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서 불붙은 ‘송영길 차출론’ 논쟁···“왜 지금 송영길?”

박홍두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21일 광주 무등산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영길 전 대표 페이스북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21일 광주 무등산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영길 전 대표 페이스북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 송영길 전 대표 차출 논쟁에 불이 붙었다. 당 주류로 부상한 친이재명계 의원 등을 중심으로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권유가 잇따르고 있는 반면 다른 편에선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으로선 지난해 4·7 재·보궐 선거와 지난 대선에서 서울 2연패를 끊어내야 하는 상황에서 서울시장 후보 기근이 계속되자 ‘송영길 출마’라는 고육책까지 나온 것으로 보인다. 당내의 미묘한 견제 관계까지 드러나면서 민주당이 자중지란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최측근 ‘7인회’ 멤버인 정성호·김남국 의원은 29일 경북 영천 은해사를 직접 찾아가 송 전 대표를 만났다. 이들은 송 전 대표에게 “지방선거에서 역할을 해달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정말 어려운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희생하고 헌신해야 한다”며 송 전 대표의 출마를 설득했다고 한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차를 마시며 이번 대선에서 지지를 보내주신 국민의 성원과 회초리에 어떻게 부응할지, 회초리를 때리신 분들께 다시 무엇으로 다가갈지 길게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했다. 전용기 의원과 이동학 전 최고위원 등 민주당 청년 정치인들도 지난 27일 송 전 대표를 찾아가 서울시장 출마를 요청했다.

송영길 차출론이 제기되는 맥락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잇따른 서울 연패를 끊어내고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적할 만한 가시적인 당의 후보가 없다는 점, 전국 단위 선거인 만큼 다른 지역에 견인효과가 큰 서울시장에는 인지도가 높고 중량감 있는 중진이 나서야 한다는 점, ‘누구나집’ 정책 등을 편 송 전 대표가 악화된 서울의 부동산 민심을 보듬을 적임자라는 점이다. 한 재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질 수도 있는 어려운 선거라 후보도 기근인 상황에서 선당후사를 할 중진은 송 전 대표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송 전 대표 차출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당내 86그룹 좌장격으로 송 전 대표와 친구 사이인 우상호 의원은 전날 TBS 라디오에서 “큰 선거 패배를 책임지고 물러난 당 지도부가 다음 선거의 전략공천을 받아 출마하는 경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송 전 대표 등판은 민심 호소력이 떨어진다는 논리로 풀이된다. 우 의원은 “송 전 대표밖에 (후보가)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주변에서 애드벌룬을 띄우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를 치러야 할 서울 지역구 의원들의 경우 부정적인 기류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서울 지역 재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인천에서만 지역구 활동을 해 온 송 전 대표가 연고도 없이 와서 경쟁력이 있겠는가”라며 “어려울수록 정공법으로 새로운 인사들을 찾는 노력을 당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송 전 대표만이 대안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민주당 이름으로 출마할 수 있는 거물들이 몇 분 계신다. 그분들을 놓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중진급 인사는 송 전 대표 외에도 많다는 주장이다.

송영길 차출 논쟁이 격화되는 것을 당내 권력 경쟁 구도로 바라보는 시각도 나온다. 친이재명계가 송 전 대표를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우고, 이재명 전 지사가 국회의원 재·보선이나 당권에 조기 등판하는 시나리오를 짠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선 전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송 전 대표가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정치 행보를 하기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송 전 대표는 30일쯤 서울로 올라와 윤 위원장 등 당 지도부와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당 비대위는 송 전 대표를 비롯한 서울시장 후보군에 대한 비공개 여론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진 의원은 “어찌됐든 지방선거를 두달이나 남겨놓고 벌써부터 자중지란에 빠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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