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체육관

(7)“보는 것보다 하는 것이 더 재밌는 축구, 시작은 운동이었지만 언니들과 공동체가 된 느낌”

김보미·배동미 기자

낮 최고기온 영상 2도. 아침엔 맑았던 하늘이 정오쯤 흐려지더니 눈 예보가 들어맞으려는 듯 습기가 가득차 으슬으슬했다. 이 겨울 언니들이 추위를 이기는 법. “추우니까 멈추지 마세요! 계속! 계속! 부딪히지 마시고 지그재그로 뜁니다.”

이 겨울 언니들이 추위를 이기는 법. “추우니까 멈추지 마세요! 계속! 계속 뜁니다.” 낮 최고기온이 2도였던 지난달 21일 서울의 한 풋살장에서 양수안나 위밋업스포츠 대표가 슈팅 시범을 보이고 있다. 배동미 기자

이 겨울 언니들이 추위를 이기는 법. “추우니까 멈추지 마세요! 계속! 계속 뜁니다.” 낮 최고기온이 2도였던 지난달 21일 서울의 한 풋살장에서 양수안나 위밋업스포츠 대표가 슈팅 시범을 보이고 있다. 배동미 기자

지난달 21일 서울의 한 풋살장에서 양수안나 위밋업스포츠 대표와 전민경 전 여자축구국가대표팀 선수의 구령에 맞춰 열 다섯명의 여성이 경기장을 돌고 있다. “준비! 고(go)!”에 맞춰 뒤꿈치를 들고 스텝을 뛰던 이들이 “3명!”이라는 외침에 옆사람과 짝을 이룬다. 3명을 맞추지 못한 사람은 팔 벌려 뛰기 10회. 뛰면서 몸이 풀리자 허리와 다리 스트레칭을 한다. 그 때 운동 시작 시간에 조금 늦은 두 명이 경기장으로 들어 오며 패팅을 벗고 뛸 준비를 한다. “언니, 왔어?”

스트레칭이 끝나고 본격적인 스텝과 드리블 훈련. 뒤꿈치가 닿지 않게 빠른 스텝으로 그물을 한 칸, 한 칸 전진한다. 무릎은 바짝 올려 뛴다. 한 회원이 스텝이 꼬여 멋쩍게 웃자, 줄을 서서 순번을 기다리던 다른 회원들이 “괜찮아! 괜찮아!”라고 응원을 해준다. 이번엔 콘(고깔)을 이용한 스텝 연습이다. 최대한 잔걸음으로 빠르게 나아가 콘 주변을 한 바퀴 돈다. 다음은 콘 앞까지 뛰어갔다가 빠르게 스텝 방향을 전환해 ‘팡’하고 튕기듯이 뒷걸음질로 돌아온다.

언니들의 풋살 수업은 잔걸음 스텝으로 그물의 한 칸, 한 칸 발을 이동시키는 스텝 훈련으로 시작됐다. 배동미 기자

언니들의 풋살 수업은 잔걸음 스텝으로 그물의 한 칸, 한 칸 발을 이동시키는 스텝 훈련으로 시작됐다. 배동미 기자

두번째 스텝 훈련은 콘(고깔) 밖으로 원을 그리며 방향을 빠르게 전환해 전진하는 것이다. 배동미 기자

두번째 스텝 훈련은 콘(고깔) 밖으로 원을 그리며 방향을 빠르게 전환해 전진하는 것이다. 배동미 기자

스텝 훈련을 응용해 중앙선을 마주하고 공격과 수비가 대결한다. 공격은 스텝 방향을 급전환해 자신의 등을 치려는 수비를 속이고 흰색 선 끝으로 빠져나가면 승리한다. 배동미 기자

스텝 훈련을 응용해 중앙선을 마주하고 공격과 수비가 대결한다. 공격은 스텝 방향을 급전환해 자신의 등을 치려는 수비를 속이고 흰색 선 끝으로 빠져나가면 승리한다. 배동미 기자

이제 몸에서 열이 난다. 물을 한모금씩 나눠 마신 회원들이 반으로 나눠 오른쪽은 공격, 왼쪽은 수비로 선다. 반대쪽 양 끝에서 중앙선으로 달려와 마주본 뒤, 공격 포지션은 수비가 자신의 등에 손을 대지 못하게 몸을 요리조리 피해서 경기장 끝으로 도망가면 승리한다. 방향을 급전환해 수비를 속일 수 있는 것은 3번까지만 허용된다. 지금까지 배운 잔걸음 스텝과 방향 전환을 응용한 시합이다. 호각 소리에 한 팀의 경기가 시작. 등을 치려는 수비를 급작스런 방향 전환으로 따돌리고 도망친다. “그렇지! 나이스!”

드디어 공을 찬다. 초보는 축구공, 숙련자는 풋살공을 쥔다. 축구장 보다 작은 풋살장에서 사용하는 풋살공은 축구공보다 작고 무거워 다루기가 더 어렵다. “최대한 공을 끌어야 합니다. 배 밑에 두고요. (거리를) 많이 가려고 공을 차면 놓쳐요.” 계속된 드리블로 ‘종아리가 터질 것 같다’고 느낄 때쯤 앞꿈치를 올려 스트레칭. “풋살은 공을 발바닥으로 많이 차기도 하지만, 공을 찰 때 가장 편한 것은 발등이에요. 아웃사이드 모양으로 공이 발등에 많이 맞게 (찹니다). (발)등쪽으로 툭 차는 것이 아니라 미는 거에요. 콘까지 갔다가 인사이드로 잡아서 다시 돌아옵니다. 고개를 들고 앞을 봅니다! 땅보면 한 평 축구, 한 평 풋살밖에 안 됩니다. 출발!”

초보는 축구공(흰색 공), 숙련자는 풋살공(노란색 공)을 쥔다. 축구장보다 작은 풋살장에서 사용하는 풋살공은 축구공보다 작고 무거워서 더 다루기 어렵다.

초보는 축구공(흰색 공), 숙련자는 풋살공(노란색 공)을 쥔다. 축구장보다 작은 풋살장에서 사용하는 풋살공은 축구공보다 작고 무거워서 더 다루기 어렵다.

같은 시간 골대 앞에서는 골키퍼(GK) 지원자 두 명이 기본자세를 배우고 있다. “공을 땅에 튀겨보세요. 공을 내 손에 얼만큼 넣어야 하는지 (느낌을) 알아야 해요. 손가락으로 튀기지 말고! 손 안에 넣어요.”

다리를 어깨 넓이만큼 벌려 무릎을 굽혀 무게 중심을 아래로 두고 골 문 앞을 지키고 선 골키퍼. “발이 팔자(八字)가 되면 안 되요. 서 있는 무릎을 그대로 굽혀 앉아보세요. 무릎은 안쪽으로 모여도 벌어져도 안 됩니다. 그렇지! 더 앉아보세요. 앞꿈치, 발 앞쪽에 힘을 주세요. 그러면 중심이 뒤로 빠지는데, 뒤꿈치를 떼지 말고 이 때 앞꿈치에 힘을 주면 중심이 앞으로 가요. 쏠리는게 아니라 중심만 앞으로.” 이 자세가 기본이 되는 것은 골을 잡다 넘어졌을 때 중심이 뒤에 있으면 뒤로 넘어진다. 그런데 똑같은 지점에서 중심 앞쪽으로 넘어지면 손을 움직일 수 있는 가동 범위가 넓어져 공을 잡을 수 있는 거리가 길어진다.

“땅볼 잡을 때도 이 자세에서 손만 앞으로 내밀어서 캐칭할 수 있어요. 팔은 내 옆구리에 붙이면 됩니다. 턱도 살짝 당겨요. 그래야 중심이 앞으로 가기 때문에 효과가 커집니다. 팔은 힘 주지 말고 편하게. 그러고 계속 계세요. 그 자세 유지하세요! 힘들죠. 골키퍼가 힘들어요. 하체가 힘들죠.(웃음) 골키퍼가 그래서 스쿼트를 정말 많이 해야해 해요.”

이제 실전. 이날 수업에 참가했던 김혜민씨가 골이 다가오는 것처럼 달려가 골 문 앞에 자세를 잡는다. “그렇게! 오케이! 그렇게, 굿! 지금 생각하고 움직인 거 맞죠. 기본자세 배워본 적 있어요?”(전 선수) “오늘 배웠어요!”(김혜민씨) “똑똑하세요!(웃음)”(전 선수)

전민경 전 여자축구국가대표팀 선수가 ‘위밋업스포츠’ 축구 골키퍼 수업 참가자들에게 골 문 앞을 지키는 기본자세를 설명하고 있다. 배동미 기자

전민경 전 여자축구국가대표팀 선수가 ‘위밋업스포츠’ 축구 골키퍼 수업 참가자들에게 골 문 앞을 지키는 기본자세를 설명하고 있다. 배동미 기자

이 겨울 언니들이 추위를 이기는 법. “추우니까 멈추지 마세요! 계속! 계속 뜁니다.” 낮 최고기온이 2도였던 지난달 21일 서울의 한 풋살장에서 전민경 전 여자축구국가대표팀 선수가  슈팅을 막아내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배동미 기자

이 겨울 언니들이 추위를 이기는 법. “추우니까 멈추지 마세요! 계속! 계속 뜁니다.” 낮 최고기온이 2도였던 지난달 21일 서울의 한 풋살장에서 전민경 전 여자축구국가대표팀 선수가 슈팅을 막아내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배동미 기자

5년 전 처음으로 공을 차봤다는 김혜민씨는 “축구는 보는 것보다 하는 것이 훨씬 재밌다”고 했다. “‘이걸 왜 이제 시작했을까’했지만 늦게라도 시작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팀 스포츠는 호흡을 맞추고, 결과를 같이 만들어가면서 조금씩 쌓아가는 것이 큰 쾌감을 줘요. 동료애도 생겨요. 시작은 운동이었는데 점점 공동체 느낌이죠.”

함께 골키퍼 수업을 했던 최정순씨는 이제 공을 찬지 한 달째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그는 ‘아나공 수업’(“아나, 공 여기 있다”라는 말. 교사는 공만 던져주고 학생들끼리 놀게 하는 수업방식)을 하기 싫어서 축구를 배워보기로 했다. “구기 종목이 나에게 맞는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 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는 생각을 해요. 학창시절에 왜 이런 경험을 해보지 못했는지 처음엔 억울했어요. 축구에 관심이 있다면 시작해보고 맞지 않으면 그만두면 됩니다. 하루라도 젊을 때 공을 차면 더 재밌지 않을까요. 같이 해요! 너무 영업이었나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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