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러 제재로 아프리카 기근 촉발’ 정보전 나서

김혜리 기자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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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로 곡물 수출을 위한 바닷길이 막혀 아프리카 대륙이 기근에 직면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아프리카 식량 위기의 책임을 서방에 전가해 아프리카 국가와 서방 간 분열을 조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3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아프리카 기근 사태를 심화시켰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허위정보를 퍼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측의 항구 봉쇄가 아니라 서방의 대러 제재가 아프리카에 곡물과 비료 부족을 초래했다며 언론 공세를 펴고 있다는 것이다.

동아프리카 지부티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지난달 15일 공식 트위터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수행 중인 특별군사작전이 전 세계적인 식량 부족을 초래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엔 우크라이나가 농경지에 지뢰를 매설하고,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빼돌리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은 현지 주간지 ‘메일앤가디언’에 “러시아 대사관은 서방의 선전과 달리 전 세계 기근을 초래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기고 글을 싣기도 했다.

러시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정보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온라인 허위정보를 분석하는 글로벌 싱크탱크인 ‘전략적 대화기구(ISD)’는 크렘린궁이 말리와 코트디부아르 등 서아프리카 국가들을 겨냥해 식량 부족 사태는 서방의 제재 때문이라는 주장을 프랑스어로 번역해 페이스북에서 퍼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ISD는 러시아 측이 퍼뜨리는 가짜뉴스가 남아프리카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등 서방 측도 러시아가 전 세계적인 식량 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적극적인 여론전을 펴고 있다. 러시아 측 선전이 향후 서방과의 협상에서 제재 완화를 압박하는 도구로 쓰일 것이라 보고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서방 동맹은 러시아가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구를 봉쇄하고 농업 시설을 파괴하면서 곡물 수출을 막은 것도 모자라 자국 식량의 해외 수출까지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식량콘퍼런스에서 “러시아는 자국 식량을 갖고 끔찍한 게임을 하고 있다. 정치적 이유에 따라 언제, 누구에게 식량을 제공할지 결정하고 수출 물량에 한도를 설정하는 등 자국 식량 수출까지 통제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동유럽 국가들은 아프리카 국가들을 설득하는 외교 전선을 구축하려 노력 중이다. 예컨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지난 5월 이집트를 찾아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회담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밀 수출 제한으로 이집트가 식량난에 시달리게 되자 이를 해결할 방안을 논하기 위해서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지난달 아프리카연합위원회(AUC) 대상 화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을 특사로 파견해 아프리카연합 지도자들과 식량난 해소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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