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오는 파편벨트 공포…지구는 이미 포위됐다

이정호 기자

띠 두르는 ‘우주 쓰레기’ 골머리

우주 쓰레기가 지구 궤도를 가득 채운 모습의 상상도. 위성 요격 시험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우주 인터넷’ 구축용 위성이 지속적으로 발사될 경우 우주 쓰레기가 지구 주변을 포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럽우주국(ESA)이 2025년 투입할 우주 쓰레기 포획 위성(작은사진)이 집게로 우주 쓰레기를 움켜쥔 뒤 지구 대기권으로 함께 돌진해 불타 없어질 예정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ESA 제공

우주 쓰레기가 지구 궤도를 가득 채운 모습의 상상도. 위성 요격 시험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우주 인터넷’ 구축용 위성이 지속적으로 발사될 경우 우주 쓰레기가 지구 주변을 포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럽우주국(ESA)이 2025년 투입할 우주 쓰레기 포획 위성(작은사진)이 집게로 우주 쓰레기를 움켜쥔 뒤 지구 대기권으로 함께 돌진해 불타 없어질 예정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ESA 제공

우주 인터넷 사업 각광받으며
발사 예정된 위성만 7만~8만기
십수년 내 과밀화 우려 현실될 듯
연쇄충돌사고 위험 등 고민 커져
각국, 포획기술 등 연구 나섰지만
상용화까진 많은 시간 필요할 듯

지난 18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어깨동무를 한 국제우주정거장(ISS) 승무원 7명의 사진이 올라왔다. 표정은 밝았지만, 불과 며칠 전 이들은 죽음의 공포에 직면했었다. NASA는 “러시아의 인공위성 요격 시험으로 생긴 파편들을 계속 감시하고 있다”면서 “우주정거장과 승무원들은 현재 정상 임무를 재개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러시아가 자국 위성을 미사일로 요격하면서 생긴 1500개 이상의 파편, 즉 ‘우주 쓰레기’가 고도 약 400㎞에 떠 있던 ISS에 접근하면서 승무원들이 긴급 대피했던 상황이 일단 진정된 것이다.

하지만 파장은 여전하다. 위성 요격을 제한할 법적인 장치가 없고, ‘우주 인터넷 사업’이 각광받으며 수많은 소형 위성이 더 많이 발사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구 궤도라는 좁은 공간에서 위성과 우주 쓰레기가 일상적으로 연쇄 충돌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위성을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우주선도 마음대로 쏘지 못하는 진짜 재앙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요격 저지’ 어렵고 위성 수요는 폭증

우주법학계와 과학계에서 우주 쓰레기와 관련해 먼저 걱정하는 건 미사일로 위성을 요격하는 시험이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느 국가의 주권도 미치지 않는 우주에선 사실상 마음대로 미사일을 쏠 수 있고, 우주가 전장이 되면 적국 위성을 요격하는 능력이 군사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첩보 능력을 떨어뜨리고 항법시스템이나 통신 기능을 교란하는 데 위성 공격은 효과적이다. 우주법 전문가인 김한택 강원대 명예교수는 “위성 요격 시험을 어느 국가가 당장 또 한다고 해도 제지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또 있다. 최근 민간 기업들이 ‘우주 인터넷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 사업의 핵심은 기지국 기능을 하는 위성을 지구 궤도에 다수 띄우는 것이다. 업계 선두인 스페이스X는 앞으로 4만여기를 쏠 예정이다. 원웹이나 아마존, 아스트라 등 다른 기업의 계획을 합치면 새로 발사될 위성은 7만~8만기나 된다. 현재 지구 궤도를 도는 위성은 고장 난 것까지 합쳐도 7000여기에 불과한데, 10배 많은 위성이 십수년 안에 지구 궤도에 올라간다는 뜻이다. 과밀화된 지구 궤도에서 연쇄적인 충돌이 일어나며 수많은 우주 쓰레기가 새로 생길 위험이 커진 것이다.

■ 포획술 개발하지만 ‘쓰레기 벨트’ 우려

해결책으로 떠오르는 건 우주 쓰레기 포획 기술이다. 유럽우주국(ESA)은 2025년에 우주 쓰레기를 제거하는 첫 임무에 착수한다고 지난 5월 발표했다. ‘클리어 스페이스-1’이라는 이 계획의 목표는 집게 4개가 달린 위성으로 중량 100㎏짜리 로켓 잔해를 고도 800㎞에서 잡아챈 뒤 대기권으로 함께 돌진시켜 불태우는 것이다. 그물을 던지거나 자석처럼 우주 쓰레기를 끌어당기는 기술도 각국 기관과 기업들이 연구 중이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이 분야에 민간 우주기업이 뛰어들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해 기존에는 생각지 못했던 제거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포획 기술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여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포획 위성을 군사 목적으로 활용해 타국 위성을 나포하는 수단으로 쓸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행위를 어떻게 막을지도 고민거리다. 이 때문에 과학계에선 지구 궤도를 결국 우주 쓰레기가 고리처럼 포위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런 현상을 ‘케슬러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1978년 국제학술지 ‘스페이스 피직스’에 이 문제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 NASA 과학자 도널드 케슬러 박사의 이름을 딴 개념이다.

케슬러 박사가 이끈 연구진은 당시 논문에서 “위성 충돌은 지구 궤도를 도는 쓰레기를 만들고, 각 쓰레기는 더 많은 충돌을 일으켜 결국 쓰레기 벨트를 형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구진은 “21세기에 쓰레기 벨트가 중요한 문제로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학계에선 현재 지구 궤도에 쓰레기 벨트가 실제로 일부 생긴 것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이창진 교수는 “위성을 더 쏘거나 운영하는 일뿐만 아니라 우주선이 지구 밖으로 나가거나 지구 안으로 돌아오는 일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지구 궤도가 일종의 지뢰밭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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