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일주일에 3시간씩 2번 ‘초단시간 노동’…개인 연습은 노동시간으로 안 쳐줘요”

글·사진 유명종 PD

성악가 - 김민정씨

지난 10월 5일 양주시립합창단원 김민정씨가 경기 양주시에 위치한 합창단 연습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유명종 PD

지난 10월 5일 양주시립합창단원 김민정씨가 경기 양주시에 위치한 합창단 연습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유명종 PD

단원 임금 월 75만원…개인 과외나 택배업체 등 ‘알바’ 병행
노조 결성했다는 이유로 전원 해촉…투쟁 끝에 복직하기도

성악가 김민정씨(38)는 경기 양주시립합창단에서 일한다. 합창단은 20여명으로 구성돼 있고 김씨는 알토 파트의 수석단원이다. 1년에 서너 차례 큰 규모의 음악회를 진행하고, 그 중간에 청소년 등을 상대로 ‘찾아가는 음악회’를 연다. 김씨를 인터뷰한 지난 10월5일, 합창단은 ‘가을 콘서트’를 앞두고 있었다. 관객 없는 유튜브 중계다.

준비해야 할 노래가 많지만 ‘비상임’인 단원들은 일주일에 두 번 출근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만 근무한다. ‘초단시간 노동’이다. 김씨는 “근무시간은 온전히 다른 단원들과 협업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석 달에 한 번씩 연 4회 음악회를 연다고 가정할 경우, 단원들이 음악회를 한 번 준비할 때 고작 72시간(일주일 2회×3시간×12주)만 노동시간으로 인정되는 셈이다. “그 전에 개인적으로 합창에 맞는 소리를 연습하고 음정을 봐와야 협업이 이뤄질 수 있어요. 집에서는 연습할 수 없으니 연습실도 빌리고 시간을 투자해서 악보를 마스터하죠. 하지만 저희가 받는 임금에는 개인 연습시간이 포함돼 있지 않아요.”

지자체 소속의 예술단원들은 ‘상임’과 ‘비상임’으로 나뉜다. 상임 단원으로만 구성된 예술단도 있고 상임과 비상임이 혼재된 곳도 있다. 양주시립합창단은 비상임 단원들로만 구성됐다. 김씨는 “(다른 예술단의) 상임 단원들은 매일 출근해 그 시간에 개인 정비시간을 갖는다. 출근을 했으니 당연히 노동시간으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앞서 법원은 ‘출근하지 않더라도 개인 연습시간을 근무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이 사측을 상대로 낸 연차수당 지급 청구 소송에서 “(출근하지 않고 진행한) 개인 연습도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있는 근무시간에 해당한다”며 개인 연습도 출근한 것으로 간주해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지난해까지 양주시립합창단의 단원 임금은 월 50만원으로, 인접한 남양주시립합창단의 비상임 일반단원 임금(월 143만원)과 비교해도 턱없이 낮다. 월 소득이 적다보니 단원들은 택배업체나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김씨는 학생들을 상대로 개인 과외를 한다. “어떤 이들은 합창단 일이 ‘알바’ 아니냐고 해요. 우리에겐 여기가 직장이고, 레슨이나 택배가 ‘알바’예요. 갑자기 합창단 일정이 잡혀도 거기에 맞춰 다른 스케줄을 변경해요.”

양주시립합창단원들은 양주시립교향악단 단원들과 함께 2018년 9월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하지만 그해 12월 양주시의회가 ‘노조 결성’을 이유로 예산을 전액 삭감하더니, 양주시가 합창단과 교향악단 단원 전체에게 해촉을 통보했다. 단원들은 길거리에서 음악회를 하며 복직 투쟁을 벌였다. 지난해 5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라며 양주시에 원직 복직을 명령했다.

김씨는 “노동조합을 조직한 이후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했다. 단원 임금도 올해 월 75만원으로 올랐다. “우리는 50년 전 전태일 열사가 그랬듯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외치고 있어요. 전태일 같은 선배 노동자가 있었기에 노동환경이 많이 개선됐죠. 지금 우리의 투쟁도 미래의 노동자들이 평등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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