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헤밍웨이도 집사야? 읽고 보며 ‘교감’

김지혜 기자
[책과 삶]헤밍웨이도 집사야? 읽고 보며 ‘교감’

작가들과 반려동물의 사생활
캐슬린 크럴 글·바이올렛 르메이 그림
전하림 옮김
에프 | 184쪽 | 1만7500원

‘마초 중의 마초’로 알려진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뜻밖에 애묘인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가족처럼 의지했던 캐서린 타이거부터 보이시, 프린세사, 스노볼 등 수많은 반려묘들과 나눈 온기를 양분 삼아 <노인과 바다> 같은 대작을 썼다. 1939년부터 20년간 쿠바에 사는 동안엔 저택에 고양이 전용 탑을 세워 57마리의 고양이를 키웠다. 그는 1954년 받은 노벨문학상 상금 중 상당액을 고양이들을 보살피고 먹이는 데 썼다. 멎는 법을 모르는 사랑 앞에서 헤밍웨이는 이렇게 말했다. “고양이를 기르기 시작하면 단 한 마리로는 절대 멈출 수 없다.”

19세기 시인 엘리자베스 바넷 브라우닝부터 21세기 소설가 J K 롤링까지 반려동물과 함께한 작가 20인의 일생을 한 권으로 엮은 책이다. 매번 빈 페이지와 고독한 전투를 벌이는 작가와, 기꺼이 이들의 ‘안전한 피난처’가 돼준 반려동물의 애틋한 관계가 단정하게 정리돼 있다. 푸들 찰리와 넉 달간 1만6000㎞를 달리는 자동차 여행 끝에 <찰리와 함께한 여행>이란 기행문을 써낸 존 스타인벡, 글을 쓸 때마다 어깨 위로 올라타는 얼룩 고양이 카테리나와 함께 소설 <검은 고양이>를 써낸 에드거 앨런 포…. 삶의 활력소이자 청중, 든든한 동반자이자 수호자인 동물들의 도움으로 명작을 써낸 작가들의 일화를 보노라면, 책 속 커트 보니것의 말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누구에게든지 물어보세요. 개와 고양이가 우리 사람보다 더 영특하답니다.”

동물과의 따뜻한 교감뿐 아니라 각 작가들의 일생과 업적이 깔끔하게 요약돼 있어 재미와 상식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책이다. 동물과 작가의 개성을 한껏 살린 삽화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어 사랑스러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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