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

치열했던 20대에 건네는 아이유의 화려한 인사… 5집 '라일락'

심윤지 기자
아이유는 정규5집 타이틀곡 ‘라일락’ 뮤직비디오에서 자신의 20대를 기차여행에 비유했다. 화면 속 꽃가루는 졸업식에 뿌리는 밀가루를 형상화한 것이다. 이담엔터테인먼트·원더케이 제공

아이유는 정규5집 타이틀곡 ‘라일락’ 뮤직비디오에서 자신의 20대를 기차여행에 비유했다. 화면 속 꽃가루는 졸업식에 뿌리는 밀가루를 형상화한 것이다. 이담엔터테인먼트·원더케이 제공

지금 음원차트는 그야말로 아이유 천하다. 31일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의 ‘24히트’ 차트 상위 10곡 중 6곡은 지난 25일 발매된 아이유의 정규 5집 <라일락> 수록곡이다. 멜론이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고 24시간을 기준으로 집계 방식을 바꾼 후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차트 줄세우기’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 벅스의 실시간 차트에서는 발매 다음날 오전까지 상위 10개곡이 모두 아이유 노래로 도배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차트 줄세우기를 하려면 팬덤뿐 아니라 이른바 ‘대중’도 유입돼야 한다”며 “현재 이것이 가능한 가수는 아이유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유가 신곡을 발표하면 음원차트 트래픽이 평균보다 20~30% 정도 올라간다. 타이틀곡뿐 아니라 앨범 전체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이라며 “이는 대형가수 6~7팀이 동시에 컴백한 것과 같은 효과”라고도 했다.

개인의 음악 취향이 쪼개지고 나눠지는 지금,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대중가수 아이유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아이유의 새 앨범과 그동안의 활동사를 되돌아보면 그 비결이 보인다.

아이유는 자신의 20대를 정의하는 단어로 ‘젊은 날의 청춘’이라는 꽃말을 가진 라일락을 골랐다.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유는 자신의 20대를 정의하는 단어로 ‘젊은 날의 청춘’이라는 꽃말을 가진 라일락을 골랐다.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20대 마지막, 화려한 인사

“20대를 완독해주신 분들께 화려한, 쓸쓸하지 않은 인사를 하고 싶다.” 스물아홉 아이유의 새 앨범 콘셉트는 ‘인사’였다. 아이유는 자신의 20대를 정의하는 단어로 ‘젊은 날의 청춘’이라는 꽃말을 가진 라일락을 골랐다. 이로써 <스무 살의 봄>(20세)으로 시작해 ‘스물셋’(23세), ‘팔레트’(25세), ‘에잇’(28세)으로 이어진 나이 시리즈에도 종지부가 찍혔다.

이번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은 하나의 키워드로 요약할 수 없을 만큼 다채롭다는 것이다. 더블 타이틀곡 ‘라일락’과 ‘코인’ 모두 1970~1980년대 펑크 디스코 리듬을 기반으로 했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아이와 나의 바다’에서 감정이 폭발하듯 고음을 내지르던 아이유는 ‘어푸’에서 무심한 듯 뚝뚝 끊어지는 듯한 창법을 선보인다.

다양한 시도를 하기 위해 본인의 자작곡은 최대한 덜어냈다. 올드스쿨 발라더 나얼, 힙합 R&B 아티스트 페노메코, 포크 뮤지션 김수영까지 프로듀서진 면면도 다양하다. 아이유는 지난 25일 네이버 나우 라이브쇼에서 “제가 프로듀싱을 맡은 후부터 창작자로서의 생각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보컬리스트로서 보여드릴 수 있는 것들이 좁아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전곡 작사는 다양한 시도로 흐려질 수 있는 앨범 전체의 유기성을 잡기 위한 선택이었다. “우리 둘의 마지막 페이지를 잘 부탁해/ 어느 작별이 이보다 완벽할까”라는 첫 곡 ‘라일락’의 가사는 “내 맘에 아무 의문이 없어 난/ 이 다음으로 가요”라는 마지막 곡 ‘에필로그’로 이어진다. 신나면서도 쓸쓸하고, 서정적이면서도 모호하지 않은 작사는 아이유의 강점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더블 타이틀곡 ‘라일락’과 ‘코인’ 모두 1970~1980년대 펑크 디스코 리듬을 기반으로 했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코인’에서는 성공에 대한 야망과 자신감을 숨기지 않는 승부사로 변신했다. 이담엔터테인먼트·원더케이

더블 타이틀곡 ‘라일락’과 ‘코인’ 모두 1970~1980년대 펑크 디스코 리듬을 기반으로 했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코인’에서는 성공에 대한 야망과 자신감을 숨기지 않는 승부사로 변신했다. 이담엔터테인먼트·원더케이

더블 타이틀곡 ‘라일락’과 ‘코인’ 모두 1970~1980년대 펑크 디스코 리듬을 기반으로 했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코인’에서는 성공에 대한 야망과 자신감을 숨기지 않는 승부사로 변신했다. 이담엔터테인먼트·원더케이

더블 타이틀곡 ‘라일락’과 ‘코인’ 모두 1970~1980년대 펑크 디스코 리듬을 기반으로 했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코인’에서는 성공에 대한 야망과 자신감을 숨기지 않는 승부사로 변신했다. 이담엔터테인먼트·원더케이

■안전지대를 깨고 넓히다

“콘서트를 준비할 때 기획 단계에서 ‘무엇보다 오락적으로 완벽한 공연’을 만들고 싶을 때가 있다. 이번 앨범을 바로 그런 관점으로 만들었다.” 아이유가 최근 W와 인터뷰하면서 밝힌 작업 후기다. 어릴 때부터 소소한 이야기, 잔잔한 음악을 좋아했다는 아이유는 이 인터뷰에서 ‘빅사이즈 음악’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그는 “항상 작고 안전했던 내 세상을 조금 위험하더라도 크고 넓게 만들어보고 싶어졌다”고 했다.

안전지대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움에 도전하는 것. 이는 가수 겸 프로듀서 아이유의 생존 비결이기도 했다. 아이유는 23세 때 처음으로 프로듀싱을 맡은 앨범 <쳇셔>(2015)를 통해 도발적이고 복잡한 자아의 고민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는 ‘좋은 날’과 ‘분홍신’으로 쌓아올린 국민 여동생 이미지를 깨부수는 혁신적 시도다. 이후 발표한 <팔레트>(2017)를 통해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입지를 다진 그는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밤편지>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포크뮤지션이자 발라더로도 자리를 잡았다.

유튜브 자체 콘텐츠에서 ‘엔터직장인 이지동’ 캐릭터로 변신해 새 앨범 타이틀곡 ‘라일락’의 뮤직비디오 컨셉을 설명하는 아이유, 이담엔터테인먼트 유튜브 갈무리

유튜브 자체 콘텐츠에서 ‘엔터직장인 이지동’ 캐릭터로 변신해 새 앨범 타이틀곡 ‘라일락’의 뮤직비디오 컨셉을 설명하는 아이유, 이담엔터테인먼트 유튜브 갈무리

대중적 인기를 구가하는 메인스트림 가수이자 자신의 창작물을 책임지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아이유는 팬들과의 소통 방식도 바꿔내고 있다. ‘좋은 날’에 삽입된 멜로디와 이를 오마주한 가사를 ‘라일락’에 녹여내는 등 팬들을 위한 ‘이스터 에그’를 곳곳에 숨겨놓고 해석을 유도하는 식이다. 평소 매체 인터뷰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아이유는 자신이 직접 쓴 앨범 소개글과 유튜브 채널, ‘엔터직장인 이지동’이라는 ‘부캐’(부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 창작 의도를 직접 전달한다.

“어느 쪽이게 사실은 나도 몰라”(‘스물셋’)라던 23세 아이유는 “이제 조금 알 것 같아”(‘팔레트’)라는 25세 아이유를 거쳐 “아무런 의문 없이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는 29세의 아이유가 됐다. 음악으로 기록된 아이유의 성장서사는 그렇게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기록이자 위로로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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