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개전 후 첫 ‘36시간 휴전’ 선언···우크라 “시간 벌기·위선”

김서영 기자
러시아가 점령중인 우크라니아 동부 도네츠크 마리우폴에 마련된 정교회 성탄절(1월 7일) 트리 부근에 시민들이 모여 공연을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러시아가 점령중인 우크라니아 동부 도네츠크 마리우폴에 마련된 정교회 성탄절(1월 7일) 트리 부근에 시민들이 모여 공연을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6일 정오부터 7일까지 36시간 동안 휴전에 들어간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시한부이긴 하지만 전면적 휴전을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6일 정오 이후에도 포성은 멈추지 않았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이날 성명을 통해 “푸틴 대통령은 키릴 총대주교의 호소를 고려해 정해진 기간에 우크라이나의 러시아군이 휴전 체제를 도입할 것을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교회를 믿는 많은 시민이 우크라이나에 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휴전을 선언한 것”이라며 “그들이 예배에 참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앞서 러시아 정교회 수장 키릴 총대주교는 “전쟁 당사국이 6일 낮 12시부터 7일 밤 12시까지 휴전을 하고 정교회를 믿는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이브와 당일 예배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푸틴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정교회는 12월25일이 아닌 1월7일을 성탄절로 기린다.

우크라이나 측은 푸틴 대통령의 휴전 명령에 대해 “위선적”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이전에도 마리우폴 등 격전지에서 인도주의적 대피를 위한 제한적 휴전을 위반한 바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비디오 연설에서 “러시아는 우리 군의 전진을 막고 군사 장비와 탄약, 군대를 더 가까이 가져오기 위해 성탄절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봤자 러시아의 총 손실이 더 커지기만 할 것이다. 전쟁은 당신들의 군대가 떠나거나 우리가 당신들을 쫓아낼 때 끝난다”고 말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크렘린궁 발표 직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점령지를 떠나야 한다. 그래야만 ‘일시적 휴전’도 있다”며 휴전 선언이 군사를 재정비하기 위한 러시아의 속임수라고 비판했다.

서방에서도 러시아의 휴전 선언은 시간벌기를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은 지난달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에도 병원과 유치원, 교회를 폭격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며 “단지 숨을 돌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 역시 러시아가 휴전을 “재편성과 휴식을 거쳐 궁극적으로 재공격을 하기 위해” 이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과 독일도 휴전 선언은 점령지의 우크라이나인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고, 평화를 위해서는 러시아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휴전 명령의 배후에 도덕적 우위를 점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의도가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휴전을 거부하든 받아들이든 (휴전을 언급한) 푸틴이 국제 무대에서 자신을 평화주의자로 내세울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분쟁을 끝내기 위한 어떤 노력도 환영한다”며 푸틴 대통령의 휴전 지시를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휴전 명령은 지켜지지 않았다. 키릴로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차장은 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를 로켓으로 두 차례 공격했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군은 자신들은 6일 정오부터 휴전을 지키고 있으나 우크라이나군이 인구 밀집 지역과 러시아군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의 지상전 능력을 제공하기 위해 브래들리 장갑차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2021년 12월8일 시리아 북동부 데이르에즈조르에서 실시된 시리아민주군과의 합동훈련 도중 한 미군 병사가 브래들리 장갑차를 모는 모습. AP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미국이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의 지상전 능력을 제공하기 위해 브래들리 장갑차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2021년 12월8일 시리아 북동부 데이르에즈조르에서 실시된 시리아민주군과의 합동훈련 도중 한 미군 병사가 브래들리 장갑차를 모는 모습. AP연합뉴스

한편 미국과 독일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지상전 수행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경량급 탱크를 지원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전화 통화 이후 공동 성명을 내 미국은 브래들리 장갑차를, 독일은 마더 장갑차를 각각 우크라이나에 제공한다고 밝혔다.

브래들리 장갑차는 보병 수송 등에 사용되며 25mm 기관포와 토(TOW) 대전차 미사일 등을 장착해 경량 탱크급 전투 역량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장갑차 제공은 6일 공식 발표하는 28억달러(3조5700억원) 규모 추가 무기 지원의 일환이다. 그간 우크라이나는 M1 에이브럼스 전차를 요청해왔으나 이번 지원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프랑스도 지난 4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한 뒤 우크라이나에 장갑차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미국, 프랑스, 독일이 장갑차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기로 했다며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는 전쟁의 중요한 국면에서 이뤄지는 서방 지원”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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