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노샤로 간 트럼프…“폭력 시위는 테러 행위”

김향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인종차별 시위 도중 피해를 입은 건물을 둘러보고 있다. 커노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인종차별 시위 도중 피해를 입은 건물을 둘러보고 있다. 커노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이어지는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방문했다. 경찰 총격으로 흑인 제이컵 블레이크가 크게 다친 것에 분노한 시위가 계속된 것으로, 시위 도중 백인 소년이 쏜 총에 시위대 2명이 숨진 곳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도시 재건을 위해 42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블레이크나 그의 가족은 만나지 않았다. 이번 커노샤 방문은 대선 전략의 일환으로 ‘법과 질서’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2시50분쯤 커노샤에 도착했다. 그는 화재로 파괴된 가구점을 둘러보고, 주방위군 임시 지휘센터를 찾았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나타난 곳에는 시위대와 지지자 양측 수백명이 모여들었다. 양측은 비교적 평화롭게 피켓 시위를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 인사들과 간담회에서 “평화적인 시위가 아니라 국내 테러 행위”라며 시위대를 ‘무정부주의자’, ‘폭도’, ‘선동가’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정치적 폭력을 멈추려면 우리는 급진적 이데올로기와 맞서야 한다”며 “우리는 위험한 반(反)경찰 언사를 규탄해야 한다”고 말했다. 커노샤 경찰에 대해서는 “여러분이 한 일은 믿을 수 없다. 정말 고무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커노샤 공공안전을 위해 4200만달러를 연방정부가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레이크 피격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러한 일을 겪는 사람들은 매우 끔찍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레이크 사건에 대한 첫 논평이다. 다만 경찰 대응을 직접 비판하지는 않았다. 그는 앞서 시위대에 총격을 가한 백인 소년의 행동을 ‘정당방위’라며 두둔했다.

블레이크 가족은 트럼프의 정치 행사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법과 질서’를 내세워 시위대의 폭력성을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윌리엄 바 법무장관과 채드 울프 국토안보부 장관대행 등과 동행했다. 이번 커노샤행은 재선을 위한 행보로 읽힌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의 커노샤 방문이 정치적 상황과 관련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통령은 상처 받은 미국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 등장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은 ‘법과 질서’ 전략이 미국 정치에서 오랜 역사를 지녔다고 전했다. 공화당 정치인들은 종종 ‘범죄’ ‘나의 도시’ ‘편안한 이웃’ 등의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인종차별 문제에 대응해왔다는 것이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1968년 흑인 민권운동 당시 시위와 관련해 “화염에 휩싸인 도시” “죽어가는 미국인들” 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전 대선 때도 “버락 오바마가 미국을 모두에게 더 위험한 곳으로 만들었다”며 스스로를 ‘법과 질서의 후보’라고 말했다.

미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1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유권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경제’였다. 이어 의료·대법관임명·코로나19 순이었고, ‘폭력 범죄’는 5위였다. 미 위스콘신주에 있는 마케트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줄리아 아자리는 “‘법과 질서’를 강조해 유권자들의 관심을 돌리려는 것이다. 시위대가 문제임을 강조하면서 자신이 강한 후보임을 드러내려는 것”이라며 “이 전략이 통할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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