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업장 인근 식당으로 이동 중 부상은 업무상 재해"

김정근 기자

사립학교 교직원이 점심시간 중 외부 식당으로 이동하다가 부상을 입었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4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구지법 제11민사부(재판장 주경태)는 김모씨(56)가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 수급권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경북 상주시의 한 사립중학교에서 시설관리 업무를 담당하던 김씨는 지난해 7월 점심을 먹기 위해 학교 인근 음식점으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던 중 교문 앞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이 사고로 김씨는 무릎관절 인대에 피가 고이고,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김씨는 직무와 관련된 사고로 생각해 사립학교 교직원연금공단에 요양승인 신청을 하였으나 부결됐고, 이어진 재심에서도 기각됐다. 공단측은 “구내식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식당을 이용했으므로 사적인 행위로 발생한 사고”라며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김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방문해 도움을 요청했고 김씨와 법률구조공단측은 외부식당을 이용해야 하는 불가피성을 강조해 업무관련성을 주장했다. 간암을 앓고 있던 김씨는 사고 발생 2년 전부터 약물치료를 받아왔고, 의사로부터 기름지고 짠 음식을 피하라는 식이요법을 권고 받았다. 이에 따라 김씨는 매일 구내식당을 피해 학교 인근 외부식당을 이용했고, 학교장도 이를 허락했기 때문이다.

법률구조공단측은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까지 증거로 제출했다. 노동부는 2018년 ‘점심시간 중 사고에 대한 업무상재해 인정 개선 방안 시달’이라는 정책 공문을 근로복지공단에 보내 구내식당 또는 ‘사업주가 지정하는 식당’ 이외에도 ‘사업장 인근 식당’으로 이동하는 경우에도 업무관련성을 인정토록 한 바 있다.

법원은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김씨가 학교장의 허락을 받은 점, 인근 식당이 도보로 10분 정도 소요되며 식사 후 학교 복귀가 예정된 점, 구내식당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도록 제한할 수 없는 점 등을 인정했다.

특히 재판부는 “점심시간 중의 식사는 일반적으로 업무의 준비행위 또는 그에 따르는 생리적 행위에 해당한다”며 업무관련성을 인정했다.

소송을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이기호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산업재해보상법’ 상 판례가 ‘사학연금법’상의 직무관련성 판단에도 적용된 것”이라며 “사립학교 교직원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와 동등한 권리를 인정받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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