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다큐] ‘입질’의 희열···이 맛, 혼자만 알면 무슨 재민겨~

이른 새벽 작은 배 한척이 태안 천리포항 슬로프를 빠져 나갔다. 만조 물때가 일러서 해가 뜨기 전에 바다로 나가야 했다. 물이 너무 빠져 버리면 슬로프에 턱이 나와 해변에서 한참을 배를 끌고 걸어 나가야 한다. 해가 뜨기 전이지만 여명이 밝아 나가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주로 새벽에 나가는 건 새벽시간이 물고기가 입질을 자주하는 피딩타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카약의 페달을 밟아 포인트로 향하며 보는 일출이 바다카약피싱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장판같은 새벽바다를 가로지르며 오늘은 어떤 고기가 반겨줄지 기대감에 가슴이 벅차다.

노세헌씨가 태안 천리포항 부근 노란 등대에서 유튜브 촬영을 하고 있다.

조그만 전자제품 공장을 운영하는 노세헌(57)씨는 민물 낚시만 하다가 3년 전부터 바다로 진출해서 지금은 카약 피싱을 한다.

차에 카약을 올리는 노세헌씨

낚시를 다녀오면 조행기를 블로그에 올리곤 했는데 3년 전 아들이 “영상 시대인데 조행기를 영상으로 만들어 보세요” 조언을 하면 값싼 액션캠을 선물했다.

‘한번 해보지 뭐“ 라고 시작한 유튜브 조행기 체널 ”하나배카약피싱“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기획 촬영 출연 편집을 모두 혼자 해야 하기 때문이다

태안 천리포항 슬로프에서 출발

주중에 일을 하고 주말에 낚시를 가서 촬영을 하면 퇴근하고 매일 2-3시간씩 편집을 한다. 지금 사용하는 카메라는 영상을 10분짜리로 잘라서 파일을 만드는데 한번 다녀오면 몇십 개의 영상파일이 생기고, 핸드폰으로 녹음한 녹음파일이 생긴다. 이 영상과 오디오를 서로 묶어주는 데만 꼬박 하루를 씨름한다. 촬영시간이 길기 때문에 ㅤ촬영한 영상을 모두 보고 잘라서 붙이는 컷편집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조행기 영상 한편을 만들려면 일주일 저녁을 모두 써야한다.

노세헌씨가 태안 천리포항 부근 노란 등대에서 유튜브 촬영을 하고 있다

카약에 다는 카메라 거치대도 직접 뚝딱거리며 만들었고, 액션캠의 마이크 성능이 좋지 않아 개조도 했다. 3년동안 사용하다 망가진 카메라와 마이크가 여러개다. 아무래도 바다에서 사용하다보니 오래가지 못한다.

그동안 사용한 카메라.

처음에는 베가스라는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쓰다가 한계를 느껴 지금은 프리미어를 사용한다. 프리미어를 따로 배운 적은 없고 영상을 만들며 모르는 게 있으면 유튜브에 검색을 해 방법을 찾아 영상으로 배우고, 실제 편집을 하면서 배운 방법을 사용하면서 하나 하나 익혔다. 요즈음 젊은이들이 유튜브로 검색하고 유튜브로 학습하는 방식 그대로다.

편집하는 하나배

현재 유튜브의 체널 구독자 수는 2천명을 조금 넘었다. 아무래도 동호인 수가 많지 않은 카약피싱이라 구독자 수가 아주 제한적이다. 한달에 유튜브 수익이 얼마나 나오냐고 슬쩍 물어보니 피자 한두 판 값 정도 나온단다.

카약피싱으로 유튜브를 하는 이유를 물어보니 “내가 좋아하는 걸로 유튜브를 하고 싶다”고 대답한다.

낚시를 하다가 잡은 광어 새끼를 방생하고 있다.

구독자 수가 조금씩 늘면서 낚시를 가면 알아보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덕분에 각지에 조황 정보도 훤하게 알게 된다.

최근에는 조행기 뿐만 아니라 낚시채비, 카약 튜닝 영상도 올리고 있다.

만리포 앞바다에서 놀래미를 올리고 있다

무거운 카약을 차에 올리고 내리고 페달로 추진하는 카약에서 6-7시간을 버티려면 체력이 필요해서 운동도 해야 한다. 그래서 부인도 바다로 낚시 가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 초등학생 장래 희망직업 순위에 유튜버가 오른다던데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58세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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