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전 숨은 조력자 ‘지게부대’…칠곡군 ‘지겟길’ 탐방로 열렸다

김현수 기자

한국전쟁 당시 한반도 곳곳에서는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투가 치열했다. 한반도의 약 70%가 산악지형인 탓이다. 1950년 8월 낙동강 전투가 한창이던 경북 칠곡군도 마찬가지였다.

칠곡군 석적면 망정1리 인근의 328고지는 남한군과 북한군의 치열한 공방으로 15차례나 주인이 바뀔 정도로 격전지였다. 남한군은 고지전에서 보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사실을 안 칠곡군민들은 스스로 지게를 짊어졌다. 민간인 신분이었지만 지게에 탄약과 포탄, 식량 등의 보급품을 싣고 산 정상에 있는 남한군에게 전달했다. 내려갈 때는 숨지거나 다친 장병을 지게에 지고 내려와 야전병원으로 옮기기도 했다. 일명 ‘지게부대’다.

칠곡군은 다부동전투 승전 72주년을 앞두고 31일 망정1리에서 ‘호국평화 지겟길’ 개통식을 가졌다. 328고지 한국군 보급로였던 이른바 ‘지겟길’을 대중이 즐겨 찾을 수 있게 탐방로로 만든 것이다.

이날 김재욱 칠곡군수와 마을 주민들은 지게에 주먹밥과 탄약상자를 지고 지겟길을 걷는 체험을 했다. 칠곡군은 사업비 2000만원을 들여 탐방로를 조성했다. 지겟길 입구에는 높이 3.2m, 폭 1.5m인 대형 지게 조형물과 커다란 현판이 걸렸다. 망정1리 주민이 만든 것이다.

안동찬 망정1리 호국평화마을 총무는 “마을기금 500만원을 활용해 자재를 사고 재능기부를 통해 조형물과 안내판, 벤치 등을 제작했다”면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총탄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지게를 지고 고지를 오르내렸던 지게부대원들의 숭고한 정신이 전국에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탐방로 입구는 매년 8월 전쟁으로 죽은 사람의 혼을 위로하기 위한 위령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남한군은 물론 북한군의 넋까지 기리고 있다. 328고지를 포함한 다부동전투에서 남한군 1만여명, 북한군 1만7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유엔군은 주민들이 지게를 지고 산을 오르는 모습이 알파벳 A와 닮았다는 이유로 ‘A-frame Army’라고 불렀다. 미8군 사령관이었던 밴 플리트 장군은 회고록에서 “만일 노무대원들(지게부대)이 없었다면 최소 10만명 정도의 미군 병력을 추가로 보내야 했을 것”이라며 그들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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