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물 너무 자주 주는 과보호 금물”

글·사진 김보미 기자

서울시 농업기술센터 내 반려식물병원 가보니…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울시 농업기술센터 내 반려식물종합병원에서 24일 주재천 원장이 칼라테아 상태를 진단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울시 농업기술센터 내 반려식물종합병원에서 24일 주재천 원장이 칼라테아 상태를 진단하고 있다.

주재천 원장이 식물에서 채취한 총채벌레를 현미경으로 살펴보고 있다.

주재천 원장이 식물에서 채취한 총채벌레를 현미경으로 살펴보고 있다.

코로나 이후 ‘식집사’ 늘어
시들었다고 쉽게 안 버리고
식물병원 찾는 경우 많아
월 1회, 화분 3개 무료 진료

“분갈이·흙갈이 구분 필요
광합성하는 아침에 물 줘야”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울시 농업기술센터에서 도기 화분에 심은 피어리스(마취목)를 꺼내 뿌리에 붙어 있던 흙을 흩어내던 주재천 반려식물병원장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옆에 있던 ‘식집사’(식물+집사) 이모씨(39)도 덩달아 긴장했다.

“선생님, 제발 살려주세요.”

썩은 부분을 잘라내자 살아남은 흰 뿌리가 몇 가닥 남지 않았다. 배수가 잘되지 않는 화분에 물을 자주 준 것이 원인이었다. 그대로 두면 고사할 가능성이 커 입원 결정이 내려졌다.

주 원장은 “보통 식물이 말라 죽었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과습으로 뿌리가 썩어 생기는 문제가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병원을 찾은 이씨는 “가벼운 마음으로 진단받으러 왔는데 상태가 너무 심각해 충격이었다”고 했다. 피어리스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 블루버드는 병원에서 분갈이를 하고 집에서 관리해보기로 했다.

“반려식물이잖아요.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자라는 것을 보면 기뻐요. 애정을 쏟고 진심으로 아끼는데 자꾸 제 곁을 떠나니 마음이 아팠어요. 앞으로 건강하게 같이 살도록 노력할 거예요.”

지난 10일 문을 연 반려식물병원에는 매일 식집사들이 오전 10시~오후 5시 사전 예약을 꽉 채워 쉴 새 없이 방문한다. 커피나무, 무늬몬스테라, 공작야자 등 진찰받으러 온 식물 종류도 다양했다.

최모씨(31)는 겨우내 방에서 키운 칼라테아 프레디가 힘을 잃었다고 했다. 주 원장이 흰 종이 위에 잎을 털어 까만 점을 채취한 뒤 현미경으로 확대했다. 총채벌레였다. 분갈이 시기를 놓쳐 영양분이 부족했던 식물에 벌레까지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 분갈이 처방을 받은 후 집에서 난황유를 뿌려 벌레를 잡기로 했다.

식물을 가정에서 기르는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시들고 생기를 잃으면 쉽게 뽑아버렸던 과거와는 의미가 다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반려식물을 ‘입양’한 식집사가 크게 늘었다. 식물을 통해 우울감과 스트레스를 낮추는 정서적 효과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농업기술센터 내 병원은 동네 꽃집이나 클리닉에서 도와줄 수 없는 상태의 식물이나 상담 창구가 없는 식집사를 위한 ‘상급종합병원’이다. 서울시가 시내 4곳에 마련한 ‘반려식물 클리닉’에서도 약제 처방과 분갈이, 병충해 수준의 관리는 하지만 이곳에서는 입원치료와 정밀진단 등까지 가능하다. 월 1회, 화분 3개씩 무료로 진료받을 수 있다.

이날 병원에는 응급 상황인 14개 화분이 입원치료 중이었다. 입원실 온도는 25~30도, 습도는 70%를 유지한다.

주 원장은 식집사들에게 두 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물은 사람과 같이 ‘목마를 때’ 주고, ‘분갈이’와 ‘흙갈이’를 구분하는 것이다. 물은 광합성을 시작하는 아침에 줘야 한다. 흙에 손가락 두 마디 정도를 넣었을 때 축축하면 물을 줄 필요가 없다. 식물 몸집이 커져 화분이 좁아졌다면 원래 흙도 그대로 새 화분에 옮겨야 한다.

“잎과 줄기 등을 잘 살피며 식물이 필요한 것을 생각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의 상태도 보일 거예요.”

반려식물 의사가 알려주는 식물 기르기 꿀팁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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