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박정훈 긴급구제 인권위 기각 유감”

윤기은 기자

내부 작심 비판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박정훈 긴급구제 인권위 기각 유감”

“인권은 보수·진보로 나뉘지 않아
위원들, 특정 진영 대변하면 안 돼”
‘법에 함몰’ 지적에 문제의식 공감
“차별금지법, 토론조차 막혀 답답”

“인권 문제는 좌우,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류 문명의 문제다. 인권위원이 ‘나는 어느 진영에서 추천해서 왔나’ 이런 것은 임명 순간 다 잊어야 한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지난 15일 최근 인권위 내부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에 대해 “인권위를 지켜보시는 많은 분께 죄송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송 위원장은 서울 중구 인권위 위원장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권위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긴급구제 요청을 기각한 데 대해 “내부 사정이 조금 순탄하지 못해 ‘적시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점에 관해서 상당히 유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앞서 인권위는 채모 해병대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 대령을 긴급구제해달라는 군인권센터의 요청을 기각 처리했다. 이 처분을 내리기 전까지 몇차례 안건 상정이 시도됐지만 일부 위원 불참으로 인한 성원 부족, 회의 소집 시점을 둘러싼 의견 차 등으로 이 건은 안건으로 다뤄지지 못했다.

송 위원장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관해 약간의 해석상 의견 차가 있었고, 충분히 정리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위원회가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사과드린다”며 “2021년 9월 부임하자마자 이듬해 군인권보호관을 출범시키기 전까지 국회, 법제처, 기획재정부와 함께 심각하게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도와주신 분들께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인권위가 지금 부족하고 미흡한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문제(긴급구제 요청 기각)까지 포함해서 인권위에 제기되는 모든 과제를 진지하게, 진정성 있게 처리해야 한다는 기본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현재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송 위원장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인권위가 법에 함몰돼 인권 사안을 지나치게 법적으로만 다룬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법률가인 저도 그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송 위원장은 최근 ‘인권위법 5조’의 뜻을 “심각하게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며 “추천·지명·임명 절차에서 충분한 검증 과정을 밟는 것이 정말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위법 5조는 ‘인권 문제에 관해 전문적 지식·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으로 인권위원 자격을 규정하고 있다.

송 위원장은 “‘저 사람이 특정 진영을 대변하고 있다’는 전제하에서는 진정성 있는 의견 교환이 안 된다”며 “헌법상 인권 정신과 국제 인권에 관한 규범, 오로지 그것을 기준으로 삼아 안건을 판단하면 된다. 그 이상도 이하도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송 위원장은 포괄적차별금지법 제정이 남은 임기 1년간 해결할 “묵은 숙제”라고 했다. 그는 “여론조사를 하면 제정을 원하는 시민 비율이 60~70% 정도로 꾸준히 나온다”며 “하지만 입법부에서 그것이 총선 또는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불안감이 있고, 그러다 보니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아주 답답한 상황에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토론 자체를 보이콧하거나 파행으로 흐르게 해, 토론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정말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Today`s HOT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침수된 아레나 두 그레미우 경기장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휴전 수용 소식에 박수 치는 로잔대 학생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폭격 맞은 라파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