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치 않은 임신 유발하면 고소 가능” 일리노이, 텍사스 낙태금지법에 맞서다

김혜리 기자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의도치 않은 임신을 유발한 사람을 고소할 수 있고, 타 지역 주민들을 위한 임신중단 공공기금을 조성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일리노이주 켈리 캐시디 하원의원이 지난 9월 초 주의회에 이 같은 내용의 법안(TExAS Act)을 제출했다. 법안에 따르면 주민들은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가정폭력, 성폭력, 학대 등을 저지른 사람을 고소할 수 있다. ‘의도하지 않은 임신을 유발하거나 이를 도운 사람’ 역시 누구든지 고소 가능하다. 소송을 제기한 주민에게는 최소 1만달러(약 116만원)가 제공되며, 제공된 금액 중 5000달러는 안전하게 임신중단 수술을 받기 위해 일리노이주로 오는 타지역 주민들을 돕기 위한 공공기금으로 기부된다.

해당 법안의 이름은 ‘TExAS Act’로, 텍사스주를 언급하는 듯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텍사스에선 지난 9월부터 임신 6주가 지나면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따른 임신의 경우에도 임신중단 수술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심장박동법(SB8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심장박동법은 일반 시민들로 하여금 임신중단을 행하거나 이를 행하는 데 기여한 이들을 고소할 수 있게 하며, 소송을 제기한 시민에게 1만달러를 제공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캐시디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그 반대 성격이다. 캐시디 의원은 본인이 발의한 법안이 “텍사스의 심장박동법이 얼마나 극단적인지를 효과적으로 비추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텍사스에서 임신중단 수술을 받으려는 이들을 규제한다면 일리노이에선 그런 문제를 야기한 사람들을 규제하는 쪽으로 가야 하지 않겠냐”고 NPR일리노이 등 현지매체에 말했다.

텍사스주에서 임신중절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심장박동법’이 발효된 지난 9월 1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주의회 의사당 앞에서 법안에 반대하는 여성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스틴|AP연합뉴스

텍사스주에서 임신중절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심장박동법’이 발효된 지난 9월 1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주의회 의사당 앞에서 법안에 반대하는 여성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스틴|AP연합뉴스

텍사스의 심장박동법에 대한 ‘미러링’이 통쾌하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텍사스의 “여성 건상에 해를 끼치는 말도 안되는 심장박동법”의 문제를 상기시키는 효과는 있겠지만 실제 법안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리노이 생명 권리 옹호’ 시민단체 임원인 에이미 게르크는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하고 나서 임신을 했을 경우에도 여성들이 상대방을 고소할 수 있다는 것과 임신중단을 지원하기 위해 사람들로부터 돈을 걷는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지 매체들은 이 같은 반론들 때문에 캐시디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최종 입법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 법안은 현재 일리노이주 하원에 발의된 상태다. 하원과 상원을 모두 통과하고,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까지 서명해야 법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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