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리”까지 나왔다···영국 전·현직 총리, ‘작위 수여’ 놓고 설전

정원식 기자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왼쪽)와 보리스 존슨 전 총리. AFP·AP연합뉴스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왼쪽)와 보리스 존슨 전 총리. AFP·AP연합뉴스

영국 전·현직 총리가 전직 총리의 측근들이 작위 수여 후보 대상에서 제외된 일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수낵 총리가 최근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존슨 전 총리의 내년 총선 출마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2일(현지시간) 가디언과 BBC 등에 따르면 이날 런던 테크 콘퍼런스에 참석한 리시 수낵 총리는 전임자인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상원임명위원회(HOLAC)의 작위 수여 후보 심사 결과를 무시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그 요구를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왜냐하면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몇 시간 뒤 존슨 전 총리는 “(수낵이) 헛소리를 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그는 “상원임명위원회에 심사 결과에 대한 갱신을 요청했을 뿐이며 이는 단지 형식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총리실은 “수낵 총리는 발언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맞받아쳤다.

전·현직 총리가 원색적인 비난을 주고 받은 배경에는 지난해 9월 존슨 전 총리가 퇴임하면서 제출한 작위 수여 후보 명단을 둘러싼 논란이 자리잡고 있다. 퇴임하는 영국 총리는 작위 수여 후보를 추천할 권한을 갖는다. 역대 영국 총리들은 이를 측근들에 대한 보상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는 62명, 테리사 메이 전 총리는 60명을 추천한 바 있다. 존슨 전 총리는 약 100명의 명단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지난 9일 수낵 정부가 발표한 최종 명단에 존슨 전 총리의 최측근인 나딘 도리스 전 문화부 장관, 나이절 애덤스 의원, 알록 샤르마 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의장 등 보수당 소속 현역 하원의원 3명의 이름이 빠지면서 불거졌다. 상원임명위원회는 존슨 전 총리가 추천한 인사들 8명을 추천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존슨 전 총리 측은 이 과정에 수낵 총리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상원임명위원회는 이번 작위 수여 후보 심사 과정에서 현직 하원의원이 작위를 받으려면 6개월 이내에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는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수낵 총리가 현역 의원 3명의 이름을 삭제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번 설전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존슨 당시 총리실에서 파티를 즐긴 사건을 조사 중인 하원 특권위원회의 ‘파티 게이트’ 최종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일어났다. 존슨 전 총리는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하원 특권위원회는) 조사 절차를 이용해 나를 의회에서 몰아내기로 작정했다”며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최종 보고서는 이르면 14일 발표될 예정이다.

존슨 전 총리는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도 “당분간”이라는 전제를 달아 내년 총선을 통해 복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가디언은 보수당의 한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수낵 총리가 존슨에게 총선 후보 자격을 줄 이유가 있는가”라면서 “장담하건대 수낵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당 내에서 수낵 총리와 존슨 전 총리는 앙숙 관계다. 지난해 존슨 전 총리가 ‘파티 게이트’로 궁지에 몰렸을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수낵 총리는 당시 존슨 내각 장관들 중 가장 먼저 사표를 던졌다. 뒤이어 다른 장관들도 줄사표를 던지면서 존슨 전 총리는 결국 총리직을 내려놔야 했다. 당시 존슨 전 총리 측근들은 수낵을 향해 “배신자”라고 비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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