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과 함께 활력 찾은 공연계···‘호황’ 맞은 뮤지컬, 클래식도 ‘르네상스’

선명수 기자

2022 공연계 결산

엔데믹과 함께 공연계 활기···뮤지컬·클래식이 주도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한 장면. 오디컴퍼니 제공 사진 크게보기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한 장면. 오디컴퍼니 제공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받았던 공연계는 올해 엔데믹과 함께 비로소 숨통이 트였다. 방역 패스, 오후 10시 이후 공연 제한, 좌석 띄어 앉기 등 각종 거리두기 수칙이 차례로 해제되면서 공연장들은 팬데믹 이전의 활기를 차츰 되찾았다. 팬데믹으로 미뤄졌던 대형 공연들이 무대에 올랐고, 발이 묶였던 해외 아티스트들도 다시 한국 무대를 두드렸다.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도 세계 무대에서 활약했다.

‘팬데믹 터널’ 빠져나와 활력 찾은 공연계…뮤지컬 시장 회복 넘어 ‘성장세’

길었던 침체기를 뒤로하고 공연시장의 약진을 이끈 것은 뮤지컬과 클래식 분야였다. 특히 올해 뮤지컬 시장은 회복세를 넘어 ‘성장세’를 보였다. 공연예술통합전상망(KOPIS) 통계를 보면 공연시장 점유율(79%)이 가장 높은 뮤지컬 분야의 올해 상반기 티켓 판매액은 1826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를 넘어서는 실적을 보였다. 여름 휴가철이 겹쳐 통상 ‘비시즌’으로 불리는 3분기에도 2019년 대비 티켓 판매액이 119% 증가하며 올해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2022 상반기 공연시장 동향’ 보고서에서 “뮤지컬 시장 조성 이래 최대의 호황기”라고 진단했다.

호황을 견인한 것은 대작 뮤지컬들이다. 상반기 티켓 예매 순위 상위권에 오른 20개 작품 중 4개 작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1000석 이상 대극장에서 열린 공연이었다. <지킬앤하이드> <데스노트> <레베카> 등 라이선스 작품을 비롯해 <웃는 남자> <마타하리> 등 창작 뮤지컬도 선전했다. 관람객이 늘어나는 연말까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스위니토드> 등 스테디셀러를 비롯해 연말 최대 화제작인 <물랑루즈!> 등 대형 공연들이 줄줄이 포진해 있어 하반기까지 결산한다면 올 한해 뮤지컬 총 판매액은 4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 <웃는 남자>의 한 장면.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웃는 남자>의 한 장면.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4년 만에 다시 한국 무대를 찾은 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의 한 장면.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크게보기

4년 만에 다시 한국 무대를 찾은 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의 한 장면.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연극 분야도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공연 건수와 티켓 판매액 모두 늘어나는 등 성장세를 보였다.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대규모 공연이 크게 늘었고, 팬데믹 시기 중단되거나 축소됐던 연극제·공연제가 정상화됐다. 대학로를 중심으로 오픈런 공연도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팬데믹 시기 찾아보기 어려웠던 이머시브 시어터(관객 몰입형 공연)도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다시 관객과 만났다. 코로나19로 미뤄졌던 각종 해외 투어팀의 내한도 재개됐다. 올해 초 <라이온킹>을 시작으로 <태양의 서커스> <블루맨 그룹> <푸에르자부르타> <캣츠> 등 해외 장기 공연이 돌아왔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올해 공연시장 규모가 2019년에 집계된 8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1~9월 전체 공연티켓 매출액은 약 3451억원으로, 이는 2019년(2692억원)에 비해 759억원 늘어난 규모다. 다만 이 같은 호황이 지난 2년간 공연 관람에 목말랐던 관객들의 이른바 ‘보복 소비’를 넘어 장기적으로 지속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명문 악단 내한·스타 연주자 활약에 ‘클래식 르네상스’

클래식 음악계는 해외 아티스트들의 내한 재개와 조성진, 선우예권, 임윤찬 등 스타 연주자들의 활약으로 생기를 찾았다. 엔데믹 분위기를 타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유명 연주자들과 해외 악단들의 ‘내한 러시’가 이어졌다.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런던심포니(10월)를 시작으로 브루크너 오케스트라 린츠(10월)와 452년 역사의 베를린 슈타츠카펠레(11월)의 첫 내한, 빈필하모닉(11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12월),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12월) 등 해외 명문 악단들이 한국 무대를 찾았다. 피아니스트 랑랑(2월)·크리스티안 지메르만(3월)·루돌프 부흐빈더(6월)·당 타이손(8월)·예브게니 코롤리오프(9월)·언드라시 시프(11월),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10월)·파비오 비온디(11월),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5월) 등 클래식 애호가들이 기다려온 유명 연주자들의 내한 공연도 열렸다.

지난 10월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런던심포니 내한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연주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지난 10월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런던심포니 내한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연주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항공료 및 악기 운송 물류비 급증 등의 문제로 공연이 취소된 사례도 있었다. 지난 10월 예정돼 있던 파리 오케스트라 공연이 취소됐고, 주빈 메타의 지휘로 12월 내한 예정이었던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은 아시아 투어 전체를 취소했다.

전쟁과 맞물린 항공 운임비 급증과 인플레이션으로 티켓값도 올랐다. 10월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에서 최고가인 R석 티켓값은 48만원이었다. 인플레이션 여파는 뮤지컬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뮤지컬 업계에서 심리적인 마지노선이라고 여겨졌던 ‘VIP석 15만원’이 깨졌다. 지난달 개막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VIP 티켓은 16만원, 지난 20일 막을 올린 <물랑루즈!>의 VIP석은 18만원이다.

임윤찬·양인모·최하영…세계가 주목한 '클래식 스타'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지난 6월17일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결선 무대에서 연주하고 있다. 클라이번 재단 제공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지난 6월17일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결선 무대에서 연주하고 있다. 클라이번 재단 제공

올해도 젊은 연주자들이 세계 주요 콩쿠르에서 잇달아 낭보를 전했다. 특히 지난 6월 밴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이 대회 역사상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임윤찬(18)은 2022년에 탄생한 ‘클래식 스타’였다. 유튜브에 올라온 결선 연주 영상은 조회수 900만회를 넘길 정도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뉴욕타임스는 그의 콩쿠르 연주를 ‘올해 10대 클래식 공연’에 선정했다.

임윤찬의 우승은 2015년 쇼팽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에 이어 클래식계에 다시 한 번 강한 팬덤을 몰고 왔다. 콩쿠르 이후 국내에서 열린 연주회는 연일 매진을 기록했다. 그가 지난달 광주시립교향악단과 함께 녹음한 공연 실황 앨범 ‘베토벤, 윤이상, 바버’는 발매와 동시에 1만장 이상 팔리는 ‘플래티넘’을 기록했다.

2015년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해 클래식 팬들 사이에서 ‘인모니니’로 불렸던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7)는 지난 5월 장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 또 다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해 ‘인모리우스’라는 새 별명을 얻었다. 첼리스트 최하영(24)은 지난 6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쇼팽 피아노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이 대회에서 첼로 부문은 2017년 신설돼 올해가 두 번째 경연이었다.

지난 5월 한국인 최초로 장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크레디아 제공

지난 5월 한국인 최초로 장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크레디아 제공

피아니스트 이혁(22)은 지난달 프랑스 롱티보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공동 1위에 올랐다. 이 대회에서 한국인 우승자가 나온 것은 임동혁(2001) 이후 21년 만이다. ‘첼로 신동’으로 불리는 한재민(16)은 지난해 루마니아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올해도 통영에서 열린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해 두각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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