니 근육량이 큰 사람들이 생존했더라고요. ‘이왕 운동할 거면 생존에 유리한 것을 하자’고 생각해서 클라이밍 원데이 클래스를 가봤어요. 근데 이건 너무 재밌었어요. 계속할 수 있을 거 같아서 회원권 결제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정말 ‘생존 운동’이네요?) 그렇죠.

직장인 탁슬씨가 클라이밍 암장에서 볼더링 문제를 풀고 있다. 정해진 홀더에 정해진 발을 올려 위로 올라가는 이 운동이 재미 있는 이유는 자신의 몸에 맞는 해결책을 찾아가는데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 유튜브 ‘클라이밍 다이어리_Climbing Diary’ 화면 캡처

직장인 탁슬씨가 클라이밍 암장에서 볼더링 문제를 풀고 있다. 정해진 홀더에 정해진 발을 올려 위로 올라가는 이 운동이 재미 있는 이유는 자신의 몸에 맞는 해결책을 찾아가는데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 유튜브 ‘클라이밍 다이어리_Climbing Diary’ 화면 캡처

박지연(근력운동) : 하루 종일 앉아있는 직업인데, 저도 체력이 ‘이대로는 안 되겠다’ 느껴질만큼 떨어졌어요. 어렸을 때부터 초고도비만이었어요. 살을 빼겠다며 헬스장에 간 첫 날, 런닝머신에서 40분을 걷고 기절을 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주위를 애워싸던 순간, 그 민망함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그 뒤로 1년 정도 꾸준히 걸으니 체중이 많이 줄었어요. 그러고 나선 다른 운동이 하고 싶더라고요. 바벨과 케틀벨로 근력 운동을 하게 됐는데 무거운 것을 드는 데서 오는 희열과 쾌감이 저한테 잘 맞더라고요. 그 때 만난 코치님과 6년째 하고 있어요. 다치지 않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생님이셔서 몸만 40분 풀어요. 운동 갈 때마다 (바벨 등의) 무게를 늘기도 하고, 자세를 배우기도 하면서 1시간 반정도 하고 있어요.

진(배구) :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너무 좋아했어요. 고등학교 때까진 동아리도 하고 육상, 피구 대회도 나갔죠. 체육대회는 저한텐 연중 가장 큰 행사였거든요. 그런데 대학교에 가니 여학생이 많은 저희 학과는 학교 체육대회에 참가 신청도 안 한거에요. 충격을 받았어요. ‘이제 내 인생에 체육은 없는 건가’라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집 근처 동호회를 찾다가 여성 배구 동호회를 알게 됐고, 2년 반째 재미있게 배구를 하고 있습니다.

곽민지(폴댄스) : 코어 근력을 강화할 수 있는 단체 운동을 찾고 있을 때, 폴댄스 체험 수업을 들었어요. 첫 날 선생님이 ‘폴을 잡고 다리를 떼 보세요’하는데, 제가 제일 먼저 떨어진 거에요. 제가 신체에서 가장 ‘자신있다’고 생각한 부분이 팔이었거든요. 가늘어서요. 근데 잠깐도 버티지 못하는 이 팔은 차가 전복되거나 절벽에서 떨어지면 ‘나를 구해주지 못하겠구나’ 싶었어요. 그 생각으로 시작해서 1년 반째 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4번 스튜디오에 갑니다.

운동하다가 가장 즐거운 순간은 언제인가요.

진(배구) : 시합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냈을 때요. 제천 전국대회에서 3등을 했어요. 배구를 하면서 이런 성적은 처음이라 정말 기뻤어요. 팀 스포츠를 해야 느낄 수 있는 기쁨이죠. 대회 경험도 쌓고, 상도 받으면 팀 사기도 높아지고, 다음을 기대하게 되니 운동을 그만둘 수가 없어요

2년 넘게 여성 배구 동아리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진씨는 팀원끼리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본인 역시 경기에 힘을 보태며 승리하는 쾌감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다음 시합도 기대가 되니 운동을 그만둘 수가 없다. 몸을 날려 공을 받는 배구에서 가장 중요한 무릎 보호대. 그는 양쪽에 같은 색깔이 아닌 흰색, 검은색 한 짝씩 착용해 포인트를 준다고 했다. 배동미 기자(왼쪽)·본인 제공 사진

2년 넘게 여성 배구 동아리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진씨는 팀원끼리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본인 역시 경기에 힘을 보태며 승리하는 쾌감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다음 시합도 기대가 되니 운동을 그만둘 수가 없다. 몸을 날려 공을 받는 배구에서 가장 중요한 무릎 보호대. 그는 양쪽에 같은 색깔이 아닌 흰색, 검은색 한 짝씩 착용해 포인트를 준다고 했다. 배동미 기자(왼쪽)·본인 제공 사진

박지연(근력운동) : ‘1rm’이라는 개인 기록을 꾸준히 재요. 데드리프트는 바닥에서 역기를 들어 올리는 무게, 백스쿼트는 등에 지고 앉았다 일어나는 무게로 잽니다. 말도 안 될 것 같았던 무게를 들었을 때 너무 힘들지만 아드레날린이 터지는 느낌이 와요. 희열이 있어요. 심박수가 막 올라가요. 근력운동이 재미 없고, 지루하다는 편견이 있고 실제로 그래서 그만두는 사람들도 있죠. 일상의 사소한 성공을 쌓아가는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주 못 들었던 무게를 이번 주 들고, 이번 주에 안 됐던 건 다음 주에 될 수 있으니까요. 정체기가 있지만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조금씩, 꾸준히 느낄 수 있어요.

탁슬(클라이밍) : ‘볼더링’은 그냥 올라가는 게 아니라 주어진 홀드를, 주어진 발을 사용해서 버텨요. 사람마다 몸이 다르고, 체력을 쓰는 방식이 달라서 각자 해내기 위한 해결책이 따로 있어요. 팔이 길지 않으면 발을 더 올리면 됩니다. 어떤 단계에선 계속 안 되는 때가 오는데 ‘존버’(계속 버틴다)를 하면 될 때가 있어요.(웃음) 한 번은 다리가 잘 찢어지지 않아서 도저히 풀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볼더링)를 한 달 넘게 다리를 찢으며 하루 두 시간씩 하니까 풀렸어요. 처음엔 못 했지만, 또 도전하고 ‘존버’하면서 풀어내요. 그럴 때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지켜봐주고 성공하면 환호도 질러주면 너무 기쁘죠.

곽민지(폴댄스) : 갈 때마다 배우는 동작이 있어요. 피겨스케이팅에서 스파이럴, 트리플 악셀을 배우듯이 동작을 해내는 성취가 있어요. 사람이 뇌를 10% 정도밖에 못 쓰고 죽는다고 하잖아요. 여성의 몸도 그렇지 않을까요. 운동하면서 몸을 어떻게 쓰는지 알게 됐어요. 폴댄스는 온 몸으로 폴에서 버티니까 생활 근력도 좋아져요. 아무리 흔들리는 버스에서도 봉에 팔을 끼고 있으면 양손 자유롭게 버틸 수 있어요. 잘 열리지 않는 유리병도 무릎 사이에 끼우면 쉽게 돌려서 열죠. 혼자 느끼는 이런 희열이 있어요. 몸이 일상에서 나를 도와주고 있는 느낌,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는 기쁨이 있습니다.

운동의 성취를 말하는 여성들에게 ‘왜 진작 시작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기도 해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운동할 수 있는 기회가 남성들보다 적잖아요.


진(배구) : 중·고등학교 체육 시간이나 자유시간에 남학생들은 공을 가지고 운동장으로 나갔어요. 여자애들은 스탠드에 앉아 있었죠. ‘하고 싶은 걸 하라’고 준 시간은 모두에게 자유죠. 그런데 결국 운동을 선택하는 것은 다 남학생들이에요. 운동도 즐겁게 하려면 분위기가 있어야 해요. 축구를 하고 싶지만 남자애들 사이에서 끼면 민폐가 될 거 같고, ‘나대는 여자애’가 될 거 같고. 그래서 마음 편히 운동할 수가 없었어요. 모두에게 자유를 줬지만 분위기에서 오는 제압은 무시할 수 없잖아요. 제가 그 좋아하는 운동을 학창시절에 못 한 이유는 보이지 않는 그런 제약 때문이었어요.

곽민지(폴댄스) : 남자는 건강하게 잘 먹고 운동해서 근육까지 커지면 ‘매력있다’는 얘기를 듣죠. 여자는 승모근과 앞쪽 허벅지, 종아리 근육이 크면 보톡스를 맞기도 해요. SNS에 ‘운동하는 여자’를 검색하면 가는 팔에 잘록한 허리를 가진 여성들의 사진이 나와요. 근데 건강하게 먹고 근력 운동하면서는 그렇게 유지될 수 없어요. 소위 ‘자신을 관리 하는 여자’가 되려면 운동을 하면서도 몸은 가늘어야 해요. 모순적이죠. ‘여자들은 왜 운동을 안 하냐’, ‘자기를 더 사랑하고 건강하게 살아야 된다’고 하지만 사람들이 ‘예쁘다’고 하는 여자의 몸은 너무 가늘어요. 운동 시작하고 ‘남자들은 진짜 좋았겠다’ 싶었어요. 운동해서 근육을 키우면 칭찬받고, 기능도 늘고, 활력도 생기고, 스스로 몸을 긍정하고 할 수 있고. 저는 이걸 폴댄스 시작하고 처음 느낀거에요.

진(배구) : 애초에 스포츠와 운동이 ‘남성의 미학’이었던 것 같아요. 밀고 밀리면서, 승부욕까지 불태우며 운동하는 모습이 여성으로서의 미를 상징하지는 않았으니까. ‘여자는 몸을 사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밌어 보이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아’라고 하는 것은 너무 안타까워요.

박지연(근력운동) : 근력운동을 하면 허벅지랑 승모근이 커진다며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장미란처럼 되는 거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도 정말 많아요. 남자들이 제가 역기를 들고 운동하면 비꼬는 말투로 이런 말을 하기도 해요. (모두 입을 모아 “그 분은 너무 성공한 분 아닌가요?”고 했다.) 그 분은 경지에 오르신 분이고, 그 수준까지 될 수 있는 사람도 거의 없어요. 몸이 커지는 것을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커져도 상관은 없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엄청난 인고의 시간이 필요해요. ‘운동하면서 그렇게 먹으면 건강한 돼지밖에 안 돼’라고 하는데 왜 ‘돼지’에 방점이 찍힐까요. 여자는 건강하고 덩치가 크면 안 되나요? 여자에겐 ‘건강’과 ‘덩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면서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걸 운동하면서 배웠어요. 여성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이 ‘얼마나 여자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몸이 커지는 것에 겁내지 말았으면 합니다.

가능하지 않을 것 같았던 무게의 케틀벨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때 아드레 날린이 터지는 느낌. 그 희열이 근력운동의 매력이라는 박지연씨는 이 운동은 일상의 사소한 성공을 쌓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남에게 보여지는 몸을 갖기 위해 집착하면서 타고난 몸의 모습을 미워했던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운동을 하고서 몸이 제대로 기능하며 강해지는 것을 느끼며 자신의 몸을 사랑하게 됐다. 출처 | 본인 제공 영상 캡처

가능하지 않을 것 같았던 무게의 케틀벨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때 아드레 날린이 터지는 느낌. 그 희열이 근력운동의 매력이라는 박지연씨는 이 운동은 일상의 사소한 성공을 쌓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남에게 보여지는 몸을 갖기 위해 집착하면서 타고난 몸의 모습을 미워했던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운동을 하고서 몸이 제대로 기능하며 강해지는 것을 느끼며 자신의 몸을 사랑하게 됐다. 출처 | 본인 제공 영상 캡처

몸에 대한 관점이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것에서 기능하는 것으로 변한 것 같아요.

탁슬(클라이밍) : 암장에 가면 못 푼 문제(볼더링)을 앞에 두고 전략을 세워야 해요. 그러러면 몸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하거든요. 내 약점을 파악할 수밖에 없어요. 다른 사람은 됐는데, 나는 왜 안 되는지 생각하면 자기객관화가 됩니다. 자기를 깎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몸이 다르게 생겨서 그런 것이에요. 그걸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성공할 지 연구하는 측면이 클라이밍에 몰입하게 만들거든요. 저는 다리를 더 찢으려고 발레도 배웠어요. 취약점을 파악해서 연습하고 내가 원하는 순간에 손과 발이 생각한대로 움직였을 때 오는 짜릿한 쾌감이 있어요. 내가 내 몸을 컨트롤 하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박지연(근력운동) : 어렸을 때부터 살이 많이 쪄서 몸은 부끄러운 것이었어요. 남도 ‘얼마나 날씬하냐’에 집중했었고요. 운동하며 (바벨 등을) 들어 올릴 때 팔이나 몸통이 아니라 다리 근력이 진짜 중요하거든요. ‘다리로 지구를 밀어내라’고 해요. 제가 다리 근육이 발달한 체형이에요. 밀어냈을 때 다리가 튼튼하니 더 많이 버티고, 더 많이 들어 올릴 수 있어요. 몸의 어느 쪽을, 어떤 식으로 써서 버틴다는 걸 배우면서 몸이 기능하는 것에 집중하게 되는 거죠. ‘팔뚝의 떨리는 살을 없앨 수 있다’는 운동 광고가 있잖아요. 이런 건 이제 중요하지 않아요. 12㎏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려 동작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요. 운동하면서 타고난 내 몸을 더 긍정하게 됐어요.

진(배구) : 저도 타고난 다리 근육이 너무 발달해 있어서, 앞 허벅지가 튀어나온 게 너무 보기 싫었어요. 근데 배구를 하면서 ‘이 다리 덕분에 이 정도 점프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아요.

곽민지(폴댄스) : 통통한 하반신에 비해 상반신이 말라서 평생 상반신이 잘 보이는 옷만 골라서 입었어요. 콤플렉스도 어마어마하게 많았죠. 근데 폴댄스를 하면서 엉덩이, 허벅지는 어떻게든 버티는데 가는 팔 때문에 안되는 동작이 너무 많으니까, 이제 가는 팔이 야속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어깨, 팔 근육을 집중적으로 키웠더니 지금은 맞는 옷이 2개 사이즈가 정도 커졌어요. 입던 옷은 다 버렸는데 그게 너무 자랑스러워요. 미의 기준도 바뀌었어요. 지금 나한테 필요한 건 단단한 어깨, 큰 전완근이에요. 건강하게 먹고 운동해서 근력을 키우는 게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됐어요. 가는 몸에 대한 집착도 진심으로 없어졌어요.

폴과 살의 마찰 그리고 온 몸의 근력을 이용해 폴 위에서 버텨야 하는 폴댄스. 완벽한 동작을 위해 단단한 어깨와 큰 전완근을 만든다. 곽민지씨는 이 운동을 하고 허벅지와 종아리가 어떤 기능하는지, 건강하게 먹으며 근육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그러고 나니 내 몸이 기특해졌다. 출처 | 본인 제공 영상 캡처

폴과 살의 마찰 그리고 온 몸의 근력을 이용해 폴 위에서 버텨야 하는 폴댄스. 완벽한 동작을 위해 단단한 어깨와 큰 전완근을 만든다. 곽민지씨는 이 운동을 하고 허벅지와 종아리가 어떤 기능하는지, 건강하게 먹으며 근육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그러고 나니 내 몸이 기특해졌다. 출처 | 본인 제공 영상 캡처

여전히 ‘운동’과 ‘여자’라는 단어가 자연스러운 조합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체육관에서 맨스플레인(mansplain)을 경험하기도 하고요.

진(배구) : 남녀가 섞여 운동하는 상황에서 여자가 잘하면 “와, 여잔데 저 정도야?”라는 분위기가 있어요. 칭찬으로 하는 말이겠지만 부담돼서 남자들과 같이 운동하는 공간을 피하게 되더라고요. 연습 때 여자에겐 공을 살살 때려주거나 남자 경기는 큰 체육관을, 여자 경기는 작은 체육관을 배정하는 것처럼 말로 하기는 미묘한 분위기도 있어요. 남녀 같이하는 배구동호회에서는 여자들이 앞에서 공격, 남자들이 뒤에서 수비를 나눠서 맡아도 뒤에 있는 남성들 중심으로 돼버렸어요. 그런데 여성 동호회에서는 신기하게 여자들이 나대고(웃음), 우악스럽고, 농담도 주고 받으며 ‘화이팅’하는 분위기가 돼요. 여성들만 있을 때는 확실히 달라요.

박지연(근력운동) : 동네 헬스장에 간 적이 있었는데 여자가 바벨 쪽으로 가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주목하더라고요.(웃음) 처음 본 남성이 “그러다 다쳐요”라고 하기도 하고, 운동하는 것도 계속 쳐다봐요. 잘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부담스러웠던 적이 많아요. 요즘은 단체로 운동할 때가 많은데 각자 맞는 무게로 하면 되거든요. 그런데 남자들이 가벼운 바벨을 가져오면 ‘너는 여자보다 못 드냐’고 부끄럽게 만드는 문화가 있더라고요. 제가 더 들면 ‘와 여잔데도 저만큼 드네’, ‘여자가 아니다’라는 반응이죠. ‘힘 키워서 어디에 쓰려고 그러냐’, ‘누굴 때리려고 그러냐’, ‘미래의 남편이 불쌍하다’라는 말도 들었어요. 근데 남편은 저랑 같이 운동하거든요.(웃음) 가상의 남자를 상정해놓고 자기들의 시선으로 힘 쓰는 여자는 위협적이고, 자기들이 보기에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죠.

곽민지(폴댄스) : 폴댄스 수업 영상을 SNS에 올린 뒤 모르는 사람에게 ‘스트리퍼가 되고 싶은 거냐’는 쪽지도 받아 봤어요. 친구들도 ‘그거 왜 올리는 거냐’고 물어요. 남자가 웃옷 벗고 벤치프레스를 들어 올리는 사진 올렸다고 ‘왜 올렸냐’고 안 하잖아요. 근력을 키운 나의 성취를 내 계정에 올리는 건데, 유독 폴댄스는 몸이 드러난 곳이 많다고 그런 질문을 받아요. 수영과 사이클이 저항을 줄이려고 몸에 붙는 옷을 입는 것처럼 폴댄스는 옷으로 덮인 부분은 동작에 쓰지 못하는 부위가 됩니다. 폴과 몸의 마찰이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영상을 보면 엄청난 근력으로 버티는 동작인 걸 알 수 있어요. 쉽게 하는 동작이 아닌데도 그 사람들은 움직임엔 집중하지 않고, 몸을 드러낸 게 중요한 거에요. ‘남자한테 보여 주려고 올렸다’는 사고의 회로가 너무 신기해요. 다른 종목은 선수들이 경기하는 장면을 보고 성적인 감정을 느꼈다면 그 사람의 사고방식이 잘못된 것이지 선수들이 옷을 바꾸거나, 그런 인식에 대해 해명해야 할 필요는 없잖아요.

아직 운동을 망설이는 여성들이 있을거에요. 매번 다짐만 했지만, 이번엔 꼭 시작할 수 있게 힘을 주세요!

박지연(근력운동) : 인생의 전반은 남에게 보여지는 몸, 원하는 모양의 몸을 갖기 위해 집착하면서 내 몸을 미워했던 거 같아요. 운동을 하고서는 몸이 제대로 기능하면서 강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내 몸을 사랑하게 됐어요. 내 몸을 내가 원하는대로 조절하면서 데리고 살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죠. 더 세지고 싶다는 욕구를 가지고 운동을 시작하면 평생 건강한 내 몸과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탁슬(클라이밍) : 20대까지는 타고난 체력만 믿고 살았고 그래서 많이 아팠어요. 살기 위해서 운동을 시작했고요. 체력이 계속 늘어나는 게 아니라 가만히 있으면 떨어진다는 걸 알았죠. 제가 클라이밍을 만난 건 나이 들어가는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쩌면 싫어하게 됐을지도 몰랐을 시기에 구원이 된 거 같아요. 지난 주에 못했던 걸 이번 주에 해내고, 이번 주에 못했던 걸 다음 주에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좋더라고요. 20대보다 30대인 지금의 제 모습이 더 좋고, 내일이 더 기대되는 이유가 이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 소중한 느낌을 모두 공유했으면 좋겠어요.

곽민지(폴댄스) : 운동이 망설여지는 것은 너무 당연해요. 사회가 여성을 그렇게 키워왔어요. 처음에 남들보다 허덕이는 것도 당연해요. 해본 적 없는 사람이 갑자기 큰 도전을 하는 것이니까요. 활력도 생기고 내 몸을 좀 더 진정한 의미로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거 같아요. 남들이 보는 내 체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운동을 해봐야 내가 얼마만큼의 식사량이 필요하고 허벅지와 종아리는 어떤 기능하는지 깨닫게 돼요. 또 기특해집니다. 몸을 사랑하게 되면 안 좋은 방법으로 무리한 다이어트는 할 수가 없어요. 저희도 모두 망설이던 단계를 거친 사람들이에요. 일단 어떤 운동이든 빨리 시작하세요!

진(배구) : 내가 부족한 부분을 팀원이 채워주고 나도 힘을 보태며 시합에서 승리하는 감정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게 너무 안타깝습니다.(웃음) 이런 감정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달려라 하니’, ‘하이큐’ 같은 만화를 좋아하는 것도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하는 거잖아요. 남자들은 이런 감정을 점심시간에 편을 나눠서 시합하던 학창시절부터 소소하게 느꼈을 것 같아요. 팀 스포츠나 대결하는 스포츠에 한정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 점수를 따고 성취하는 과정, 경기장에서의 설렘을 모두 느꼈으면 좋겠어요.

언니네 체육관 6화에서는 ‘운동을 못 하는 이유’가 많은 여러분들을 위한 운동하는 언니들의 조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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