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화물기사 파업 막은 ‘업무개시명령’ 조항 삭제 의견 표명 않기로

윤기은 기자
화물연대의 파업철회 찬반투표가 진행된 지난해 12월9일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에서 컨테이너 화물차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성동훈 기자

화물연대의 파업철회 찬반투표가 진행된 지난해 12월9일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에서 컨테이너 화물차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성동훈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에서 ‘업무개시명령’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지 않기로 했다. 화물자동차법의 업무개시명령은 지난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지부(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에 대응해 정부가 내린 조치로, 업무를 개시하도록 법률로 강제하는 것이다.

인권위는 30일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업무개시명령 관련 제도개선 권고 및 의견표명의 건’을 찬성 2표, 반대 2표로 부결시켰다. 안건이 의결되려면 3명 이상의 상임위원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회의에선 화물기사의 ‘노동자성’ 인정 여부를 두고 찬반이 팽팽하게 맞섰다.

의견표명안을 작성한 인권위 사회인권과는 “화물차주는 개인사업자 외양을 띠지만 다른 사업주를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며 “한국이 2021년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역시 단결권 향유 주체를 근로자만이 아닌 노무제공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화물기사도 자영 노무제공자에 해당한다”고 했다. ILO는 2011년과 2012년 한국 정부에 ‘화물차 운전자 등 노무제공자들이 단결권을 완전히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

의견표명에 찬성한 남규선 상임위원은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기 전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며 “화물기사들은 도로 위 안전과 근로여건 개선을 위해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집단행동을 했다”고 했다. 찬성 측 위원들은 법상 업무개시명령 조건인 ‘정당한 사유’와 ‘커다란 지장’의 의미가 불분명한 점, 업무개시명령이 ILO협약에서 금지하는 강제노동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는 점 등을 지적했다.

반대 의사를 표시한 이충상 상임위원은 화물기사들은 개인 운송 사업자에 해당하며, 레미콘 제조판매업자와 운송기사가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개정안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며 “이 개정안에 인권위가 찬성하면 민주당보다 앞장서 민주노총을 지지하는 인권위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용원 상임위원은 “화물연대 파업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는 건 국민 대다수가 파업 당시 절감했을 것”이라고 했다.

화물연대는 지난해 11월24일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 및 확대를 요구하며 집단운송거부에 돌입했다. 정부는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를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8일 철강·석유화학분야 운송 거부자에게도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정부의 고강도 압박 끝에 화물연대는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을 멈췄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지난해 12월 업무개시명령이 노동3권 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화물연대는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에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국회에서는 업무개시명령 조항을 삭제한 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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