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발생한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사망사고 관계자들이 1심 법원으로부터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대전지법 서산지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전 대표는 무죄를, 김씨가 소속된 하청인 한국발전기술 전 대표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나머지 원·하청 관계자들에게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 현행 산안법으로는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인데, 기가 막힌다.
김씨는 2018년 12월 새벽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작업하다 숨져 위험이 외주화된 원·하청 구조의 문제를 드러냈다. 이후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위험한 작업의 도급을 금지하는 쪽으로 산안법이 개정(김용균법)되고, 사망자 1명 이상 발생할 경우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제정됐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무거운 처벌을 면했다. 중대재해법 시행 전에 발생한 사건이라 이 법을 적용할 수 없는 한계 때문이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현장의 위험을 알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검찰이 두 주요 피고인에게 구형한 징역 2년, 1년6개월은 무엇이란 말인가. 김씨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선고 후 “너무 억울하고 분하고 원통하다”며 “절대 수긍할 수 없다”고 절규한 게 당연하다.
문제는 이런 산재 사망사고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막기 위해 중대재해법이 시행되었는데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 2주 사이에 중대재해가 2건이나 발생했다. 경기 양주 채석장 토사 붕괴·매몰 사고로 3명이, 성남 판교 신축공사장 승강기 추락사고로 2명이 숨졌다. 산재를 막기 위해 기업들이 무슨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중대재해 기업에 대한 엄벌의 필요성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다. 실제 2009년부터 2019년 6월까지 1심 선고에서 산안법 위반으로 실형이 선고된 비율은 0.57%에 불과하다. 금고 이상 실형을 선고받더라도 집행유예 비율이 13%나 된다. 법원은 법 시행 취지에 맞춰 양형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형벌과 벌금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산재를 쉽게 줄이기 어렵다. 정부도 위험의 외주화의 원인이 되는 도급이 금지되는 유해·위험 작업 범위를 확대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