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5명 목소리로 쌓은 컴퓨터 효과음, 음악이 되다… 아카펠라그룹 메이트리

실력에 비해 주목 못 받던 베테랑

효과음 영상으로 줄줄이 '역주행'

"따라한대도 우리만큼은 못할걸요"

경기 파주의 스튜디오에서 지난 8일 만난 5인조 아카펠라그룹 메이트리 장상인, 강수경, 임수연, 김원종, 권영훈(왼쪽부터).

컴퓨터에 이동식저장장치(USB)를 꽂을 때, 파일을 휴지통에 넣을 때, 윈도 운영체제를 종료할 때 나오는 효과음들도 ‘음악’이 될 수 있을까. 아카펠라그룹 메이트리의 대답은 망설임없이 ‘그렇다’였다. “깡통을 제대로 두드리기만 해도 음악이 되는데, 아름다운 화음으로 재현해낸다면 ‘띵’ 소리 하나도 당연히 음악이죠!”

이들은 지난 1월 ‘윈도 효과음’ 커버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30초도 안되는 이 영상은 조회수 900만을 넘기며 ‘대박’이 났다. 유튜브 구독자도 6만명에서 77만명으로 수직 상승했다. 뒤이어 올린 아이폰·갤럭시 효과음 커버는 물론, 예전에 올렸던 영화음악 메들리까지 ‘역주행’을 시작하면서다.

마이크로소프트 공식 계정이 “10점 만점에 10점”이라는 댓글을 남기고, 방탄소년단이 출연했던 미국의 유명 TV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서도 섭외전화가 왔다. 지난 8일 경기 파주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메이트리는 “이게 무슨 일인지 싶은 일들이 계속 일어났다”며 웃었다.

갑자기 ‘슈퍼스타’가 된 팀은 아니다. 메이트리는 올해로 결성 21년차인 베테랑 그룹이다. 대학 동호회에서 만난 장상인(보컬 퍼커션)과 강수경(알토)을 필두로 김원종(베이스), 권영훈(테너), 임수연(소프라노)이 차례로 합류했다. 2018년 모스크바 아카펠라 페스티벌에서 2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세계적인 실력을 가졌지만, 대중적 인지도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유튜브를 시작한 건 5년 전. 유명 팝송 커버 영상을 주로 올렸는데 반향은 크지 않았다. ‘윈도 효과음을 따라 해보자’는 매니저 제안을 들었을 때도 기대보단 의심이 컸다.

“처음엔 ‘꼭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조금은 있었어요. 조회수 올리려고 찍는 건데 과연 오를까 싶고… 뭘 해도 반응이 미미한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에너지가 많이 떨어져 있던 상태였거든요.”(강수경) 하지만 사람들 반응은 단순한 흥미 그 이상이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 ‘감동적이다’라는 댓글을 보며 “이 또한 음악”이라는 생각을 굳혔다. 지금은 “다른 아카펠라그룹이 똑같이 따라 해도 우리만큼은 하지 못할 것”이란 자부심도 생겼다.

메이트리가 커버한 <왕좌의게임> 테마곡 메들리. 메이트리 유튜브 캡처

음악 커버 작업은 연주자가 곡을 해석하는 것과 비슷하다. 열 개 이상의 악기가 쓰인 오케스트라곡이나, 컴퓨터 기계음을 완전히 똑같이 따라 하기란 불가능하다. 가장 먼저 들리는 소리를 찾고, 화성을 쌓아가며 색채를 입힌다. “특히 효과음 커버는 다른 작업과 많이 달라요. 어떤 때는 같은 효과음을 들었는데, 서로 들리는 소리가 다를 때도 있어요. ‘이게 안 들려?’ ‘이게 안 들려?’ 하고 싸우기도 하죠!”(임수연)

아카펠라는 오직 인간의 목소리로만 화음을 만들어낸다. 1990년대 ‘인공위성’ 정도를 제외하면 한국에서 정통 아카펠라를 하는 그룹은 손에 꼽는다. 그럼에도 20년 넘게 이 장르를 고집해 온 이유를 묻자 “스포츠처럼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느낌”(김원종), “주어진 한계 내에서의 해석의 자율성”(강수경), “다섯 명이 모여 내는 몇배, 몇백배의 시너지”(임수연) 등 다양한 답변이 쏟아졌다. 무엇보다 이들은 ‘가장 아름다운 악기’로서 인간 목소리가 가진 힘을 믿는다고 했다.

“한때는 곡을 써야 뮤지션이라고까지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지금은 ‘오리지널’이든 아니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이라면 뭐든 상관없다 싶어요. 많은 분께 넘치는 사랑을 받아 봤으니 앞으로는 저희들이 신나고 행복할 수 있는, 스스로 만족할 만한 음악을 하고 싶어요”(강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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