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혼돈 속 치러진 과테말라·에콰도르 대선…과테말라에서는 친중 성향 깜짝 후보 당선

최서은 기자
과테말라 대선에서 베르나르도 아레발로 후보의 지지자들이 8월20일(현지시간) 과테말라시티에서 대통령 결선 투표 결과를 축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과테말라 대선에서 베르나르도 아레발로 후보의 지지자들이 8월20일(현지시간) 과테말라시티에서 대통령 결선 투표 결과를 축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후보자 암살과 각종 소요 사태 등으로 유례없는 혼란 속에 치러진 에콰도르와 과테말라 대선에서 깜짝 이변이 연출됐다. 과테말라에서는 불과 몇 개월 전까지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후보가 당선되며 ‘대역전극’이 펼쳐졌고, 에콰도르에서는 최종 결선에 올라갈 두 명의 후보가 ‘최초의 여성 대통령’과 ‘최연소 대통령’ 타이틀을 두고 맞붙게 됐다. 특히 중미 유일의 대만 수교국인 과테말라에서 친중 성향 후보가 최종 당선되면서 향후 국제 정세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지지율 3%였던 후보, 대통령 당선 ‘대역전 드라마’ 쓰다

베르나르도 아레발로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연합뉴스

베르나르도 아레발로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연합뉴스

중남미 매체 인포바에 등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치러진 과테말라 대선에서 좌파 성향인 ‘풀뿌리운동’ 소속 베르나르도 아레발로(64) 후보가 58.01%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선거 직전까지 여론조사 지지율이 3% 정도에 불과했던 아레발로 후보는 지난 6월 치러진 1차 대선에서 11.88%의 득표율로 ‘깜짝’ 2위를 차지하는 ‘대이변’을 연출한 데 이어 결선에서도 승리를 거머줬다.

지난 1차 대선에서 1위를 차지한 ‘희망국민통합’(USE) 소속 산드라 토레스 후보는 37.24%의 득표율을 얻어 아레발로 후보에게 20% 이상 뒤처졌다.

아레발로 후보는 과테말라 최초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인 후안 호세 아레발로 베르메호 전 대통령(1945∼1951년 재임)의 아들로, 외교차관과 스페인 주재 대사 등을 역임한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그는 2015년 과테말라 반부패 시위를 계기로 탄생한 정당 ‘풀뿌리운동’의 창립 멤버 중 한 명이다. 고질적인 부정부패, 폭력, 빈곤 등에 시달리는 과테말라 국민들이 ‘변화’를 바라며 결선 투표에서 그에게 표를 몰아준 것으로 보인다.

선거 결과가 나온 뒤 아레발로 대통령 당선인은 “어떤 종류의 차별도 없이 모든 사람을 위한 정부를 수립할 것”이라며 “나에게 투표한 사람들과 투표하지 않은 사람들 모두의 권리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이 승리는 나의 것이 아니라 우리를 지원해주신 여러분과 국민의 것”이라며 “이제 우리는 단결해서 부패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아레발로가 당선되면서 과테말라의 외교정책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미 유일의 대만 수교국이었던 과테말라에서 아레발로 행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아레발로 당선인은 국익에 바탕을 둔 외교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당선되면 중국과 더 긴밀한 관계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 3월 이웃 중미 국가 온두라스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를 맺은 만큼, 과테말라의 향후 대중 정책에도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과테말라 대선 레이스 과정에서 유력 후보들이 석연찮은 이유로 줄줄이 낙마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1차 투표 날에는 투표장 인근에서 소요 사태가 발생해 경찰이 최루가스로 시위대를 해산시키기도 했고, 투표가 끝난 뒤에도 각종 논란 속 대선 개표가 중단되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이로써 과테말라도 중남미의 ‘핑크타이드’ 물결에 합류하게 됐다. 과테말라에서 좌파 성향 후보가 당선된 것은 이번 대선에서 낙마한 토레스 후보의 전 남편인 알바로 콜롬 전 대통령(2008∼2012년 재임) 이후 16년 만이다. 토레스 후보는 전 남편과 달리 이번 대선 과정에서 보수적 노선을 내세웠다. 여러 우파 성향 후보들이 대선을 앞두고 후보자 자격을 박탈당하면서 우파 지지층의 표가 분열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으나 결국 좌파 정당에 정권을 내줬다.

대선 앞두고 후보자 피살된 에콰도르, 삼엄한 경비 속 투표 마쳐

루이사 곤살레스 에콰도르 대통령 후보. 로이터연합뉴스

루이사 곤살레스 에콰도르 대통령 후보. 로이터연합뉴스

같은 날 에콰드르에서도 대선 투표가 치러졌다. 집계가 95%까지 진행된 결과 진보 성향의 루이사 곤살레스(45) 후보가 득표율 33%로 1위를 차지했다. 다만 과반을 얻은 후보가 없어 오는 10월 결선 투표가 치러지게 된다.

진보 성향인 야당 ‘시민혁명운동’ 소속 곤살레스 후보는 치안 강화, 일자리 창출, 복지 강화 등을 내세워 지지를 얻었다. 그는 부패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대통령에 당선되면 코레아 전 대통령을 고문으로 모실 것이라는 발언 등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만약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에콰도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된다.

결선에서 그와 맞붙게 될 2위 후보는 보수 성향인 다니엘 노보아 아신 후보다. 그는 기존 여론조사에서 5위권 밖이었으나 득표율 24%로 ‘깜짝’ 2위를 차지했다. 35세의 젊은 정치인으로, 그가 당선되면 ‘최연소 대통령’이 된다. 그의 아버지는 바나나 재벌로 알려진 알바로 노보아 전 국회의원이다. 아신 후보는 투표 결과가 나오자 “에콰도르를 바꾸고자 희망을 찾는 청년 후보가 승리했다”며 “에콰도르 사람들이 이겼다”고 밝혔다.

대선을 열흘 앞두고 마약 카르텔에게 암살된 ‘건설운동’ 소속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 후보의 뒤를 이어 출마한 크리스티안 수리타 후보(53)는 16%의 득표율로 3위를 차지했다. 선거 직전 후보자가 바뀌게 되면서 그의 이름은 투표 용지에 기록되지 않았다. 반부패를 내세우며 에콰도르의 부정부패, 조직범죄, 마약카르텔 등과 싸워온 비야비센시오 후보는 이전까지 중위권의 지지율을 보였으나 그가 암살된 뒤 ‘건설운동’의 지지율이 상승했다.

대선 후보를 비롯한 유력 정치인이 피살되는 등 치안이 악화된 에콰도르에서는 이날 10만명의 군경이 총출동해 삼엄한 경비 속에 대선 투표가 이뤄졌다. 수리타 후보는 방탄 조끼를 입고 방탄모를 쓴 채 투표장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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