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 해고노동자 김진숙, 37년 만에 복직···“너무나도 돌아가고 싶었던 공장안에 들어가게 됐다”

유선희 기자

 HJ중공업·금속노조, 명예복직·퇴직 합의

 김 지도위원 “죽은 동료 4명 생각이 나”

“부당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 길 계기 되길”

지난해 2월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서울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 도착하여 관계자들 및 47일째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기남기자

지난해 2월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서울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 도착하여 관계자들 및 47일째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기남기자

“박창수, 김주익, 곽재규, 최강서. 죽은 동료들이 가장 많이 생각났어요. 복직을 하면 먼저 하고 싶었던 게 이들이 일한 공장을 가보고 싶었거든요.” 한진중공업의 마지막 남은 해고노동자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62)이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고 37년 만에 복직한 소회를 이렇게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복직투쟁을 하면서 늘 네 명의 동지 이름을 언급했다. 한진중공업에서 의문사로 세상을 뜨거나 노조탄압 등에 맞서다 목숨을 끊은 이들이다. 김 지도위원은 “노동자 탄압으로 그렇게 됐잖아요. 이들이 너무도 돌아가고 싶어했던 곳이었는데… 저라도 공장에 들어가서 보고 싶었다”고 했다.

일터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30년 넘게 걸릴 줄은 몰랐다. 김 지도위원은 1981년 한진중공업의 전신인 대한조선공사에 입사했다. 그는 한국 최초의 여성 용접사였다. 그러나 노동운동을 하다 1986년 해고됐다. 이후 부당해고를 규탄하며 복직투쟁을 했고, 2011년 309일간 크레인 고공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2년 전에는 정년을 앞두고 마지막 복직투쟁에 나섰다. 투쟁의 시간 동안 건강은 크게 나빠졌다. 4년 전부터 암투병을 했고, 지난해에도 큰 수술을 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에 따르면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과 금속노조는 이날 오전 HJ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김 지도위원의 즉각적인 명예복직과 퇴직에 합의했다. 이번 결정은 금속노조 양산지부와 지부 한진중공업지회, 지역시민사회의 끈질긴 노력도 한 몫했다. 이들은 매일 아침 출근길에 김 지도위원의 복직투쟁에 나섰다. 사측은 지난해 HJ중공업으로 이름을 바꿨는데, 새 출발에 앞서 해묵은 갈등을 털고 노사가 함께 재도약에 나서자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도위원은 “2년 전에 복직투쟁 선언을 하면서 ‘나의 복직은 시대의 복직’이라는 이야기를 했다”며 “저는 이번 결정이 한 개인의 복직이 아니라 아직도 부당해고로 싸움을 이어나가는 노동자들이 복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민주화운동관련자 보상심의위원회에서 복직권고 판정을 받은 노동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특별법이라도 제정해 달라”고 했다.

지난달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김 지도위원을 찾아왔을 당시 김 지도위원은 “제 복직 문제도 중요하지만 힘들게 싸우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해달라”고 전했다. 김 지도위원은 “정의당과 노동당 두 후보를 제외하고 노동이야기를 하는 후보가 없다. 노동자들에 대한 현실을 말하고 대책을 내놓기는 커녕 노동자들을 매도하는 행태들을 보면 참 답답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후보만 놓고보면 우리 사회는 진보가 아니라 후퇴했다는 생각을 한다”며 “표만 생각하지 말아달라. 이 사회를 책임지는 사람들이 누군지, 누가 이 사회를 지탱하는지 정확히 보고 정책을 세웠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HJ중공업은 “법률적 자격 유무를 떠나 과거 같이 근무했던 동료이자 근로자가 시대적 아픔을 겪었던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인도적 차원에서 명예로운 복직과 퇴직의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다시는 해고와 장기투쟁이라는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신뢰와 화합의 노사관계를 열어야 할 시점”이라며 “대승적 결정을 내려준 새 경영진에게도 감사하다”고 했다.

김 지도위원의 명예복직과 퇴직행사는 오는 25일 오전 11시 영도조선소에서 진행된다.

▶바로가기: [인터랙티브] 김진숙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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