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헌재에 에이즈예방법 위헌 의견 제출

구교형 기자

“감염인 행동자유권과 사생활 비밀 침해”

인권위원회 사무실.

인권위원회 사무실.

국가인권위원회가 에이즈예방법 일부 조항의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에 사생활 침해 등의 이유를 들어 “위헌이 맞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인권위는9일 “에이즈예방법 제19조 및 제25조 제2호는 명확성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을 위반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헌재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에이즈예방법 제19조는 ‘감염인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매개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그런데 실제로는 감염 위험이 없거나 상대방이 감염에 이르지 않은 경우까지도 처벌하게 돼 이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엔 산하 에이즈 전담기구인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은 HIV를 특정해 처벌하는 법은 HIV 예방, 치료, 관리 및 지원 노력에 역효과를 일으키거나 HIV 및 기타 취약 집단에 있는 사람들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폐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의도하지 않은 전염, HIV 감염으로 이어지지 않았음에도 HIV 노출과 감염 사실을 상대방에게 공개하지 않은 것까지 범죄화할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에이즈는 오랫동안 사회적인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항레트로바이러스 요법이 도입되면서 현재는 만성질환으로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감염인이 매일 꾸준히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혈중 HIV 양이 미검출 수준으로 떨어진다. 그 상태가 유지되면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는다.

인권위는 “에이즈예방법 조항이 법문의 추상성과 광범위성으로 인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나며, 더 근본적이고 덜 침해적인 수단을 상정할 수 있음에도 사적인 행위를 징역형으로 처벌함으로써 ‘비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밝혔다. 또 헌법에서 보장하는 HIV 감염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했다.

헌재가 에이즈예방법 제19조 및 제25조 제2호에 대해 심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HIV 감염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해소하고, 소수자의 인권이 존중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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