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다 폭염으로 죽어가는 연어들

박은하 기자
알을 낳기 위해 컬럼비아강으로 돌아온 연어들의 몸에 붉은 병변과 흰 곰팡이가 나 있다.    컬럼비아 리버키퍼

알을 낳기 위해 컬럼비아강으로 돌아온 연어들의 몸에 붉은 병변과 흰 곰팡이가 나 있다. 컬럼비아 리버키퍼

알을 낳기 위해 고향으로 가려던 연어가 북미 대륙을 강타한 폭염으로 높아진 강의 수온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가는 모습이 공개됐다.

미국 환경보호단체 컬럼비아 리버키퍼는 태평양 북서부 지역의 기록적 폭염으로 산란을 위해 돌아온 연어들이 생존할 수 없는 수온에 노출됐다며 컬럼비아강에서 촬영된 영상을 27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영상에는 몸에 붉은 상처가 난 채 헤엄치는 연어들의 모습이 담겼다. 몸에 흰 곰팡이가 핀 홍연어도 있었다. 연어가 수온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보이는 반응이다.

컬럼비아 리버키퍼 이사 브렛 밴던호이벨은 “산란을 위해 강을 거슬러 오르던 홍연어들이 뜨거운 수온을 만나 지류로 방향을 틀었다”며 “불타는 건물에서 탈출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설명했다. 컬럼비아강에서 태어난 연어들은 부화 후 바다로 갔다가 산란기 때 태어났던 곳으로 돌아와 알을 낳는다. 컬럼비아강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 발원해 미국 워싱턴주를 거쳐 태평양으로 흐른다.

영상은 지난 16일 수온이 21도를 돌파한 날에 촬영됐다. 연어가 장시간 노출되면 치명적 수온이다. 밴던호이벨은 “사람으로 치면 38도가 넘는 상태에서 마라톤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연어 보호를 위해 수질오염방지법으로 이 지역 수온이 섭씨 20도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했지만, 현재 수온은 21도에 달해 치명적이라는 게 이 단체의 설명이다.

영상 속 연어는 질병과 스트레스로 알을 낳지 못하고 죽을 것처럼 보였다. 강바닥에는 배를 뒤집은 채 널부러진 연어 사체도 있었다. 가디언은 해당 영상에 대해 최근의 폭염으로 인한 비극적 희생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라고 설명했다. 캐나다와 미국의 태평양 북서부 지역에서는 올해 폭염으로 수백 명이 사망했으며 10억 마리 이상의 해양동물이 폐사했다. 대규모 산불도 발생했다. 불곰, 족제비 등 육식동물들의 주된 먹이인 연어의 대량폐사는 지역 생태계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 2015년에도 컬럼비아강에서는 이상고온으로 연어 25만 마리가 폐사했다.

컬럼비아강 중상류의 댐도 수온상승의 원인으로 거론됐다. 밴던호이벨은 “이번 폭염 이전부터 수십년 동안 많은 댐들이 건설됐고 물의 속도가 느려진 것이 수온 상승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미국 오리건주 우마틸라 인디언 보호구역의 연어 어장 보호 자문위원 돈 샘슨은 “연어를 구할 방법이 있지만 끔찍하게도 정치적 의지가 없다”며 컬럼비아강에 설치된 4개의 댐을 허물어야 한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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