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쏜 것을 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으로 결론지었다. 북한이 정찰위성을 띄우기 위한 우주발사체 실험인 것처럼 위장했지만 실은 ICBM을 고각발사했다는 말이다. 양국은 북한이 쏜 미사일이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기념일 때 공개한 화성-17형이라고 했다. 화성-15형보다 크기가 훨씬 크고 탄두를 여러 개 장착할 수 있으며, 최대 사거리도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1만3000㎞ 이상인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이 신형 ICBM을 우주 발사체라는 명목을 붙여 최대 사거리로 발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위협이 한 단계 더 심화된 것이다.
북한은 지난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뒤 “우리가 취했던 신뢰 구축 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것”이라고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지금처럼 미국과 대화에 진전이 없으면, 2018년 취했던 ‘핵·전략미사일 실험 중지(모라토리엄)’를 철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지속적으로 쏘며 그 철회 실행을 위협해왔다. 지난 10일엔 김정은 위원장이 서해 위성발사장을 시찰하고 시설 확장을 지시했다. 더 이상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폭파한 풍계리 핵실험장을 복원하려는 활동도 포착되고 있다. 내일이라도 당장 ICBM을 발사할 태세이다.
북한이 ICBM 시험발사를 준비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발이 묶인 미국을 압박해 양국관계에서 최대한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것이다. 여느 때 셈법대로라면 북한은 미사일을 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강행한다면 그 후과는 전과 같을 수 없다. 우선, 북한이 협상 당사자로 생각하는 미국 내 조야 여론은 북한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북의 벼랑 끝 전술에 밀려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문재인 정부도 임기 말이라 북·미 간 중재에 힘을 붙이기가 쉽지 않다. 두 달 후 들어설 윤석열 정부는 대북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북의 핵에 대한 집착이 더 커졌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을 향한 ICBM 발사 시험은 최악의 오판이 될 것이다. 대화 외의 해법이 있을 수 없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도 더 이상 형편만 잴 때가 아니다. 말로만 조건 없는 대화를 외치지 말고 실질적인 대화책을 찾아내야 한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차기 정부도 대화책 마련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