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승차 논쟁이 놓친 3가지 ‘기준 논의·운영의 묘·손실 분석’

김보미 기자

제도 지속 위해 살필 쟁점

<b>마음 무거워진 지하철 이용</b>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한 노인이 6일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음 무거워진 지하철 이용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한 노인이 6일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로우대 기준 ‘65세 이상’
초고령 사회에 맞는지 검토

‘사회적 편익 연간 3650억원’ ‘지하철 수익 손실 연간 3709억원’.

고령층의 대중교통 무임승차 제도를 평가하는 양극단의 수치다. 만 65세 이상 지하철 무료 이용은 노인 복지 효과가 크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제도를 유지하려면 도시철도 운영 주체는 수익 악화를 감내해야 한다.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한국에서 무임승차는 지속 가능한 것일까.

6일 노인·무임·손실 등 3가지 기준으로 알아봤다.

■ 누가 노인인가

노인복지법은 경로 우대 기준을 ‘65세 이상’으로 규정한다. 지하철의 경우 1984년 대통령령에 따라 만 65세부터 무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한국은 2년 내 초고령사회(인구 20% 고령층)로 진입하고, 서울은 2047년이면 65세 이상이 37%로 늘어난다.

서울연구원은 서울 지하철 무임승차 대상 연령을 올려 만 65~69세에게 요금을 받으면 연간 911억~1219억원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무임 손실 비용의 25~34%를 줄이는 수준이다.

노인의 기준이 40년 전과 다르다는 인식은 높다. 최근 서울시 조사에서 시민들이 생각하는 ‘노인 진입 연령’은 평균 72.6세로 법적 기준보다 7세 이상 높았다. 하지만 ‘고령 기준’ 변화는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다. 최근 불거진 연금 수령 문제와도 맞물려 있는 탓이다.

정부는 무임승차는 지방사무로 ‘만 65세 이상’의 규정을 지자체장이 바꿔 조율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노인복지법에 따라 수송·공공시설 무료·할인 대상을 정한 것이기 때문에 국회가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나이·시간대별 차등화 등
적용 기준 다시 따져볼 필요

■ 모두에게 전액 무료가 맞나

해외에서도 복지 차원에서 대중교통 무임승차 정책을 도입하고 있으나 대상 연령의 요금을 100% 무료로 책정한 경우는 드물다.

현재 미국은 65세 이상 연령층을 대상으로 주정부 방침에 따라 50~100% 차등적으로 교통비를 지원한다. 영국은 출퇴근 시간을 제외한 때에 지하철이 무료다. 지방정부 재정으로 무임승차를 지원하는 일본 도쿄도의 경우 소득에 따라 차등을 뒀다. 베이비붐세대 중 가장 구성 비중이 높은 1958년생이 올해 만 65세에 도달해 무임승차에 대한 재정 부담이 가중되면서 차등 적용에 대한 논의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기재부·서울시 공방 전에
손실 원인부터 조사해야

■ 도시철도 적자는 무임승차 탓?

한국교통연구원은 2012년 무임승차 제도의 비용편익분석(B/C)이 1.63~1.84 수준으로 매우 경제적인 복지 정책이라고 분석했다. 비용 대비 효과가 60~80% 더 크다는 의미다. 서울연구원이 이를 2020년 물가수준으로 환산해 보니 연간 편익이 3650억원 규모에 달했다. 고령층의 외부 활동을 늘려 자살·우울증 예방, 의료비 절감 등 사회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다.

이 같은 공익의 비용은 원인 제공자인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전국 지자체의 주장이다. 실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는 공익서비스 손실보전(PSO)으로 연 3800억원 안팎의 재원을 정부가 지원 중이다. 이를 보전받지 못하는 서울교통공사는 당기순손실이 2017년 5254억원에서 2019년 5865억원으로 늘었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승객 감소가 겹친 2020년에는 1조1137억원까지 확대됐다. 지난해 역시 적자가 1조원을 넘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손실은 경영 과정의 복합적인 결과라고 반박한다. 또 공공성이 큰 대중교통 운임은 이용자에게 적자분을 전가해 경영 실적을 개선할 수 없는 구조적인 딜레마도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신용카드 결제와 교통카드 단말기 등 기술 분석을 통해 무임승차 대상을 정교하게 조정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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