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여성 미국 국무장관 올브라이트 별세…클린턴 행정부 외교 중추, 북핵 문제도 관여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메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 2000년 10월 24일 북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식사를 하기 전 건배를 하고 있다. 평양|AP연합뉴스

메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 2000년 10월 24일 북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식사를 하기 전 건배를 하고 있다. 평양|AP연합뉴스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을 지낸 메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별세했다. 향년 84세.

로이터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23일(현지시간) 올브라이트 전 장관이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그의 가족들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 가족들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여성으로선 최초이자 미국의 제64대 국무장관인 메들린 올브라이트 박사가 오늘 아침 별세했음을 비통한 심정으로 전한다”면서 “사인은 암이었다”고 밝혔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탈냉전기 미국 외교사에서 큰 역할을 맡았다. 미·소 냉전 종식 시점부터 2001년 9·11 테러 발생 즈음인 빌 클린턴 정부 시절 외교·안보 정책의 중추 역할을 했다. 로이터통신은 그가 국무장관을 지낸 이후 페미니즘 대중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 국무장관으로서는 최초로 북한을 공식 방문한 기록도 갖고 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3~1997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맡았고, 1997~2001년 국무장관을 지냈다. 미·소 냉전이 종식된 직후부터 국제 테러리즘이 전 세계적 위협으로 대두하는 2001년 9·11 테러 직전까지 미국 외교·안보 정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유엔대사 시절 유럽 발칸반도에서 발생한 보스니아 분쟁과 관련해 인종청소를 자행한 세르비아계에 대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적극적인 개입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미 군부는 초반부터 보스니아 분쟁에 적극 개입했다가 베트남전처럼 장기전으로 흐를 것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바뀌었지만 결국 나토와 함께 공습작전을 펼쳤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북핵 문제를 비롯해 핵무기 비확산 문제에도 깊숙히 관여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클린턴 전 대통령 임기 말인 2000년 10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특사로 미국을 방문한 조명록 국방위 부위원장과 함께 북·미관계 개선과 평화협정, 비핵화 등의 내용을 담은 북·미 공동코뮈니케 채택을 이끌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같은 달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났다. 당시까지 북한을 방문한 미국의 최고위급 인사였다.

여성 협상가로서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패션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도 유명했다. 복장과 장신구를 통해 날카로운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곤 했다. 특히 뱀을 형상화한 브로치를 애용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클린턴 정권이 막을 내리면서 공직에서 물러났지만 직장에서 더 좋은 기회와 존중을 추구하는 젊은 여성들을 격려하고 자극하는 아이콘이 됐다. 그는 “지옥에는 서로 돕지 않는 여성들을 위한 특별한 자리가 마련돼 있다”고 말하곤 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1937년 5월 체코슬로바키아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유대계인 그의 가족은 1939년 나치 독일이 침공하자 영국 런던으로 이주했다. 그의 가족은 카톨릭으로 개종했다. 그의 가족은 2차 대전 종전 이후 체코슬로바키아로 돌아갔다가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메사추세츠주 웰즐리대를 졸업하고 콜롬비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영어를 비롯해, 체코어, 프랑스어, 폴란드어, 러시아어 등 6개국어에 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상원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다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발탁되면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2012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으로부터 민간인으로서는 최고의 훈장인 자유의 메달을 받았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애도 성명에서 “메들린 올브라이트는 힘이었다”면서 “그의 손은 역사의 물결을 바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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