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스프레소·스타벅스 커피농장서 아동노동 적발

김향미 기자
네스프레소 광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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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커피 회사 네스프레소와 스타벅스가 거래하는 커피농장들에서 아동노동 착취 사실이 확인됐다. 두 기업은 국제노동기구(ILO)의 아동노동 금지 협약을 위반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영국 방송 채널4의 프로그램 <디스패치>는 네스프레소와 스타벅스에 커피콩을 납품하는 과테말라 커피농장들을 취재한 결과, 13세 미만 아동들이 하루 5파운드(약 7660원) 미만의 임금을 받으며 주 40시간 이상씩 일하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2일 밤 정규방송 내용을 사전에 공개한 것이다. 농장 7곳은 네스프레소에, 5곳은 스타벅스에 커피콩을 납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스패치> 제작진은 지난해 과테말라 커피농장들에서 아동들을 고용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지 취재진을 꾸렸다. 농장에선 대략 11~12세 아이들이 주 6일간 하루 6~8시간씩 커피콩을 따고 있었다. 아이들은 하루 수확한 커피콩의 무게만큼 임금을 받았는데, 최대 5파운드를 넘지 못했다. 더운 날씨에 해충이나 뱀의 공격을 받아가며 커피콩을 따고, 무려 45㎏에 달하는 커피콩 자루를 옮기는 아이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인권 변호사인 올리버 홀랜드는 “아이들이 일주일에 40시간씩 일하고 있다면 적절한 교육을 받을 방법은 없다”고 했다. 제작진은 네스프레소의 광고 모델인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다. 클루니는 “매우 놀랐고, 슬프다”면서 “회사가 분명히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했다.

네스프레소 최고경영자(CEO) 기욤 르 쿤프는 “아동노동은 용납할 수 없다. 해당 농장들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진행할 것이며 조사가 끝날 때까지 커피를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타벅스 글로벌 책임자인 미셸 번스도 “아동노동에 관해선 무관용 원칙”이라며 조사와 구매 중단 조치를 내놨다.

스타벅스 매장 이미지|로이터연합뉴스

스타벅스 매장 이미지|로이터연합뉴스

아동노동이 중단되더라도, 남는 문제가 있다. 과테말라는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커피 생산국이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549달러(2018년) 수준이다. 커피농장에서 일하는 것은 아이들과 아이들의 가족들에겐 생계가 달린 문제다. 취재기자인 안토니 바넷은 영국 가디언에 “해당 농장을 조사하고 거래를 끊는 것은 매우 쉽다. 하지만 이는 농민들, 또 그들에 의존하는 가난한 가족들이 처벌을 받는 것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영국에서 커피 한 잔이 2.5파운드(약 3828원)일 때 커피회사에는 25펜스(약 383원), 커피농장에는 1페니(약 15원)가 돌아간다. 농장은 1페니의 일부를 노동자 임금으로 지급한다. 농장은 노동력이 싼 아이들을 고용하고, 생활비가 부족한 부모는 아이들을 일터로 보낼 수밖에 없다.

강제노동 전문가인 에이단 매쿼드는 로이터에 보낸 기고에서 “아동노동은 빈곤의 결과”라며 “네스프레소와 같은 기업이 가난한 지역사회와 거래를 끊으면 그들은 더 가난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단순히 아동노동이 있는지 감시하는 것에서 나아가서 해당 지역사회의 행정당국이 기업의 세금을 성평등, 아동 권리 증진 등을 위해 쓰도록 요구하는 등 더 적절하게 관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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