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대한 폭행을 가해자 1인칭 시점에서 연출한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 처분을 받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27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부부의 세계>에 행정지도를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방송심의소위는 <부부의 세계>에 등장한 폭행 장면 등에 행정지도 처분을 내렸다. 6회에서 이태오(박해준)는 지선우(김희애)를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폭행했고, 8회 방송에서는 괴한이 지선우의 집에 침입해 지선우의 목을 조르는 등 수차례 폭행했다. 특히 8회 방송은 이 폭행 장면을 괴한의 1인칭 시점으로 연출해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
8회 방송에서 손제혁(김영민)에게 조이(오소현)가 “애인해줄 테니 명품백을 사달라”고 요구하고, 실제로 손제혁이 성관계 대가로 백을 사준 것처럼 연출한 장면도 왜곡된 성차별 인식을 조장했다며 비판 받았다. JTBC는 이들 장면이 담긴 <부부의 세계>를 청소년 시청 보호 시간대에 재방송하기도 했다.
방송심의소위는 이 장면들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양성평등, 폭력 묘사, 수용 수준 등의 조항에 어긋난다고 판단해 ‘권고’ 행정지도를 의결했다. ‘권고’는 방송심의 관련 규정 위반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될 경우 내려지는 행정지도다. 해당 방송사에 대해 법적 불이익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방송심의소위는 브라보키즈·챔프·대교어린이TV 등 3개 어린이용 방송 채널에도 ‘권고’ 행정지도를 결정했다.
3개 채널은 지난달 초등학생용 애니메이션 <안녕 자두야>를 방영했는데, 방송분에는 초등학교 남학생이 숲속에서 용변을 보는 여학생의 모습을 불법 촬영한 다음 이를 빌미로 여학생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등의 장면이 담겼다.
방송심의소위는 “최근의 디지털 성범죄를 모방·조장할 우려가 있는 내용”이라며 “성 인지 감수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반영해 철저한 사전 심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을 연출하면서 여성 피해자 이름을 ‘나여리’, ‘조신애’ 등으로 설정한 tvN 예능프로그램 <대탈출3> 역시 ‘권고’ 행정지도를 받았다. 여성은 나약하고 조신해야 한다는 성별 고정관념을 범죄 피해자 이름 설정을 통해 재생산했다는 지적이었다.
한편 인터뷰 조작 논란이 일었던 MBC <PD수첩> 등에 대해선 의견 진술을 청취한 후 심의하기로 결정했다. <PD수첩>은 지난 2월11일 방영된 ‘2020 집값에 대하여 3부: 커지는 풍선효과, 불안한 사람들’ 편에서 아파트 매수계약을 체결한 인터뷰이를 무주택자인 것처럼 방송했다는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