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세계 최초 소·양 '트림세' 부과 추진

박효재 기자
뉴질랜드 남섬 도시 인버카길 인근 농장의 한 방목장에 소 한 마리가 서 있다. AP연합뉴스

뉴질랜드 남섬 도시 인버카길 인근 농장의 한 방목장에 소 한 마리가 서 있다. AP연합뉴스

뉴질랜드가 세계 최초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소, 양 등 가축이 트림으로 배출하는 메탄에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고 9일(현지시간) 뉴질랜드헤럴드 등이 전했다. 축산 농가에 소유 가축이 배출하는 메탄의 양 만큼 세금을 내도록 하는 ‘트림세’를 부과함으로써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가축이 트림으로 배출하는 메탄은 이산화탄소와 함께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 물질로 꼽힌다.

뉴질랜드 정부와 농업부문 대표들이 공동으로 이날 공개한 초안에 따르면 축산농가는 2025년부터 소유 가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에 비례해 세금을 내야 한다. 초안에는 사료 첨가제를 통해 배출량을 줄이는 농가에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농장 내 삼림 조성 규모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분을 인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농가 온실가스 배출 거래제로 발생한 수익은 다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연구·개발 및 자문 서비스에 투자될 예정이다.

제임스 쇼 기후변화 장관은 “우리가 대기에 배출하고 있는 메탄의 양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 “농가에 적용하는 온실가스 배출 가격제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축산업 분야에서 배출되는 메탄은 뉴질랜드 전체 온실가스의 약 절반 수준이다. 이 중 85%는 동물 트림과 배설물때문이다. 특히 트림의 비중이 97%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뉴질랜드 인구는 약 500만명인 반면 소와 양의 개체수는 각각 1000만, 2600만마리로 합치면 7배가 넘는다.

소와 양은 한번 삼킨 먹이를 다시 게워내 씹어 먹는 반추동물로 여러 개의 위를 가지고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발생하는 부산물이 메탄인데 트림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뉴질랜드에서 반추동물의 트림으로 매일 500리터의 메탄이 방출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대기 중 열을 가두는 효과가 25배나 높다. 첫 대기 배출 이후 20년 동안 기준으로 지구온난화 효과는 이산화탄소의 80배 정도다. 이런 이유로 메탄 배출 감축은 단기간에 지구온난화 완화 효과를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로 꼽혀왔다.

가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앞서 축산농가의 거센 반발로 뉴질랜드 온실가스 배출 거래 제도에서 빠졌다. 이를 두고 뉴질랜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수잔 킬스비 ANZ은행 농업경제 분석가는 이번 정부의 제안이 1980년대 농가 보조금 폐지 이후 농가에 가장 큰 규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뉴질랜드 정부는 2003년에도 소, 양 등 가축이 배출하는 메탄에 세금을 부과하려고 시도했지만 농민들의 거센 반발에 막혀 실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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