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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 일대에서 수해 실종자 수색에 나선 체취증거견과 핸들러들. 영상촬영 성동훈 기자 | 편집 모진수 PD

경북경찰청 과학수사대 김육진 경위와 체취증거견 ‘밍밍’이가 3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 일대에서 수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예천 | 성동훈 기자

경북경찰청 과학수사대 김육진 경위와 체취증거견 ‘밍밍’이가 3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 일대에서 수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예천 | 성동훈 기자

‘밍밍아! HERE!’

수해 실종자 수색이 20일째 이어진 지난 3일 오전 9시. 폭 372m의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실종자 수색에 나선 경북경찰청 과학수사대(이하 과수대) 소속 ‘핸들러’ 김육진 경위가 리콜 신호를 외치자 체취증거견(이하 체취견) ‘밍밍’이가 쏜살같이 김 경위의 곁으로 돌아왔다. 이번 수색을 위해 전국에서 자원한 과수대 소속 핸들러 8명과 7마리의 체취견들은 이들과 함께 실종자를 찾고 있었다. 이날 예고된 기온은 35도. 사방에서 조여 오는 열기를 온몸으로 견디며 거친 지형을 수색하는 동안 핸들러와 체취견들의 몸은 땀과 모래 먼지로 뒤덮였다.

“재난 현장에 가면 실종자 가족들은 깊은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핸들러들은 실종자를 최대한 빨리 찾아 어떤 형태로든 가족 품으로 돌려보낸다는 마음으로 수색작업을 합니다. 우리 뒤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는 단단한 각오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런 저희의 모습을 보며 가족들이 조금이라도 힘을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왕복 11km 거리의 수색 지역을 꼼꼼히 살펴 걷는 동안 김 경위가 말했다.

체취증거견 밍밍이가 장애물이 가득한 강변에서 김 경위의 명령 아래 수해 실종자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예천 | 성동훈 기자

체취증거견 밍밍이가 장애물이 가득한 강변에서 김 경위의 명령 아래 수해 실종자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예천 | 성동훈 기자

김 경위와 체취견 밍밍이가 거친 지형을 헤치며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예천 | 성동훈 기자

김 경위와 체취견 밍밍이가 거친 지형을 헤치며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예천 | 성동훈 기자

경북경찰청 과학수사대 체취견 밍밍이가 수색 중 바람에 실려 날아오는 실종자의 냄새를 맡기 위해  멈춰 서서 집중하고 있다. 예천 | 성동훈 기자

경북경찰청 과학수사대 체취견 밍밍이가 수색 중 바람에 실려 날아오는 실종자의 냄새를 맡기 위해 멈춰 서서 집중하고 있다. 예천 | 성동훈 기자

체취견들은 사람보다 1만 배 뛰어난 후각을 사용, 재난과 사건 현장에서 실종자와 용의자를 수색하는 임무를 맡는다. 하지만 후각이 뛰어나다고 모두가 경찰견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외 후보견 중 대인, 대견 친화력, 환경 적응력 등 성향 테스트를 거쳐 선발되고, 이후 경찰인재개발원 경찰견종합훈련센터에서 16주간의 엄격한 훈련과정을 통해 체취견이 된다.

올해로 경찰 경력 28년 차 베테랑인 김육진 경위는 4개월 차 새내기 핸들러다. 경북경찰청 과학수사대의 1호 체취견 핸들러이기도 하다. 경찰 경력의 후반부에 접어든 김 경위는 핸들러가 되기 위해 지난 5년간 노력했다. 훈련센터에서 지난해 9월에 태어난 암컷 말리노이즈 밍밍이와 호흡을 맞춰 경찰견 교수요원 양성과정(심화 과정)을 1등으로 수료했다. 이후 곧바로 실전에 투입돼 예천, 안동, 경주, 영천 등 현장에서 실종된 치매 노인들을 찾는 등의 성과를 올렸다. 오성진 경찰견종합훈련센터장은 “경찰견들의 전성기가 평균 4~5살임을 고려하면 11개월 된 밍밍이의 실전투입과 성과들은 이례적이다”라고 말했다.

체취증거견 1마리는 사람 50명 몫을 일을 거뜬히 해낸다.  밍밍이가 수색 현장에서 작전 중인 경찰 기동대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예천 | 성동훈 기자

체취증거견 1마리는 사람 50명 몫을 일을 거뜬히 해낸다. 밍밍이가 수색 현장에서 작전 중인 경찰 기동대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예천 | 성동훈 기자

김 경위와 밍밍이가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체취견들은 수심 2m 이상 깊이에서 기포 형태로 올라와 퍼지는 특정 냄새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예천 | 성동훈 기자

김 경위와 밍밍이가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체취견들은 수심 2m 이상 깊이에서 기포 형태로 올라와 퍼지는 특정 냄새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예천 | 성동훈 기자

김 경위가 실종자 수색 중 밍밍이와 물을 나눠 마시고 있다. 이날 예천 지역 날씨는 섭씨 35도의 폭염을 기록했다. 예천 | 성동훈 기자

김 경위가 실종자 수색 중 밍밍이와 물을 나눠 마시고 있다. 이날 예천 지역 날씨는 섭씨 35도의 폭염을 기록했다. 예천 | 성동훈 기자

수색 활동이 끝난 뒤 김 경위는 밍밍이와 함께 안동과학대학교에서 제공한 공간에서 훈련을 이어갔다. 지난 5월 경북경찰청은 체취견의 훈련과 관리를 목적으로 이 대학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덕분에 김 경위는 날씨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수색 관련 기술을 밍밍이에게 가르칠 뿐만 아니라 함께 먹고 자며 신뢰를 쌓고 있다.

수색 일과를 마친 김 경위와 밍밍이가 안동과학대학교에 마련된 훈련공간에서 실내 훈련을 하고 있다. 유치원으로 사용되던 이곳은 경북경찰청과 안동과학대학교 간 특수목적견 업무협약을 통해 조성됐다. 안동 | 성동훈 기자

수색 일과를 마친 김 경위와 밍밍이가 안동과학대학교에 마련된 훈련공간에서 실내 훈련을 하고 있다. 유치원으로 사용되던 이곳은 경북경찰청과 안동과학대학교 간 특수목적견 업무협약을 통해 조성됐다. 안동 | 성동훈 기자

수색 일과를 마친 밍밍이가 훈련공간 이곳 저곳의 냄새를 맡으며 자유롭게 거닐고 있다. 안동 | 성동훈 기자

수색 일과를 마친 밍밍이가 훈련공간 이곳 저곳의 냄새를 맡으며 자유롭게 거닐고 있다. 안동 | 성동훈 기자

늦은 밤 밍밍이가 자신의 곁에서 잠 든 김 경위를 바라보고 있다. 안동 | 성동훈 기자

늦은 밤 밍밍이가 자신의 곁에서 잠 든 김 경위를 바라보고 있다. 안동 | 성동훈 기자

4일 오전 수색을 앞두고 김 경위가 선크림을 바르자 밍밍이가 곁으로 다가와 냄새를 맡고 있다.  안동 | 성동훈 기자

4일 오전 수색을 앞두고 김 경위가 선크림을 바르자 밍밍이가 곁으로 다가와 냄새를 맡고 있다. 안동 | 성동훈 기자

김 경위와 체취견 밍밍이가 수색을 위해 실내 훈련 공간을 나서고 있다. 유치원으로 사용되던 이곳은 경북경찰청과 안동과학대학교 간 특수목적견 업무협약을 통해 조성됐다. 안동 | 성동훈 기자

김 경위와 체취견 밍밍이가 수색을 위해 실내 훈련 공간을 나서고 있다. 유치원으로 사용되던 이곳은 경북경찰청과 안동과학대학교 간 특수목적견 업무협약을 통해 조성됐다. 안동 | 성동훈 기자

이튿날 김 경위는 밍밍이와 함께 다시 현장으로 향했다. 이동하는 차량에서 체취견이 수색 활동을 힘들어하지 않느냐고 묻자 김경위는 “맞바람 속에 섞인 목적물의 미세한 냄새를 쫓아 홀로 방대한 지역을 수색해야 하는 임무 특성상 체취견 훈련에서는 창의성, 자율성이 최우선 됩니다. 견(犬)들이 임무를 ‘놀이’(특정 냄새를 찾으면 보상하는 패턴)로 인식하게끔 훈련해 ‘보상 받는다’라는 기대감에 자율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해 쫓아가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힘들어하지는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날 수색에서는 대구경찰청 과수대 소속 체취견 ‘마루’가 우거진 수풀사이에서 뼈 조각을 발견했다. 현장감식팀이 급파돼 감식에 들어갔지만 야생동물의 뼈로 판명 났다. 티끌 같은 냄새도 놓치지 않고 추적해 찾아내는 체취견들의 능력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4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체취견과 핸들러들이 실종자 수색을 시작하고 있다. 예천 | 성동훈 기자

4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체취견과 핸들러들이 실종자 수색을 시작하고 있다. 예천 | 성동훈 기자

경북 예천군 내성천 실종자 수색 현장에 체취견 밍밍이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예천 | 성동훈 기자

경북 예천군 내성천 실종자 수색 현장에 체취견 밍밍이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예천 | 성동훈 기자

수색 중 울산경찰청 과수대 소속 체취견 ‘마루’가 찾은 뼈. 감식 결과 야생동물의 것으로 판명 됐다. 예천 | 성동훈 기자

수색 중 울산경찰청 과수대 소속 체취견 ‘마루’가 찾은 뼈. 감식 결과 야생동물의 것으로 판명 됐다. 예천 | 성동훈 기자

현장감식 관계자가 수색 중 체취견이 발견한 뼛조각들을 감식하고 있다. 예천 | 성동훈 기자

현장감식 관계자가 수색 중 체취견이 발견한 뼛조각들을 감식하고 있다. 예천 | 성동훈 기자

체취견 밍밍이와 핸들러 김육진 경위가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예천 | 성동훈 기자

체취견 밍밍이와 핸들러 김육진 경위가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예천 | 성동훈 기자

“핸들러와 체취견은 보통 8년 정도 함께 활동합니다. 제 정년이 7년 남았고 현재 11개월인 밍밍이가 은퇴할 시점이 대략 7~8년 남았으니 둘이 같이 은퇴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김 경위가 말했다. 폭염 속 현장을 뛰어다니며 둘은 서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었다.

핸들러로서 앞으로의 바람을 물었다. 김 경위가 웃으며 답했다. “‘투캅스’로 좋은 일 많이 하고 함께 건강한 모습으로 은퇴하면 좋겠습니다.”

수색을 앞두고 집결지 앞에 선 김육진 경위와 체취견 밍밍. 예천 | 성동훈 기자

수색을 앞두고 집결지 앞에 선 김육진 경위와 체취견 밍밍. 예천 |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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