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관행’ 이중잣대로 재단하는 윤석열 정부

허진무 기자

윤석열·한동훈 검사 시절

직접 수사한 국정농단 주범

‘잘못된 관행’ 이유로 면죄부

문재인 정부엔 수사·처벌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 주범들을 무더기 특별사면하며 이들의 범죄가 ‘잘못된 관행’이었다고 설명한 것을 놓고 이중잣대라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이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관행’을 처벌하겠다며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런 와중에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잘못된 관행’이었다며 여권 인사들에게 무더기로 면죄부를 줬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7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 고위공직자 66명의 특별사면을 발표하면서 “잘못된 관행으로 직무상 불법행위에 이른 공직자들을 사면 대상에 포함해 과거 경직된 공직문화를 청산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사 시절 이들을 직접 수사해 ‘중대 범죄’라며 재판에 넘기고선 이젠 ‘관행’이라며 처벌을 면해줬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선 엄정 수사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은 검사장 출신 최측근인 한 장관을 통해 ‘검찰 직할’ 체제를 구축했고, 검찰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을 겨냥한 동시다발적 수사에 나섰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서현욱)가 수사하는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문재인 정부 산업통상자원부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 공공기관장들에게 사표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고발한 지 3년 만,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당선된 지 보름 만인 지난 3월25일 첫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검찰의 ‘코드 맞추기’ 수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4월 입장문에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판결을 기다리다 수사 착수가 늦어졌다며 “정부 교체 시 인사 관행을 사법적으로 의율하는 것이어서 법원 판단을 받아본 이후에 신중하게 수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정부 교체 시 인사 관행’이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낸 김은경 전 장관은 사표 압박 혐의에 “이전 정부에서도 있었던 관행이었다”고 항변했지만 지난 1월 대법원은 징역 2년을 확정했다. 이 판결로 정권이 바뀌면 공공기관장을 물갈이하던 관행은 수사 대상인 ‘블랙리스트’ 의혹이 됐다.

서울동부지검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 범위를 통일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넓혔다. 조만간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박혁수)도 문재인 정부 다른 부처들의 블랙리스트 의혹,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대통령비서실의 관여 여부를 수사한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경근)는 문재인 정부 여성가족부의 ‘대선 공약 개발’ 의혹을 수사한다. 여가부가 지난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여가부 전문위원으로부터 대선 공약에 활용할 자료를 달라는 요구를 받아 정책 초안을 건넸다는 의혹이다. 정영애 전 장관과 김경선 전 차관은 지난 6월 검찰 조사에서 “정부의 공약 지원은 관행이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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